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표절과 샘플링...

까칠부 2010. 10. 10. 22:51

과거 레드 재플린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표절의혹 때문이었다. 아마 법적으로 걸린 것만 한 10여 건 되지 않을까? 법적으로 걸리지 않은 것까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레드 재플린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루어졌으니,

 

"그래도 음악은 좋다!"

 

어차피 모든 창작물은 과거의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이전의 누군가로부터 빚을 지며 창작을 하는 것이다. 다만 얼마나 그를 통해서 자기만의 개성을 담아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느냐?

 

이를테면 장르적 상투성을 말하는 클리셰라는 것도 누군가 쓰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그것을 답습한 나머지 일반화된 것이다. 락 하면 떠오르는 어떤 코드나 연주법이라든가, 트로트 하면 떠오르는 멜로디와 코드, 혹은 발라드 하면 떠오르는 어떤 기법들. 그래서 김현철이었나?

 

"태초에 비슷한 음악이 있어 장르를 나눈 것이다."

 

빚을 진 선배작가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써 쓰는 오마쥬라는 것도 있다. 선배작가의 작품 가운데 일정 부분을 "인용"하여 자기 작품에 집어넣음으로써 자기가 빚을 진 작가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패러디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조금은 짓궂게 기존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수가 이것 하다가 서태지한테 잘못 걸려서 혼 좀 났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오마쥬나 패러디나 다 표절이다. 클리셰도 거슬러 올라가면 표절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런 것들에 대해 따지지 않는가?

 

물론 따진다. 이재수가 서태지한테 혼이 난 경우와 같다 할 수 있다. 아무리 오마쥬고 패러디여도 원작자가 그에 대해 자기 작품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나서면 그때부터는 일이 커지는 것이다. 다만 양해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는 충분히 용납할 수 있다.

 

첫째는 아예 갖다 쓴다는 걸 공공연하게 내보이고 있다. 둘째는 단순히 갖다 쓰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자기만의 색깔로 "재창조"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결과물이 시원찮으면 망할 것이고, 결과물이 괜찮으면 그것은 자기 역량일 것이고. 그 또한 창작의 한 영역인 때문이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가 그렇다. 대놓고 비틀즈의 음악을 갖다 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비틀즈와는 또 다르다. 재창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굳이 시비걸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과거 아티스트 가운데 아예 대놓고 남의 음악 갖다가 자기 멋대로 재해석해서는 버젓이 앨범에 넣었어도 그것이 원곡만큼, 아니 그 이상 훌륭하니 그것은 그의 창작물이라 넘어간 예도 적지 않았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때도 표절이라 걸기 시작하면 걸린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독자적 역량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샘플링이라는 것도 그렇다. 힙합은 원래 디제잉에서 시작한다. 예전 리믹스라 해서 레코드판 돌리고 스크레치 넣고 하는 것들 기억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 기존의 음악을 가져다 비틀고 꼬고 분해하고 재조합해서 만들던 것이 힙합이었다. 그 사이사이 랩도 넣고 했던 것이었다. 악기라고는 다룰 줄 모르는, 비싼 장비를 쓸 수 없는 흑인들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악이었다.

 

결국은 그 결과가 얼마나 샘플링의 원곡을 사용해 훌륭하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는가. 역시나 말했듯 이 때도 표절로 걸면 걸린다. 그러나 원작자가 굳이 신경쓰지 않으면 그것은 원작자의 작품을 사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결론은 그 결과물이 얼마나 훌륭하게 만들어져 나왔는가.

 

가끔,

 

"얘 표절했대요!"

 

외국의 원작자에게 일러도,

 

"잘 만들었는데?"

 

그냥 웃고 마는 것은 그래서. 물론 어차피 소송 걸어봐야 돈이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역시 양해사항이다.

 

전제는 붙는다. 역시나 표절이란 남의 것을 자기 것인양 훔쳐쓰는 것이다. 이것은 원래 내 것이다. 반면 샘플링은 아예 대놓고 이건 갖다 쓴다고 말한다. 멜로디며 비트며 연주며, 심지어 아예 곡 자체를 갖다가 통으로 샘플링하고서는 거기다 자기 랩만 갖다 붙여 쓰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유명한 노래일 텐데 누가 모를까? 힙합이란 자체가 샘플링을 전제하는 장르다. 샘플링이 일반화되었다.

 

"아, 이거 갖다 샘플링한 것이로구나."

 

해외 - 특히 일본의 대중음악이 국내 소개되지 않던 무렵 아예 외국의 원곡을 그대로 갖다 쓴 번안이라는 이름의 표절가요와 같이 보면 안 된다. 그거는 아예 자기가 처음부터 만들었다 주장하는 것이고, 샘플링의 경우는 나는 이거 갖다 쓴다 대놓고 갖다 쓰는 것이고. 그 대신 결과물이 얼마나 좋은가.

 

물론 그럼에도 원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옳겠지. 그것이 도의일 터다. 하지만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원작자가 그러려니 넘어가면 또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힙합씬에서는 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뻔뻔스레 갖다가 샘플링하고 그런 것을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또 원작자가 신경쓰지 않는데 지레 나서는 것도 애매한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음원파일을 원작자에게 보내 확인을 받는 것.

 

"얘 표절했대요!"

 

이효리가 또 그렇게 걸렸다. GD도 그래서 오아시스 표절로 소니 등과 갈등이 있었다. 그 밖에 몇몇 힙합 아티스트의 경우는,

 

"괜찮게 만들었군."

 

한 마디로 끝났고. 그래도 표절이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글쎄라는 것이다.

 

아무튼 표절에 대한 인식이란 그렇다. 표절은 결국은 원작자와 도작자 사이의 지적재산권 문제다.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그것은 원작자와 도작자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다. 원작자가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표절이라 여기면 바로 소송 들어가는 것이고.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예를 들어 플로라이다의 음악을 GD가 표절했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플로라이다가 표절이 아니다 했으면 그것은 표절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물며 힙합에서 샘플링은 하나의 창작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결국은 원작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원작자가 돈 내놓으라 했다면 그때는 돈 안 내놓으면 바로 도둑놈이 되는 것이고.

 

그냥 들어서 비슷하니 표절이다. 들어서 완전 똑같으니 표절이다. 특히 힙합에서 무엇을 듣는가? 멜로디를? 아니면 악기 연주를? 통샘플링을 했어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힙합만이 갖는 고유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멜로디 갖다 썼다고 그것이 그 음악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아티스트들의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의 벨로디의 유사성이 발견되었다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조금더 면밀한 사고가 필요하다.

 

최소한 갖다 쓴 사실을 인지하도록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면 그것은 표절일 수 없다. 그냥 갖다쓴 것이다. 돈 냈으면 돈 내고 갖다쓴 것이고, 돈 안 냈으면 돈 안 내고 갖다쓴 것이고. 그러면 누가 해결해야 한다? 원작자가. 그래서 원작자가 상관없다 하면 상관없는 것이고. 몰래 아닌 것처럼 꾸며서 - 실제 너무 똑같으면 오히려 표절에 대한 의심을 않는 것도 요즘 세상에 그런 식으로 표절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바누스같은 대놓고 사기꾼이 아니라면.

 

일단 표절과 샘플링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창작기법으로서의 샘플링과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몰래 갖다 쓰는 표절과. 최소한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대놓고 갖다쓰는 것과, 사람들이 모르게 숨겨서 쓰는 것과. 돈을 지불했는가 아닌가는 또 그와 별개.

 

워낙에 표절의혹이 끊이지 않아서일까? 비슷한 음악에 대해 너무 민감한 것일지도. 대중음악인들이 너무 대범하게 대하다 보니 대중이 더 민감해지고 집요해진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 집착이 심해진 것일 텐데,

 

그래도 결국 지나면 남는 것은,

 

"얼마나 그 음악이 좋은 음악이었는가?"

 

그게 또 작가의 역량이라는 것일 테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빌려 만들었어도 결국 그 결과물은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니. 그런 것이 이야기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지금은.

 

말하지만 갖다 쓴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느냐 마느냐?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느냐 마느냐? 힙합의 경우는 그것이 아예 전제되고. 구분해서 보아야 할 것이다. 표절과 샘플링과. 무단인가는 별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