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힘이 부친다...

까칠부 2010. 10. 17. 18:44

확실히 남격밴드가 있었는데 초심밴드로 분량 뽑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부분 겹친다. 남격밴드로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을 거의 보여주었는데 새삼 보여줄 것이 뭐가 있을까? 연습기간도 짧고, 또 예능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연모습을 다 보여줄까?

 

드럼치시는 분... 오토바이 나타났을 때 놀랐다. 저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시는구나. 락커시다. 다른 건 몰라도 오토바이 하나 만큼은 락커시다. 김태원이 감옥에 있을 때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계시다니 참 보기 드물게 진정이 있는 분이다. 사람이 잘 나갈 때는 몰라도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소심한 듯 그러나 저토록 화려한 오토바이를 당당하게 몰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초지일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멋진 사람이다.

 

아무튼 공연장면이 띄엄띄엄 산만하게 편집되면서 프로그램 자체도 붕 떠 버리고 말았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모르겠는데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뭐 하자는 것인지. 거의 급마무리의 느낌? 차라리 내년에 남격밴드의 영향도 줄고 해서 했으면 더 나았으련만. 그래도 부활 원년멤버가 모여 프로젝트 앨범을 하나 하게 될지 모른다니 그건 반갑다. 황태순도 나오는 것일까? 이지웅도? 시나위도 임재범과 신대철이 다시 뭉쳤으면 하는 게 있는데...

 

이정진은 아무래도 스케줄에 쫓기는 게 보인다. 방송국에서 섭외하고 그저 이정진은 잠시 들러 숟가락만 얹는 느낌? 하지만 진실한 이야기들이. 허투루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해 주지도 않는다. 때로는 가차없이. 때로는 야멸차게. 그러나 진정을 담아서. 좋은 사람들이다. 그것만으로도 인터뷰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예능으로서는 별로였어도.

 

전반부는 참 산만하고 내용이 없었다.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특히 초심콘서트. 하지만 말했듯 남격밴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더구나 콘서트 장면을 모두 내보낼 수는 없었을 거다. 이정진도 스케줄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 저리 밋밋할 수밖에 없고. 남자의 자격을 보는 가운데 월드컵편 이후로 가장 크게 실망한 회차였다. 하지만 후반부 자격증편이 있어 조금은 만회하지 않았나. 지난주의 삐에로의 눈물과 독립영화 촬영에 비하면 너무 떨어졌다.

 

확실히 남자의 자격의 강점은 그리 독하지 않은 가운데 쉴 새 없이 오가며 끊이지 않는 토크에 있다. 입담들이 여간 아니다. 이경규가 주도하고 김국진과 김태원이 끼어들고 이윤석이 받치고, 김성민이 전보다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이정진과 윤형빈이 슬슬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윤형빈의 뜨개질에 대한 하소연과 김태원의 자기 작품에 대한 자랑, 여전히 손가락 부상이 낫지 않은 이윤석, 수화통역사는 아마 가장 어려운 모양이고, 시험에서 떨어진 김국진은 어색하다. 서로 주고 받고. 서로를 소재로 삼고 자기를 소재로 삼고.

 

이미 자격증편은 토크만으로도 분량을 충실히 뽑아냈다 할 수 있다. 자격증시험은 오히려 웃음기를 쫙 뺀 담백함으로.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조인다. 사실 운전면허시험 뭐 대단할 게 있나? 그것 가지고도 정작 시험보는 당일에는 그리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험을 치르는 김성민보다 지켜보는 이윤석이 힘들다는 말처럼 혹시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했다 했을 때 같이 기뻐하며 칭찬해줄 수 있었던 것일 테지.

 

"삽질인생이야!"

"깊이 팠단 얘기야!"

 

이경규가 마침내 제빵왕 이탁구에 못 미쳐 접수왕 이탁구로 끝나고 말았을 때도,

 

"아무말도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퇴장하자."

 

원래 시험 치르고 나면 그렇다. 합격하면 합격해서 놀리고, 불합격하면 불합격해서 놀리고, 합격해서 놀리는 게 더 크다. 합격빵이라 하지. 좋은 일이 있으니 오히려 더 거리낌없이 놀리고 장난칠 수 있다. 합격으로 놀라고 들뜬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이다. 불합격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양. 그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양. 당사자야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주위에서는 역시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도록.

 

말을 잘해서 토크가 좋다는 게 아니다. 예능출연하는 연예인 가운데 멤버들보다 입담 좋은 이들이 어디 없을까?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 단지 웃음이 아닌 마음이 오고간다는 것이. 그런 진정들이. 바로 그런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어느새 공감하며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일 게다.

 

그다지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그렇게 크게 재미가 있지도 않았다. 그동안에 비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편? 하지만 그런 실망스러움조차도 남자의 자격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좋은 부분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것일 게다. 팬이라 하는 것일 텐데. 그럭저럭 남자의 자격 답지는 않았는가.

 

고양이놈 나갔다 들어와서는 한바탕 하는 바람에. 손가락을 발톱에 찍혔다. 오른손이면 무명지를 쓰지 않을 텐데 왼손은 무명지를 많이 써서 자판을 두드리는 탓에.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자의 자격 답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던. 팬심을 확인한 회차라 하겠다. 재미없어도 재미있다. 팬이란 거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