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청춘불패 - 바로 이런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까칠부 2010. 10. 23. 08:23

선화가 바뀌었다. 백지와 백두... 단순히 멍청한 백지에서 순수한 백두가 되었다. 같이 바보스런 대답에도 과거의 선화가 멍청한 이미지로 아슬아슬한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면 지금의 선화는 그것을 순수함과 진솔함으로 보이게 만든다. 원래 바보와 착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니다.

 

물론 혼자 힘은 아니다.

 

"미래가 밝다."

"지금 취조하는 거냐?"

 

선화의 말을 받아 살려주는 송은이가 있다. 짓궂은 듯 하면서 큰언니의 배려가 보인다. 그래도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는 김신영의 이지메에 가까운 리액션보다는 한결 배려하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그 덕분에 선화는 더 자연스러워졌고, 내가 처음 그녀를 주목하고 요구했던 모습들을 이제는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억하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청춘불패 멤버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했던 것이 한선화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노는 것이 MC의 영역까지 노리고 있다.

 

굳이 웃기려 할 필요 있는가? 말장난에 몸개그에,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일로써 얼마든지 분량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가? 호박을 따는데 김신영이 뭐라도 재미있는 멘트를 쳤나? 효민이 간만에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기라도 했던가? 그냥 호박을 땄다. 그것이 쉽지 않았을 뿐. 지미 짐까지 동원해가며, 방송촬영중이라는 기믹에, 스태프까지 참여하며 호박을 따는 그 자체를 즐겼을 뿐.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일상이란 그렇게 즐거운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그런 일상이다. 일상을 진지하게 한다면 재미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살리는가가 능력이다. 그동안처럼 괜히 게스트 불러다 농담따먹기나 할 것이 아니라, 그저 일만 열심히 한다고 뭐라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일로써 예능을 만든다.

 

관계가 없으면 대화도 없다. 하지만 또 그것도 관계다. 하라와 주연의 관계에 주목한다. 서로 어색한 것을 어떻게 살려가는가가 또 관계라는 것이다. 도대체가 촬영도 몇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어색하다는 자체가 웃기는 거고, 함께 있는데도 무어라 할 이야기가 없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거고, 그래도 함께 방송하는 팀인데 최소한의 촬영 도중의 공식적 관계라도 없는 것일까? 청춘불패의 문제가 또 하나 드러났달까?

 

꽃다발에서 소리는 물론 아주 탁월한 웃음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나름 자기만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주 웃기지는 않아도 소리라는 한 개인에 대해 주목할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나르샤, 선화, 빅토리아 모두 다 한 마디씩 하는 동안에도 소리는 말이 없었다. 말을 했는데 편집되었을까? 소리의 감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신뢰할 수 있는 어떤 관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마음놓고 치고 받을 수 있는 신뢰가 없는 것이 오히려 꽃다발에서보다 소리를 위축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송은이의 역할이 기대가 되지만. 하라와 주연조차 서로 말이 이어지지 않는데 그나마 소리는 G7 가운데서도 가장 동떨어져 있다.

 

어쨌거나 어색한 가운데 어색한 것을 살리는 것도 재주라면 어느 정도 단초는 보였다 할 수 있겠다. 그것이 앞으로 하라와 주연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까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주연과 신영, 하라와 신영, 송은이와 한선화 정도다. 나르샤와 빅토리아는 독특한 캐릭터로써 존재감이 더 강하고. 이래서야 늘 말하는 사람과만 말하고 그 사이에서만 분량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어쩌면 청춘불패가 갈 방향을 잃고 외부의 다른 것들에 자꾸 시선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재미와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바깥에서 욕심을 부리려 하는 것일 테지.

 

하여튼 시작부터 유재석 만나고 분량 따오고. 나쁘다는 건 아닌데 너무 외부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가. 게스트를 불러오지 않으면 아예 찾아가고. 프로그램과 멤버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없다. 청춘불패만의 강점으로 오히려 외부에서 청춘불패를 욕심내도록 해야지 청춘불패가 도리어 외부에 욕심을 내서는 어쩌는가? 게스트를 불러도 게스트를 청춘불패에 맞추기보다 청춘불패가 게스트에 맞추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도 유재석이나 박명수나 초반 기본적인 재미는 주었지만. 하지만 그런 게 청춘불패인가.

 

벌써 1주년.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거의 다른 예능프로 1~2개월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니 요즘은 한 달만 되어도 어느 정도 프로그램의 구도가 잡힌다. 영웅호걸에서 출연자들 캐릭터 잡히고 관계 만들어지는데 걸린 시간이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지금도 이진과 서인영 등 새로운 캐릭터와 관계가 더해지며 흥미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MC의 역량의 차이도 있지만 이제는 송은이도 더해졌으니까. 제작진의 분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 같이만 해도 한 달이면 자리 잡고 청춘불패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보는 내내 이렇게만 하면 좋았을. 이런 게 바로 청춘불패의 재미인 것을. 사소하면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들로도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다. 아이돌이란 그렇게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 농촌이라는 향수는 그것을 순수로 포장해준다. 어지간해도 재미있고 흥미가 있다. 참 불만이 많은 회차였달까? 이렇게 잘하면서...

 

재미있었다. 어제 술마시고 뻗어 자느라 늦잠자고 이제서야 다 봤지만. 본방으로 봤어도 아마 유재석 나오는 부분에서 끄고 다른 데 보지 않았을까. 유재석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또 외부에 눈을 돌리고 그에 기대려는 제작진의 비루함에.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재미를 깎아먹는 건 청춘불패 자신이다. 그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