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MBC스페셜, 타블로 - 왜 그때 재빨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는가?

까칠부 2010. 10. 9. 06:57

참 그 소리가 왜 개소리인가를 MBC스페셜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워리어질이나 하는 입장에서야 제깍제깍 리플 올라오지 않으면 짜증나지. 하지만 나만 해도 리플토론 자체가 사실 부담스럽다. 하루 왼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일 때문에 띄엄 들어가면 버로우했느냐?

 

모니터 너머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타블로라는 개인은 현실을 살아가는 실체인 것이다. 현실 속에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고,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고, 현실의 일상이 있다. 인터넷이야 바쁘게 돌아가더라도 우선하는 것은 그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상인 것이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겁먹었을까? 타블로에 대한 악성루머만도 가족들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거기다 아예 가족까지 들추는데 연예인도 아닌 가족들은 또 얼마나 놀라고 겁먹었겠는가? 아이를 본 지도 얼마 안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한창 정신없을 때인데 그런 가족까지 다독이려면. 그런데도 과연 인터넷에서 떠드는 소리에 바로바로 반응할 정신이 있을까?

 

얼마나 인간들이 인터넷에 사로잡혀 사는가? 얼마나 인간들이 인터넷에 사로잡혀 그것만을 기준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그래서 일주일이었다. 타블로가 성적증명서를 공개하기까지. 더 이상 뭘 어쩌라고? 졸업장까지 몇 년 전에 공개되었고, NSC에서도 벌써 졸업증명서를 다운로드받고 있었는데.

 

그만큼 자기중심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타블로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하긴 타블로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하려 했으면 이런 의혹이 나왔을까? 철저히 타블로를 객체화시키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보고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려 하니까. 타블로가 제시하는 증거는 다 못 믿겠고, 내가 제시하는 의혹은 다 사실인 것 같고.

 

타진요만 탓하는 게 아니다. 이제 와서 타진요만 욕하는가? 타진요가 아니면서도 그런 식으로 타블로를 비난한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인가? 무슨 일인지 모른다면서도. 아직 누가 옳은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면서도 타블로더러 왜 키보드 워리어질에 동참하지 않았는가? 왜 실시간 리플질에 타블로도 동참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 무시하는 거냐?"

 

그게 중요한 거다. 어딜 감히 네티즌님을 무시한 것이냐? 마치 중세의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철저히 자기 기준에서 그에 맞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쾌해하고 분노하고 증오하고.

 

과연 타블로가 가족들의 동요마저 외면한 채 인터넷에서의 워리어질에 동참했어야 했을까? 사람들이 비난하고, 협박전화를 걸어오고 하는데 가장 먼저 증명서 떼는 일을 우선했어야 했을까?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그가. 그들이 좋아하는 상식을 가지고.

 

말하지만 이번 타블로 사태는 한국사회의 바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 인터넷문화의 바닥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었던 사건이었다. 얼마나 인간이 한심하고 저열한가? 얼마나 인간들이 생각없이 행동하는가.

 

아직도 말하지.

 

"왜 진작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

 

모니터 너머의 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모니터를 끄고 나면 현실이라는 더 중요한 삶이 기다리고 있고. 언제나 모니터를 켜고 그 너머의 세상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폐인도 아니고.

 

다시 한 번 타블로를 동정하며. 그가 이따위 대한민국에 살았던 자체가 죄라고 하겠다.

 

아, 일반화시키지 말라? 일부일 뿐이다? 5월로 돌아가자. 6월로 돌아가자. 조금 전으로. MBC스페셜이 방송되기 전, 경찰의 중간발표가 있기 전으로. 어떠했던가? 일부였던가? 일부라 마음놓을 수 있었던가? 단지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캐나디언따위 관심없다!"

"이번 기회에 캐나다로 돌아가 버려라!"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것들을 허용하는 대중이 있다면. 소수가 소수가 아닌 이유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이 잘못이었는가.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그 교훈은 한국 대중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면.

 

하여튼 지나고 나도 입맛이 쓴 사건이다. 그동안 내가 들어먹은 욕도 있고. 다 잡아 쳐넣었으면 좋겠지만.

 

타블로가 조금이라도 빨리 상처를 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그것은 나를 위한 구원이기도 하다.

 

인간이 싫다. 진심으로. 특히 한국 네티즌들은. 개티즌들은. 끔찍스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