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말로 인사말 "봉주르", 18세기 러시아 귀족이라면 맞다. 당시 러시아 귀족 가운데는 러시아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니. 오로지 프랑스어만이 교양어이며 문화어였다. 지금도 러시아말에는 그래서 프랑스말의 영향이 강한다...
송은이의 합류가 한선화에게 끼친 영향이 대단하다. 일단 잘 받아준다. 원래 한선화가 멘트가 좋은 편이기는 했지만 특히 송은이가 그것을 잘 받아 분량을 만든다. 적절히 받아주고 또 적절리 짓궂게도 하고. 아무래도 특정 멤버에 편중되기 쉬운 김신영에 비해 한선화가 움직일 여지가 많다. 한선화가 풀리니 덩달아 효민의 병풍캐릭터도 풀리고.
하긴 게스트가 없지? 게스트 없으니 결국 자기들끼리 풀어가야 한다. 익숙한 얼굴끼리 하던 대로 이야기를 던지고 받고. 좋지 않은가? 가을길을 걸어가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이. 일을 하면서 주고받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구하라가 일주일동안 일이 없었고, 효민은 그런 구하라에게 문자를 씹혔고, 결국 온 문제가 신민아와 아느냐. 어쩐지 또래 가운데 나올 법한 이야기들 아닌가. 괜히 물 가지고 심술 부리는 나르샤나 송은이나, 억울해하는 선화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고받는게 있다 보니 혼자서만 놀던 빅토리아도 어느새 어울려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 안다.
아직 소리가 걸리기는 하지만 슬슬 관계라는 게 만들어져가는 게 보인다. 특히 주연과 김신영은 그 자체로 아예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진다. 단지 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둘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순규와 김신영과의 관계 이상의 찰떡콤비가 아닐까? 더불어 구하라의 깐족도 역시. 슬슬 김신영의 영역을 침범하는데, 그런 만큼 김신영의 개그욕심이 줄어든 것인지 억지스런 예능이 전보다 크게 줄었다. 즉 이야기가 이어져간다는 것이다. 효민이 살아난 것도 그런 가운데 효민의 병풍스런 어색함이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며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일 듯.
괜찮았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좋았고,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 설마 거기서 뱀을 풀어놓았겠는가? 하지만 뱀이 나오면 자연스런 그런 반응들이 있었겠지. 뱀을 손에 쥐고 절대권력이라도 손에 넣은 듯 으스대는 한선화와 그것이 부러워 뱀은 만지디 못하고 나뭇가지로 흉내내는 주연, 그것을 보고 놀려대는 다른 출연자들. 일하다 보면 그렇게 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구마를 캐면서 캔 고구마의 길이를 가지고 경쟁을 한다고 하자 고구마를 어떻게든 이어 붙이려는 한선화와 효민의 노력도 가상했다. 틈을 봐서 남의 고구마 뿌리를 끊고, 혹시나 빼앗길까 몰래 챙겨놓고. 고구마를 캐서는 그 형태와 크기에 놀란다. 아직은 어설픈 - 그렇기 때문에 더 정감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청춘불패의 매력이었을 텐데.
이제 슬슬 초심을 찾은 것일까? 대국민약속이네 뭐네 헛바람 들었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일까? 이유는 아마도 영웅호걸. 그리고 슈퍼스타K. 단순히 연예인 게스트 불러놓고 이리저리 예능이나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청춘불패란 어떤 프로그램이었나? 어떻게 화제가 되고 인기를 모았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청춘불패는 유일한 아이돌 버라이어티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돌 버리어이티의 희소성도 약해지고 당장에 비교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한층 안정된 캐릭터와 관계를 통해 일정한 재미를 보장해주는 영웅호걸에 비해 들쑥날쑥 뭐 하자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청춘불패. 이전에는 아이돌 나오니까 용서가 되었지만 이제는 보다 냉정하게 따져보게 될 것이다. 슈퍼스타K가 끝나고서도 과연 청춘불패가 예전 시청율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의심되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
더 이상 아이돌 나온다는 한 가지만으로는 힘들다. 아이돌 위에 청춘불패만의 특별한이 있어야 한다. 대국민약속따위의 거창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는 버라이어티로서의 무엇이 필요하다. 지금 보여지고 있는 그런 것들. 초반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고 감탄케 했던 그런 모습들이. 늦었지만 그래도 겨우 제 길을 찾아 돌아왔다고나 할까?
과연 청춘불패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른다. 그래도 어쨌거나 상당한 고정시청자층을 가진 프로그램이고. 그러나 최소한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보다 청춘불패만의 강점과 개성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같이. 또 지난주같이. 아마도 다음주같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이어질 수 있도록.
아무튼 몇 주 째 계속 좋은 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제는 안심해도 좋을까? 그래도 한 번 사라진 믿음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든 터라. 분발하기를. 그래도 청춘불패 좋다며 여기까지 와서 허튼소리 말라고 한 마디 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가 없다는 건 그런 시청자에 대한 배신이다. 괜찮았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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