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슈퍼스타K를 통해 보는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

까칠부 2010. 10. 18. 21:27

뒤늦게 흥미가 동하 당겨보기를 했는데... 밴드가 꽤 되더라. 그러나 옥주현의 한 마디,

 

"따로따로 합격시켜도 되죠?"

 

그래, 바로 이게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이겠지. 타란튤라던가? 밴드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슈퍼위크에서 미션을 맡으며 조각조각. 함께 모여 화음을 맞추고 연주를 해야 할 밴드가 각자 쪼개져서 개인으로서 경쟁하고 있는 거다. 더구나 대부분의 미션은 노래를 듣자는 것이고.

 

도대체 어떤 생각이면 밴드를 해체시켜 개인으로 출전시킬 생각을 했을까? 밴드로 출연했는데 조각조각 찢어서는 개인으로 노래 부르고 연주하도록 시킬 수 있었을까?

 

바로 이게 우리나라에서의 밴드에 대한 인식이다. 보컬 말고는 모른다. 연주자야 그냥 반주자. 드럼스틱을 드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가 보이는 팀으로서의 밴드란 보이지 않는 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밴드로서 스타가 되기는 힘들다. 필요로 하는 것은 노래를 하는 솔로 뿐. 솔로가 있으면 어찌어찌 끼워맞춰 팀을 만들 수 있다.

 

하기는 걸그룹이라면서 멤버 가운데 한둘쯤 빠져봐야 티가 나나? 멤버가 여섯명이고 일곱명이고 여덟명이고, 그러나 다른 스케줄 있다고 비워봐야 빈 자리가 보이지도 않는다. 팀웤이 좋아서? 애시당초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퍼즐의 조각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팀이 아니라 따로따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아서 상업적 가치를 높이고자 팀.

 

물론 그렇다고 기획사만 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사람 하나 빠졌어도 마냥 좋다는 게 팬이더라는 거다. 그 자리가 거슬려 도저히 들어주지 못하겠다 했더니만 바로 반응 오더라. 한 사람 빠져도 여전히 좋다. 고작해야 걸그룹에서 멤버 하나의 가치가 그 정도지. 팬 입장에서도. 한 사람 정도야 빠져도 그래도 여전히 좋기만 한. 그러니까 팀으로 참가해도 조각조각 찢어서는 개인으로 경쟁시키는 것일 테고. 대중문화란 철저히 그 대중의 속성을 따라가니까. 개인적으로 어차피 한 사람 더하나 빼나 여전히 좋기만 하다면 차라리 그 한 사람 아예 빼버리는 쪽이 더 팀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있으나마나한 멤버라면 있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더불어 미션이라는 것도, 각자 자기가 잘하는 영역이 있을 것이다. 자기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나 스타일이 있다. 프로가수들도 그것 넘어서 엄한 짓 하면 무리수라 욕 들어먹는다. 리메이크 앨범 치고 쓸만한 게 몇 없는 것도 자기 노래가 아닌 노래를 부르기가 그리 어렵더라는 것. 그러나 하여튼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어야 하니까. 기획사에 의해 주도되는 현 대중음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달까? 음악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의 뜻에 따라 컨셉을 쫓아 음악을 한다. 그래야 스타가 되고. 그래서 그 수많은 무리수들을 모두 감당해야 하고.

 

첫회부터 지금까지 주욱 살펴본 결과 남은 결론이란 참 씁쓸하더라는 것. 밴드라든가, 팀이라든가, 그리고 음악적 전문성이라든가. 그러나 결국 슈퍼스타K 주최한 것은 미디어자본인 엠넷이고, 철저히 그들의 입맛에 맞게,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대중적 취향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볼 수 있는 건 그런 것이고.

 

알기에 이제껏 나온 모든 결과들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현재 미디어자본이 보는 대중음악이란, 그리고 스타란 이런 것이구나. 벌써부터 아이돌처럼 팬덤을 만들고 팬덤의 힘겨루기를 하는 현실이라는 것도. 미디어가 지배하는 대중음악의 현재란 것은.

 

뭐 그래도 어디선가는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 미친 인간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의 음악이란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기회만 된다면 공연도 보러 갈 수 있다. 고작해야 쇼일 뿐. 그냥 미디어가 만들어난 하나의 버라이어티에 불과하다. 일희일비할 것 있겠는가. 단지 기분이 그렇다는 것 뿐.

 

결국에 남은 것은 존박과 허각. 존박은 일찍부터 눈여겨보았었다. 스타성이 있다. 아티스트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스타로서의 자질은 가장 뛰어났다. 허각일까? 존박일까? 벌써 강승윤이 스타가 되어 버린 것 같지만.

 

그렇다. 벌써 슈퍼스타K 마지막주다. 금요일을 기다린다. 최종우승자를 보기 위해서. 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