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슈퍼스타K - 허각씨, 드라마 같아요!

까칠부 2010. 10. 23. 09:37

아마 이 한 마디가 어제의 결과를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드라마 같아요!"

 

사실 엄정화도 상당히 어렵게 가수에 데뷔했다. 꽤 유명한 이야기다. 예뻐지려고 쌍꺼풀수술을 했는데 야매로 해서 그 모양이 안 좋게 나왔다고. 고생도 많이 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김보경이 탈락할 때 눈물을 보인 것도 그런 자기 이야기가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그렇게 대중에 화제를 모았던 이유. 아니 베토벤 바이러스며 시스터 액트며 그런 성장물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모두는 성공을 꿈꾼다.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것은 잘나서가 아니다. 대단한 사람들이어서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 그다지 잘나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

 

그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를 통해서 보는 것이다.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에서 자기도 그런 것처럼. 나를 이입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모습들에서 꿈을 이루는 순간의 짜릿함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느껴버리는 것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왜 슈퍼스타K에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만 나오는가? 어렵고 힘들게 꿈을 쫓는 사람들만이 그리 나오고 하는가? 그런 것을 바라니까. 남들보다 더 낫고 더 훌륭하고 더 잘 살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꿈을 이루고 현실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 드라마를 바란다. 그리고 엠넷은 상업방송이다. 대중의 관심으로 돈을 번다.

 

물론 노래는 허각이 잘했다. 그 이전에 허각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타이틀곡 자체가 상당히 전형적인 대중가요다. 전람회의 "취중진담"은 이승철의 말처럼 가사가 중요하다. 윤종신이 말한 그대로 말하듯 불러야 한다. 그것이 존박의 스타일이고 그 자체로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자기에 맞는 노래를 자기에 맞게, 그리고 곡에 맞게 잘 부른 허각에 비해 존박은 위화감이 좀 있었다. 이번 결과만 놓고 보자면 허각이 한 수 위였다. 다만 곡만큼이나 허각의 스타일도 스탠다드에 가깝기 때문에 윤종신의 말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을까.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다. 다만 지금은 노래 잘하는 가수의 시대는 아니다. 그것이 내가 존박을 더 높이 보고, 강승윤에게서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는 이유일 테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허각이 존박에 우세하기도 했지만 그렇더라도 스타성에서 존박이 허각에 떨어지는가? 하지만 이것은 프로가수의 무대가 아니다. 프로가수의 순위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디션이다. 즉 선택의 자리다. 최종적으로 누가 슈퍼스타가 될지는 모르지만 슈퍼스타가 될 자격을 부여받는 자리다. 말 그대로 등용문. 성공의 관문이다. 아마추어로써 스타의 관문을 통과하려 할 때 사람들의 심리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가 더 잘하는가보다 누가 더 잘했으면 좋겠다. 누구를 더 좋아한다기보다 누가 더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이입이 되기 시작한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해외 명문대에 재학중인 존박보다, 키도 작고 그리 잘 생긴 외모도 아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다니다 중퇴했다는 허각. 어쩌면 많은 조건에서 상당히 떨어지기에, 그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선전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들. 엄정화의 마처럼 이제까지 힘들었으니 마지막에는 성공하기를 바라는 - 그러면서 그것이 자기이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들이. 상당히 서민적인 허각의 외모도 한 몫 했으리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 내 주위의 모습 같다. 스타탄생의 순간에 그런 성공의 드라마를 보고 싶다.

 

심사위원점수보다 더 크게 차이가 벌어진 실시간문자투표의 결과가 그것을 말해줄 것이다. 잘 생기고, 명문대 출신에, 무대도 화려하고, 하지만 보다 소박한, 그러나 탁월한 실력에 진실성이 보이는 허각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프로가수로서의 스타성과는 별개로 그런 사람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과연 프로로 데뷔해서도 존박과 허각의 차이가 지금과 같을까? 소미션에서의 CF촬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는 않은가.

 

흥미로운 무대였다. 그리고 즐거운 방송이었다. 둘 다 실력은 탁월하다. 개인적으로 조영수의 밋밋한 발라드는 그다지 취향이 아닌 탓에 노래 자체에는 그다지 몰입을 못했다. 하지만 그것을 자기 스타일로 부르는 존박이나 충실하게 정석대로 부른 허각이나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은 확실하다. 그들은 이미 프로다. 아니 허각은 행사무대에도 많이 섰으니 원래부터 프로였겠지.

 

두 사람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빌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김지수나, 벌써 스타가 되어 버린 강승윤이나, 남성팬들의 지지가 높았던 김은비, 그리고 장재인... 이미 가능성과 실력을 검증받은 만큼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배철수의 말처럼 이제 시작이니까. 그들의 앞날을 축복한다. 꿈을 이루라. 마치 꿈처럼. 모두가.

 

현실은 드라마보다 항상 극적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을까. 그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