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타블로 - 인터넷과 권력, 권력의 속성...

까칠부 2010. 10. 10. 07:20

권력이란 폭력에 정의를 더하는 것이다. 정의에 폭력을 더하는 것이라 해도 좋다. 하지만 대개는 폭력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정의가 따라붙는 것 아니던가.

 

정의가 없는 폭력이란 무도함이다. 폭력이 없는 정의란 단순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폭력이 정의를 갖게 되면 그것은 권력이 된다. 정의가 폭력을 가지게 되도 역시 권력이 된다. 조선을 건국한 두 주도세력 - 이성계의 군부와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신진사대부는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항상 권력자는 폭력을 가지고 싶어했고 또한 정의롭고 싶어했다. 그래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도 군사정권이 가장 먼저 한 것이 깡패 때려잡기였다. 깡패를 때려잡음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빨갱이와 장발과 미니스커트와 정의사회구현과 미풍양속...

 

또한 그렇기 때문에 권력은 자신의 정의를 과시하기 위한 "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북한공산정권과 싸우기 때문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진영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민족의 긍지에 상처를 입힌 일본과,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한 친일파와, 용공좌경 같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정의란 옳은 일을 해서도 정의지만 "악"을 무찔러서도 정의다. 그래서 권력은 항상 적을 만들고 싶어 했고 적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주입시키려 노력했었다. 물론 그런 위에 자신의 폭력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괜한 사람 하나 망가뜨리는 것도. 괜한 사람 하나 목을 떨어뜨리는 것도. 희생물은 크고 대단할수록 좋다. 권력을 위한 희생의 제물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왕건이 이흔암을 죽인 것도 그래서였다. 궁예가 왕건을 의심하고도 죽이지 못한 것이 바로 그의 한계였고. 오다 노부나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도쿠가와 노부야스를 죽이려 했을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를 따라야 했던 것도 역시.

 

아예 힘이 있다면 군사를 일으켜 침략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때 내세우는 명분이 정벌이었다. 벌伐이란 대의로써 불의를 징계한다는 것이니, 항상 천자의 군대는 정의로워야 했다. 단지 힘의 과시에 불과할지라도, 탐욕에 의한 침략이라 할지라도, 그러나 그것은 정의롭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이 항상 "나쁜 무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 그래서다. "나쁜 무리"를 찾고 나면 너도나도 혹시나 뒤쳐질새라 달려들어 한 마디씩 뱉고 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무리로부터 도태될까봐 말은 더 심해지고, 더 집요해지고, 더 강해지고, 더 악랄해지고... 한 번 까기 시작하면 수 년 전 아주 스쳐지나듯 나온 기사까지 걸고 넘어지며 전혀 상관없는 이유들로 그를 공격해댄다. 왜? 그는 나쁜 놈이어야 하고, 나는 정의로워야 하니까. 그리고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그를 곤란에 처하게 만드는 인터넷 여론.

 

그래서 또 말한다.

 

"네티즌의 힘을 보여주자."

 

타블로의 사건에서도 타블로를 완전히 보내버림으로써 사회적인 경각심으로 삼자. 완전히 보내버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네티즌의 힘으로 타블로라고 하는 스타를 완전히 매장해버리자는 것이다. 폭력의 과시다. 그러나 사회적인 경각이라는 정의를.

 

지금도 타블로에 대한 의혹제기가 옳았다 여기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가 그것이다. 만일 이만한 의혹제기도 못한다면 사회적인 모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견제하고 비판하겠는가?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이러한 의혹제기 정도는 용납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란 그들의 정의를 실현하는 폭력이며, 그 폭력을 통해 정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권력의 논리다.

 

하여튼 뭔 일만 생겼다 하면 신상부터 털고. 도대체 신상은 왜 터는가? 신상 털어서는 대중에 공개하고, 공개하여 망신주고, 또 달려들어 비난하고. 게시판에서 비난하는 것으로 부족하면 전화로 욕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한다. 목적은 상대에 공포를 심어주는 것. 그로써 모두에게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 경각이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두려움 아니던가?

 

"이번 타블로 건으로 인해 연예인들이 이러이러한 반응을 보이더라."

 

얼마나 짜릿할까?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오히려 연예인들의 자살이 악플러들을 키운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옳다."

"인터넷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MBC스페셜에서도 한 기자가 그러지.

 

"이것은 권력이다."

"권력이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더 최악이라면 그나마 공적인 권력기구에서 그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그러자고 훈련받고 교육받은 준비된 사람들인 반면 네티즌들은 그러한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금 휘두르고 있는 것이 권력인줄도 모른다. 단지 정의로만 안다. 폭력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정의라고만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정의가 폭력 없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다수가 몰려들어 그리 악다구니를 쓰면서.

 

무오류에 대한 집착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권력이란 틀려서는 안된다. 옳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틀릴 수도 있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절대가 아니게 된바. 의심받고 비판받는 것은 권력이 아니다. 폭력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슴을 두고 말이라 하면 말이 되어야 하고, 임춘애를 두고 현정화라 하면 현정화가 되어야 하고. 틀릴 수 있다는 자체를 그들은 감당을 못한다.

 

그래서 항상 비유하는 말이, 어린아이가 칼을 쥔 것과 같다. 칼보다 더 위험한 무기가 준비도 안 된 정신적 유아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 결과가 그동안의 수많은 피해와 희생과, 그리고 이번의 타블로.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성숙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그냥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조금은 자기가 갖고 있는 폭력에 대해 - 그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입으로만 인터넷, 네티즌 하지 말고, 인터넷의 힘, 네티즌의 정의라 하지 말고, 그것이 갖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벌어질 것인가. 자각없는 권력이란 얼마나 무섭고 예측하기 어려운가.

 

권력은 권력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권력이란 필요하다. 경찰이 뭔가? 권력이다. 법원이 뭔가? 권력이다. 시민사회단체? 권력이다. 언론? 권력이다. 지식인? 권력이다. 사회를 안 좋게 몰고가는 것도,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도 결국은 권력이다. 같은 칼을 가지고도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조각을 할 수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책임일 터다. 그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서 논객입네 뭐네 하며 글 쓰는 사람들 보면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자신이 가진 힘을 휘두르고 누리는데만 관심이 있지 책임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번 일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테고.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무지한 채로 있다 보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무지란 - 더구나 게으름에 의한 무지란 그래서 죄일 수 있는 것이다.

 

원래는 다른 곳에서 권력에 대해 쓰며 썼던 글이다. 내용이 같지는 않다. 언제 어디다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리바이벌은 않는다. 새로 쓸 밖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필요한 내용인 것 같아서. 결국에 이 또한 권력과 권력을 주체 못하는 한심한 네티즌 떨거지들로 인한 결과가 아닌가. 그런 것 아니던가.

 

권력이 무서운 것은 그 권력에 대한 자각이 없어서다. 책임이 없어서다. 의심도 없고 반성도 없고 한결같이 명쾌하게. 밝게. 분명하게. 내가 인터넷을 혐오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은 그래서다. 싫고 무섭다.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며. 지금 자기 손에 쥐어진 그것이 얼마나 크고 위험한 것인가.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는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인가. 먼저 알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