문화사회

타블로 학력문제는 원래 국어독해의 문제였다.

까칠부 2010. 10. 3. 07:09

이번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이 불거진 초기에 나온 조선일보 기사다. 어지간하면 조선일보 기사는 스킵하는데 어쩔 수 없이 조선일보 말고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기사가 없어서.

 

기사를 보면 스탠포드 대학의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에 대해 타블로의 스탠포드 수학 및 학위수여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세 단계에 걸쳐 다른 대답을 해 오고 있었다.

 

첫번째가 막 기자가 토비아스 울프 교수에게 타블로를 아는가 물었을 때,

 

타블로가 자기 지도교수라고 소개했던 이 대학 영문학과 토비아스 울프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한국의 힙합 가수 타블로가 귀하에게 상을 받고, 3년 반 만에 영문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인가?

 

이때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타블로에 대해 알지 못하며 3년 반만에 학석사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MBC 스페셜에서 해명이 나와 있다.

 

처음엔 이런 답이 왔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한다. 스탠퍼드에서 3년 반 만에 학사와 석사를 마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는 오히려 기자가 스탠포드대학 학보에 실린 기사를 보이며 묻자 겨우 아는 체를 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대 학보인 '스탠퍼드 매거진' 2009년 7/8월호에 타블로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스탠퍼드 졸업생인데 한국에서 시적(詩的)인 힙합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 사이트 주소를 보내주자 울프의 말이 바뀌었다. "나는 미스터 리와 같이 일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매거진이 근거 없이 기사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내가 봐도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어떻게 교수라면서 자기 학생을 기억도 못하고, 더구나 교수 자신이 3년 6개월만에 학석사를 모두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겨우 스탠포드대학 학보에 실린 가시를 보고서 근거없이 기사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확인해주고 있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그렇게 학보를 통해 타블로에 대해 인지한 이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서는 새로운 내용의 메일을 기자에게 보내오고 있었다.

 

이어 울프 교수가 다시 메일을 보내왔다. "확인 결과 타블로는 2001년과 2002년 스탠퍼드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엄청나게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 타블로가 나로부터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 중인데 옛날 일이라 내가 기억을 못 할 수도 있다."

 

기사의 내용을 보고 확인을 했더니 2001년과 2002년에 스탠포드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타블로가 자기로부터 상을 받았는가의 여부는 알지 못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확인하고 있으며 자기가 기억 못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다시 보내져 온 메일,

 

몇 시간 뒤 울프 교수가 다시 메일을 보냈다. "타블로가 내가 가르치는 창작(Creative Writing) 수업을 들은 것으로 나온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가 울프 교수한테 배웠다고 말할 수는 있다. 상을 받은 것은 2002년까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확인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정한다. 기록상 타블로는 스탠퍼드 출신이고 그의 말은 진실이다. 참으로 영민하고 재주가 있고 매사에 열심인 젊은이임이 분명하다."

 

그 사이 추가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타블로가 자기가 가르치는 "창작" 수업을 들은 것이 확인되었으며, 상을 받았는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확정해 보내주고 있다.

 

사실 내가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에 대해 최종결론을 내린 것은 바로 이 기사를 보고서였다.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바로 타블로를 안다 모른다 대답하지 않았다. 타블로에 대해 어떻다 저떻다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고, 타블로를 인지하고서는 확인해 보았다고 했으며, 마지막까지도 확인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아마 중학교 수준의 국어만 배웠다면 저 행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확인한 것은 단지 이은미 교수가 썼다는 스탠포드대학 학보의 기사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뿐이라고. 실제 당시도 그렇게들 이야기되었고 그렇게 믿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 많다.

 

하지만 보라. 처음 스탠포드 학보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는 타블로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확인해보고 타블로가 스탠포드대학에서 학석사를 받았다고 메일을 보낸 것은 그 뒤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타블로가 들은 수업과 타블로의 수상여부가 기록이 없어 확인이 안 됨을 구체적으로 답하여 보내주고 있었다. 과연 여기서의 확인이라는 것이 스탠포드 학보의 기사였을까?

 

바로 그게 문제였다. 내가 항상 말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석 줄만 넘어가면 독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바로 위의 첫번째 대답에서 읽기를 멈춰버린 것이었다. 스탠포드 학보를 보였더니 아는 체 하더라. 그러니까 토비아스 울프 교수의 확인은 단지 학보를 보고 그대로 읊은 것 뿐이다. 거기에서 오해는 더 커진 것이다. 토비아스 울프의 증언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당장 MBC스페셜에서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출연해서 당시 자기가 어떻게 그런 대답을 했는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기억이 나지 않으니 3년 6개월만에 학석사가 믿기지 않았고, 그러나 확인해 보니 사실이더라. 바로 부합한다. 그리고 내가 읽은 바였다.

 

즉 타블로의 문제는 중학교 국어수업만 제대로 받았어도 5월 22일 이 기사로 끝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아니 최소한 당시 내가 제기한 그대로 동명이인 논란이 제기되었어야 했다.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언론사 기자로부터 문의를 받고 스스로 확인해 답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러면 교수쯤 되는 사람이 바로 대답한 것도 아니고 무려 시간을 들여 확인씩이나 했는데 아무렇게나 학보에 실린 내용만 고스란히 답하고 있었을까?

 

다시 말해 이 당시 토비아스 울프 교수의 증언을 깨자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했다. 첫째는 조선일보가 언제나 그렇듯 인터뷰 내용을 조작했다. 하지만 그러자면 그만한 반증이 필요하다. 조작했다는 근거가 있는가? 안티조선일보가 이번에 타격을 조금 받았을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에 실렸으니 믿을 수 없다. 아주 제대로 삽질한 것이다. 안티조선일보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잘못된 자료를 보았거나, 혹은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고 답을 주었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답은 신정아의 경우처럼 바로 즉시 나오기 쉽다. 확인과정을 일일이 거쳐가며, 알지 못한다고 처음에 대답한다거나, 끝까지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구체적으로 답을 해오지는 않는다.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자체가 제대로 스탠포드의 자료를 찾아보았다는 증거다.

 

마지막이 있다면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매수되었거나, 가짜이거나, 다니엘 선웅 리가 동명이인이거나. 역시 이것들에 대해서도 당시 어떤 반증도 나오지 않았다. 반론 자체가 제기되지 않았다. 단지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타블로가 누군지도 모른채 스탠포드 학보만 보고 그리 대답한 것이다. 하지만 행간이 그게 아닌데?

 

한 마디로 행간을 읽을 줄 모르는 한심한 국어실력이 초래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한글만 제대로 읽을 수 있었어도, 한국어만 제대로 해석할 수 있었어도, 그랬다면 이미 5월에 모두 해결되었을 문제였을 텐데. 조선일보에서 나서서 확인해 주었으니 타블로로서도 안심했을 터이고. 그런데도 못 믿는다. 어쩔까?

 

내가 굳이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타블로가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것이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이었다."

 

먼저 자신들이 제대로 사실을 알려고 했어보라.

 

졸업장은 이미 몇 년 전에 공개되었다. 위조네 뭐네 떠들기 전에 스탠포드에 보내봤는가? 스탠포드 대학에 직접 보내 확인해 봤는가? 위조의 여부는 스탠포드가 더 잘 알겠지. 그렇게 톰 블랙 교무과장이며 토비아스 울프 교수며, 자기 책에 실린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가짜가 아니라 할 정도로 괴롭힌 부지런으로 졸업장 사진을 보내 위조여부를 확인해 보던가.

 

졸업장 공개하고, 조선일보에서 나서서 토비아스 울프 교수의 확인을 받고, NSC에서 졸업증명서 나오고 - 오류가 있었던 것은 바로 수정되고 있었다. 오류가 있어서 바로 수정되었다는 것은 원래 신뢰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오류가 있어 수정했다는 이유로 믿지 못하겠다. NSC가 갖는 공신력이 어디서 나왔게?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서 성적증명서 공개. 역시 위조라면 스탠포드에 보내 확인하면 될 것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확인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고. 그러고서는 자신의 무지는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의심이 간다, 밝히라. 자기가 모르는 것은 생각도 않고 의심이 가니까 나서서 밝히라. 심지어 왓비컴즈가 처음 시비를 걸었던 그 순간에도. 그러면 그들은 내가 학력인증하라 하면 바로 제깍제깍 인증하고 하려는가?

 

뭐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결국에 학력위조 의혹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이 밝혀지자 아니나 다를까 책임 떠넘기기. 타블로가 잘못해서 일이 여기까지 왔다. 차라리 타블로를 끝까지 욕하는 놈들은 솔직하기나 할 텐데 그런 주제에 뭔 근엄한 충고까지. 아주 역겨워서. 참 머리 좋은 놈들은 이리 더럽다는 거다.

 

심심하고 할 짓 없으면 중학교 교과서나 참고서 옆에 끼고서 저 기사가 말하는 행간을 곰곰히 살펴 보라. 과연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메일을 보내며 확인했다고 하는 대상은 스탠포드 대학 학보인가? 아니면 타블로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스탠포드 학내 자료인가? 중학교도 못 나온 것들인가?

 

하여튼 정말 연구할 거리가 많은 주제라 하겠다. 앞으로 일주일은 이것만 파도 되겠다.

 

아무튼 내가 초반부터 타블로의 학력위조 문제에 있어 타진요나 타까들을 대놓고 까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 조선일보가 기사 내용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 순간 결론이 나와 있었으므로. 단지 국어실력이 미진한 인간들이나 스탠포드 학보 어쩌고 하며 비웃고 있었지.

 

한심한 일이다. 내가 이래서 인터넷을 안 믿는 것이고. 이게 집단지성이라는 거다. 같잖은. 그런 주제에 조중동 드립은. 국어공부나 다시 하라 해라.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