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체험과 추상화된 이론과의 괴리다. 평소에 쓰던 언어가 있다. 습관처럼 쓰던 말이 있다. 하지만 이론이라는 것은 보다 원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때로 그것은 현실과 유리되기도 한다.
평생을 농사를 지어 온 농부와 평생을 농사에 대해서만 연구해 온 대학교수와, 그러나 서로 많이 통할 것 같으면서도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평소 공부를 않던 사람이 갑자기 공부를 하려 하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가 평소 해오던 일이면 더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한 60% 맞췄나? 국어순화는 거의 전멸이고, 맞춤법에서는 거의 반타작, 그나마 상식에서 건졌다. 그쪽은 조금 아니까. 참 우리말이 이렇게 어렵다. 굳이 관심을 가지고 바르게 쓰려 하지 않아도 적당히 통하다 보니. 더구나 문제들이 너무 난해하다. 도대체 국어순화같은 건 왜 하는 건가?
굳이 바보취급할 생각은 없다. 뭐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음악하는 사람들이고. 맞춤법과는 담을 쌓은 김태원도 가사 잘만 쓴다. 자기 음악 잘 하고, 자기 무대 잘 꾸며서 보여주고. 예능 나와서 사람들 즐겁게 해주고. 헷갈릴만한 문제가 많았다.
아무튼 시작에서 조금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
"외래어를 쓰면 안 된다."
외래어와 외국어의 차이를 말해보자. 외국어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외국말이다. 반면 외래어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즉 외래어는 단지 외국에서 들어왔을 뿐 우리말인 것이다.
예를 들어 문제로도 나왔던 고추 - 고초苦草에서 유래된 것이다. 김치 - 침채沈菜가 딤채로 다시 김치로 바뀐 말이다. 안경을 그럼 뭐라 바꿀까? 빵은? 고무는? 아나운서도 그렇다. 아나운서를 대체할 말이 있던가? 걸그룹도 마찬가지. 아이돌을 우상이라 부르던 것은 국어순화운동 하던 80년대 쓰던 것이다. 그걸 안 쓰고 어찌 일상생활을 영위하라고. 참 무리수다.
어쨌거나 오늘도 빛이 난 현아. 선화와 마찬가지로 백지스럽지만 선화에게는 없는 애교가 있다. 선화의 백지가 능청스러움이라면 현아의 백지는 애교스러움이다. 김용만과 같이 있으니 아버지와 딸 같고, 정형돈과 같이 있으면 큰오빠와 막내여동생 같고. 분위기메이커랄까? 확실히 프로그램에 활기가 돈다.
별로 그닥 재미있는 포맷은 아니었는데. 노라조 이혁의 개인기는 참 썰렁했고.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지루햇고. 하지만 그런 아이돌의 모습이 있어서. 특히 현아가 분위기를 잘 이끌었기 때문에. 그것을 잘 받쳐 살려준 것이 김용만과 정형돈. 아주 출연자들을 잘 가지고 놀고 있다.
원래는 영웅호걸에 대해 써야 했을 테지만, 그러나 야구로 인해 - 그보다는 아마 다른 이슈가 한 회 쉬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판단을 한 듯하다. 아이돌버라이어티는 영웅호걸이 딱인데. 현재 아이돌을 내세운 버라이어티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가장 재미있고. 가장 아쉽다.
아무튼 보면서 생각한 것이 이게 스타골든벨인가? 도전골든벨인가? 물론 그것이 하나의 포맷이 되기는 했지만 더구나 윤형빈까지 나와 있어서. 윤형빈은 또 왜 왕비호 컨셉인가?
느닷없이 M본부 프로그램에 K본부가 빙의된 듯한 모습이다. 그것이 일단 어색하면서도 새로웠고, 그런 것들을 깔끔하게 꽃다발 스타일로 마무리한 김용만과 정형돈의 진행은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물이 올랐다. 꽃다발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꽃다발스러운... 재미있었달까? 괜찮았다. 나름.
크게 재미는 없지만 아이돌버라이어티로서는 충실하지 않았나. 걸그룹 출연자들이 무척 귀엽고 예뻤다.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무척. 특히 현아. 선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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