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하무적야구단 - 진짜 야구 말고는 볼 게 없구나...

까칠부 2010. 10. 10. 06:50

내내 꺼버릴까 생각했다. 뭔놈의 콘서트 준비? 말했지만 진짜 때가 안 좋다. 슈퍼스타K에,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에, 분야는 다르지만 무한도전 레슬링편에...

 

그나저나 생각한 것이 청춘불패의 그 허황된 대국민약속이라는 게 천하무적야구단의 꿈의 구장 건설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천하무적야구단에서는 그것이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는 청춘불패에서는 꼼수부리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는 느낌.

 

아무튼 그렇게 별 의미없는 예능파트가 끝나고 완산 맥파이스와의 경기가 시작되자 지루함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솔직히 실제 야구경기가 그렇게 진행되었다면 짜증나서 역시 바로 꺼버렸을 것이다. 점수가 나도 어느 정도지. 한 회에 8점, 9점... 볼넷에, 에러에, 호쾌한 안타의 행진이 아니고 지분지분거리는 것이 상당히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역시 천하무적야구단의 묘미. 지루한 게임도 편집의 묘를 통해 재미있게 보여준다. 더구나 객석과 덕아웃, 중계석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야구에 대한 재미와 몰입도를 높인다.

 

사회인야구 3부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선수가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탁재훈의 발로 도루 성공에 폭투로 무사히 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에러로 인해 다시 연이은 실점... 굳이 몸개그같은 것 할 필요 없이 야구 그 자체로 재미가 아니겠는가. 오지호가 굳이 몸개그하려고 그리 넘어지고 자빠지고 했겠는가? 야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내팀이다 싶으면 그리 긴장되고 마음을 졸인다.

 

어쨌거나 기적이 두 번 찾아오지는 않는구나. 광주에서 할 때는 약간의 차이를 두고 새로운 이닝으로 넘어가 역전에 성공하더니만, 역시 기적같은 병살타로 어떻게 기회를 만들었어도 바로 삼자범퇴에 이은 게임셋. 김준, 김성수, 오지호의 황금타선이건만 대세를 바꾸기란 역부족이었다. 그게 실력차이일 테지.

 

처음에는 이거 힘들겠구나, 한 번에 8점을 낼 때는 이거 이기겠는데? 그러다 역전을 당하고, 만회에 실패하고, 아, 이건 안되겠구나... 4회말에서 한 회를 더 공격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혹시나 이번에는... 그리고 결국에 패배.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리라. 미련이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아까웠다는 것일 테고. 천하무적야구단은 야구만 해야 한다. 이리 좋은 것을.

 

하기는 야구 좋아하는 사람만 보기에는 아마 그 시간대가 야구중계시간대와 겹치지 않나? 일반인들도 봐야 하는데 야구만 줄창 보여주어서야 한계가 있겠지. 그렇더라도 예능이라도 재미있어야 할 텐데. 그래도 야구경기에 들어서면 자연스런 웃음이 있어 그것은 볼 만하다.

 

천하무적야구단의 한계이자 장점. 바로 야구. 야구를 어떻게 재미로 승화시키는가. 야구를 좋아했었던 나로서는 야구시합을 할 때면 대만족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로 고민이 필요하겠다.

 

재미있었고. 야구를 하는 동안에는 천하무적야구단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다만 야구를 하지 않을 때. 야구를 하지 않을 때도 야구에 열심이면 보기 좋은데. 만족스러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