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라디오스타 - 종교를 가지신 분으로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죠!

까칠부 2010. 10. 14. 06:51

바로 이 맛이 김구라다. 누가 이런 멘트를 할 수 있을까? 핵심을 찌른다.

 

김민희나 이인혜나 지금의 안정훈이 부대낀단다. 어색하고 익숙지 않고.

 

사람이 바뀌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종교도 하나가 아닐까.

 

사실 나는 특정종교를 싫어한다. 워낙 당한 게 많아서. 하지만 사람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 게, 종교를 바로 믿는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종교에 미치지 않고 단지 종교로써 자심을 다잡고 경계할 수 있는 사람은 항상 올바르다.

 

그러나 역시 본성은 숨길 수 없다는 건, 그 넘치는 자의식. 한 소절만 불러달라는데 끝까지 부른다. 자기 조용필 닮았다는 기사는 왜 찾아보지 않았느냐며 작가를 윽박지르고. 항상 자기자랑. 그러나 자기자랑인줄도 모른다. 그렇게 MC들에 공격을 받으면서도 아랑곳않는 꿋꿋함.

 

매력적인 캐릭터다. 바른생활 사나이 같으면서도 어딘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순됨이. 정겹달까? 어린 시절의 순수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김민희의 똑순이에 대한 이야기. 김성은이 미달이로 마음고생한 이야기를 했을 때 비웃은 사람들 많았다. 그게 도대체 뭐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현실의 나와 작품 속의 나와.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린 사람도 있다. 그 괴리로 인해 견디지 못하고 일탈에 빠져든 사람도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와 웃기는 캐릭터를 하다가 그 스트레스로 포르노극장에서 자위하다 걸린 코미디언을 기억한다.

 

신정환이나, 강인이나, 그나마 어른이 되어 그리 되었다면 상관없다. 아직 자아가 성립되지도 못한 어린 시절이라면. 드류 베리모어며 맥컬리 컬킨이며 아역출신 가운데 그리 평탄한 삶을 산 경우가 드문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무난한 연예생활을 했던 경우가 오래 갔다. 똑순이나 미달이같은 강한 캐릭터는 자칫 자기를 죽일 수 있으니.

 

너무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서야 하는 괴로움이란. 하지만 그럼에도 연예계는 어린 그네들을 필요로 하고, 그네들에게도 서야 할 무대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과연 되어 있는가? 그 자신이든, 아니면 주위에서든. 인간적으로 성숙하다는 게 그런 것일 게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좋은 엄마가 되고 좋은 아내가 되고..."

"어디에 가든 똑순이일 수밖에 없겠구나..."

 

그리고 역시 압권은,

 

"콜록콜록... 그렇군요... 콜록콜록..."

 

대본도 못 읽어 맥을 끊으면서도 이렇게 한 방 제대로 쳐주는구나. 역시 김태원.

 

서태지와 아이들도 오랜만에 보니 무대가 새롭다. 김태원이 이선희더러 선배라 하는 것이며 - 김태원이 강변가요제 나간 게 이선희 대상받은 다음해였다. - 김민희가 조용필, 서세원과 전국투어를 한 것이며, 간만에 듣는 "나 알아요""J에게""단발머리""미워미워미워"

 

추억특집일까? 다만 이인혜의 경우 세대가 너무 차이가 나서 위화감이 있다. 겉도는 느낌이 있는 것은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김민희와 안정훈에 비해 세대차이가 있기 때문. 더구나 MC들마저 40대다. 김민희와 안정훈은 알아도 이인혜는 어색하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고.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어린 시절 스타라기보다는 친구와 같았던. 나와 같은 또래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네들. 그러나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스타를 가지고 있는가. 김민희보다는 안정훈이 더 반가운 것은 그래서. 요즘도 어린이드라마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재미있었다. 무척 그리운 시간들이었다. 반가운 얼굴들이었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