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능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이야기라도 참 맛깔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당한 과장과 허풍을 섞어서. 그렇다고 그것을 탓하느냐?
결국 자리에 달린 것이다. 술자리에서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허풍을 떤다. 그건 분위기를 띄우는 재미있는 입담이 된다. 그런데 진지한 자리에서 그러고 있다? 욕 들어먹는다.
반대로 술자리에서 한창 웃고 떠드는데 정직해야 한다고 재미도 없는 이야기 다큐 찍어 놓으면 욕 먹는다. 그런 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다.
물론 정직것은 좋은 일이다. 진지한 것도 좋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는 것이다. 상황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정직하다고 항상 칭찬을 듣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다고 항상 존중받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뻥쟁이 허풍쟁이가 더 대우받을 때도 있다. 하물며 예능이라는 것이다.
예능이라는 게 그렇다. 예능이 다큐일까? 그리고 착각하는 게, 다큐도 약간의 편집이 들어간다. 적당한 과장과 생략과 뭐 그런 것들이. 다큐도 재미있어야 하니까. 다큐도 사람이 봐야 다큐다.
예능이란 기본적으로 웃자는 것이다. 재미있자는 것이다. 누군가 나와서 나는 거짓말 못 한다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만 아무 과장없이 밋밋하게 늘어놓아 보라. 당장 욕들어먹는다.
"예능감도 없이!"
아니 그 전에 제작진이 편집과정에서 잘라버리겠지.
"이런 걸 어디다 써?"
반대로 자작이든 뭐든 재미있는 멘트를 던지면 사람들은 그리 좋아한다. 이제는 아예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자작이지?"
"그러면 기회를 줄 테니 한 번 재미있게 마무리해 봐."
그래서 재미있으면 그것도 예능감이다. 하지만 재미없으면 그냥 재미없는 놈이 되는 것이다. 감 없다고 욕먹고, 예능 출연도 어려워지고.
그리 예능출연 경쟁이 심하다는 것이다. "꽃다발" 부상 가운데 하나가 MBC 예능 출연권이다. "꽃다발"에서 잘 하면 MBC 예능에 출연시켜주겠다. 고작 그거냐 하겠지만 그리 절실하니까.
더 이상 사람들이 잡지 뒤져가며 발품 팔아가며 영화며 음악을 찾아 보거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예능을 통해 가수며 배우를 알게 되는데, 그 예능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예능에 나가 얼굴을 알리고, 이름을 알리고, 작품이나 음악을 알리고, 밥줄이다. 그런데 그것이 안 되면?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비추려고. 조금이라도 더 방송에 나오려고. 아예 소속사 관계자들과 예능 과외를 받기도 한다. 인맥을 타기도 하고. 하여튼 별 수단을 다 동원해서. 그런데 그 중요한 기회에,
"나는 거짓말을 못 하니까!"
"방송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니까!"
술자리에서도 그렇게는 않는다는 것이다. 온갖 뻥을 쳤어도 일단 술자리에서 재미있으니까. 하하 웃고는 다음날이면 잊어버리고.
물론 선은 있다. 바로 다른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짓말은 재미있자는 것이더라도 자칫 불쾌할 수 있다.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나게 되고. 하지만 굳이 그런 것이 아니라면 생판 거짓말이든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말한 것이든 재미만 있다면.
예능에서도 마찬가지. 오히려 남을 걸고넘어지고 그로 인해 피해를 끼치는 것이 문제지, 단지 재미있자고 조금 과장하고 허풍을 떠는 정도야 예능에서의 분량에 목숨거는 것을 생각하면.
오죽하면 리얼버라이어티라는데 대사 가운데 태반이 "분량"인 것도 있더라는 것이다. 분량, 분량, 분량... 정직하다고 분량 더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방송에 얼굴을 안 비춰도 알아서 그들을 알아줄 것도 아니고.
예능에서 거짓말했다고 부도덕하다라, 부정직하다, 심지어 인성에 문제가 있다... 글쎄. 그 전에 거짓말을 않고 정직해서 재미없어도 예능을 보겠는가?
아마 성형과 비슷할 것이다. 성형을 했으니 인공이다. 문제다. 그러면 성형 않고 외모가 그리 탐탁치 않아도 천연이니 좋아라 해 줄 것인가? 그렇게 연예인 외모 얘기가 화제가 되어 버리는 상황에서.
비유하자면 무공해무농약 농작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농약을 안 치는 게 좋다. 그러나 농약 안 쳐서 벌레 먹고 하면 아예 돌아도 보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시장은 수요자가 결정한다. 예능도 시청자가 결정한다. 재미없어도 진실되니 좋다. 밋밋해도 정직하니 마음에 든다. 그러면 누가 굳이 말을 지어내가며 재미있게 하려 할까? 참 어이가 없는...
내 하여튼 살다살다 예능에서 허풍 떤 것으로 인성을 의심받는 것도 다 보게 되는가 싶다. 사람이 싫어지면 이렇게까지 싫어질까? 아니면 사람이 너무나 순진한 것일까? 그래서 웃는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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