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본능적으로"에서는 아저씨의 능글거리는 뻔뻔함이 느껴졌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고서 보다 인생을 관조할 줄 알게 된 나이대의 당당한보다는 닳고 닳은 능숙함에 가깝다. 아마 이런 때도 불혹이라는 말을 쓸 수 있으리라. 말 그대로 미혹됨 없는 자신감 그 자체였다.
반면 슈퍼스타K에서의 강승윤에게서는 사랑을 믿고 싶어하는 그 나이 또래의 거친 패기가 느껴졌다. 사랑따위 별 거냐고. 사랑은 내 것이라고. 몇 년 전 CF를 통해 유행어가 되었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나중 가면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세상 모든 것이 내 것 같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곧 젊음이다. 젊음이 갖는 무모함은 그런 넘치는 자신감에 의한 확신에서 나온다. 딱 그 목소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번 또 음원으로 나온 것을 들어보니 수줍다. 또 더 어려졌다. 어쩌면 소녀적인 감수성이다. 소년적인 몽환이다. 당당함으로 포장한 수줍음이며 부끄러움이다. 보다 안으로 스며들며 짐짓 허세와도 같은 자신감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강승윤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누나들이 좋아할까?
확실히 노래에는 다 주인이 있다. 자기가 쓰고 자기가 불렀어도 전작 주인은 따로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종신이 불렀을 때도 나름 색다르더니만, 강승윤이 부르니까 이게 전혀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화제성도 있고 슈퍼스타K의 버프도 있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승윤과 노래가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 아닌가. 그것을 알보고 강승윤에 이 노래를 권했던 윤종신의 프로듀서로서의 안목도 안목이고. 이 노래는 윤종신이 쓰고 윤종신이 불렀어도 결국은 강승윤의 노래였다. 마치 그의 등장을 미리 예건하고 써 놓았던 것처럼.
조금은 심심하다. 슈퍼스타K와 엠카운트다운에서의 무대를 기대하고 들었을 때 살짝 보다 세련되게 빠진 멜로디며 보컬이 어쩐지 심심하게도 들린다. 살짝 들리는 그런 그렁이는 듯한 탁한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인데. 어쨌거나 음원대박. 슈퍼스타K에서 벌써 스타가 나온 듯. 남은 허각이나 존박보다도 먼저.
아무튼 나로서는 슈퍼스타K버전을 더 좋아하는 터라. 음원도 좋지만 그쪽이 미묘하게 내 취향에 맞는다. 라이브를 기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가득이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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