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싸우며 크는 막내들...

까칠부 2010. 10. 25. 08:06

남자친구가 닭살스럽게 부르던 호칭이 뭐가 있는가? 여러 다른 멤버들의 대답을 들으며 마침내 노홍철이 아이유에게 물었다.

 

"아이유씨는요?"

 

당연히 아이유는 대답한다.

 

"아직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러자 예의 그 공룡이 되어 아이유를 노려보는 지연,

 

"뻥치지마!"

 

그리고,

 

"입다물어!"

 

신봉선의 폭로에 한 바탕 왁자하게 무너진다.

 

"아이유, 내숭 떨면 안 돼!"

"예전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해서 연예담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제가요? 아니에요. 제가 아직 어려서..."

"회사에서 지적 들어갔나봐요..."

 

발뺌하는 아이유에게 지연이 다시 저격한다.

 

"제가 알고 있어요!"

"뭐가? 네가 뭘?"

 

분을 못 참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바닥을 내리치는 아이유.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잠시 일단락된듯한 이야기는 남자의 어느 부분을 보는가 하는 이야기에서 다시 이휘재에 의해 끄집어내진다.

 

"쇄골을 봐요. 늘어진 니트 사이로 드러난..."

 

여기서 은근슬쩍 낚시바늘을 던지는 이휘재,

 

"사귀던 분이 학생은 아니었나 봐요?"

"네..."

"네 그러는데?"

"아니 안 만났어요. 남자 한 번도..."

 

급히 수습하려는 아이유에게 노홍철이 쐐기를 박는다.

 

"말하지 말라고 누가 그랬어요?"

 

이제는 다 포기했을 테지. 아이유의 대답이 순순히 나온다.

 

"회사에서..."

 

 

새삼 아이유가 남자 사귀고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 까닭이 있을까? 연예인도 사람이고, 서로 마음이 맞으면 사귀고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리다고 이성을 사귀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러려니.

 

하지만 저 장면이 인상에 남는 것은 지연과 아이유의 귀여운 신경전 때문일 것이다. 아이유의 내숭이 마음에 안 드는 지연과, 그런 지연이 얄미운 아이유. 은근히 친하면서도 앙숙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또래인데.

 

서로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이다. 동갑내기니까. 친구니까. 그래서 더 짓궂을 수 있는 것이고, 짐짓 더 과격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게 친구 아니던가.

 

그렇게들 놀며 크는 것이다. 싸우면서 큰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서로 미워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우정으로. 서로를 의식하면서. 그렇게 귀엽게 싸우는 것.

 

영웅호걸이 갖는 최고의 무기다. 거의 핵폭탄급이다. 그냥 둘이 한 데 모여 있어도 웃음이 절로 피식거리며 터져 나온다. 굳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하는 짓들이 그리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것은 웃겨서 웃는 웃음이라기보다 호감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아이유와 지연만이 아니다. 노사연과 홍수아가 그렇다. 신봉선과 유인나가 그렇다. 서인영과 신봉선이 그렇고, 홍수아와 신봉선이 그렇고,

 

굴러요 퀴즈에서 은근슬쩍 메가폰을 가지고 돌아가려는 신봉선을 잡아채는 서인영의 모습이나, 그런 서인영을 도와 신봉선을 제압하고 메가폰을 되찾는 멤버들의 모습이나, 이건 무슨 퀴즈가 아니라 격투기다. 그래플링 기술이 들어가듯 과격하게 서로 엉켜 구른다.

 

마지막 문제에서 이진이 퀴즈를 맞추고 홍수아를 얼싸안고 구른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이진은 패자인 홍수아에게 기쁨을 표시하고, 홍수아 역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때로 독한 이야기들도 오간다. 때로 짓궂게도 놀리고 한다. 홍수아로 인해 마침내 팀이 꼴찌로 전락했을 때 신봉선과 나르샤의 대응은 아주 날이 선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서인영이 홍수아를 얼싸안고 있었다.

 

물론 독하게 웃겨서 웃긴 것도 웃음이다. 뜨거운 형제들이 그렇게 웃긴다. 무한도전도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이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서로를 디스하고 배반하는 것만으로 지금껏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을까? 그 이면에 흐르는 따뜻한 끈끈한 정을 보는 것이다.

 

사람이 좋아야 웃음이 좋다. 사람이 좋아서 웃는 웃음이야 말로 좋은 웃음이다. 선한 웃음이 거리낌이 적다. 거리낌이 적으니 더욱 웃음은 해맑다. 따뜻해서 웃음은 더 좋기도 한 것이다.

 

아름다운 여자들이다. 매력적인 여성들이다. 과연 그런 이들이 굳이 서로 물고 뜯고 흉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런 건 신봉선이 혼자 맡아도 좋을 것이다. 남자인 이휘재와 노홍철이 대신할 부분이다. 아름다운 이들은 그 행동마저도 아름다워야 한다. 멋지지 않은가?

 

기믹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갈수록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어울리는 모습들이 보기에 흐뭇하다. 예쁜 이들이 하는 것도 예쁘다. 귀여운 아이들이 귀엽게 또래답게 어울려 놀고. 남자를 사귄 적 있네 없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들이 좋은 것이다. 마치 아이들 재롱 보는 듯 놀리는 주위의 연장자들도.

 

이번 회차의 최대 승자는 그래서 아이유와 지연. 특히 그 가운데서도 지연. 결국 아이유가 1위로 남자모델과 단독사진을 찍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 지연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났다. 유인나의 역할이 컸지만, 그보다는 아이유와 어울리며 나타나는 자연스런 또래다운 질투와 시기심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다른 이였으면 그러한 툴툴거리는 모습이 안 좋게도 보였으련만 그저 귀엽게만 보이고 있으니. 지연도 아이유 또래의 그냥 "아이"인 터다. 아무리 잘 나가는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진, 확실히 이제는 지루함과 어색함으로 캐릭터를 잡았구나. 데뷔 12년차에 카메라도 못찾는다. 카메라를 못 찾아 등지고 앉는다. 그런 어색한 표정과 동작들이. 약간 빈 듯한 모습이 순수해 보인다. 나이답지 않은 천진함이 그녀에게는 있다.

 

남초사이트에서 반응이 좋다. 아이돌 이진이 아니라 여성 이진이다. 연예인답지 않은 그런 어색함들이 오히려 더 사람들에게 호감으로 다가온다. 아이유에 빙의되었을 때 그 멍때리는 모습이야 말로 또한 이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이유와 전혀 차이가 없는 모습들이 그녀의 매력일 것이다.

 

아무튼 무척 재미가 있었든. 하여튼 내내 웃으며 보았다. 굴러요 퀴즈에서 서로 엉키고 부딪히는 슬랩스틱에서부터. 서로 옷 갈아입고 빙의하는 모습까지. 서로에게 이렇게 보이는구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디테일한 모습들이 있구나. 그들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란 그렇게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이런 사람들이구나.

 

서인영도 무척 귀여웠다. 확실히 영웅호걸로 가장 호감도 높아진 연예인이 서인영이다. 특히 상으로 주어진 야식 가운데 양념갈비를 몰래 훔쳐먹는 모습이, 그리고 시침 뚝 떼던 표정이, 결국에 들켰을 때의 짐짓 허세부리는 그런 행동들이. 세련되면서도 사이사이로 보이는 그런 허술함이 무척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웃었고 그리고 그녀가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유쾌한. 정말이지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명하게 웃고 즐길 수 있었던. 그냥 그녀들의 매력 자체를 즐기면 되었다. 그녀들이 보여주는 매력에 빠져들면 되었다.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끝으로 아이유의 컨셉사진. 60년대, 70년대 스타일의 올드한 컨셉이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아이유가 상당히 고전적으로 생겼다. 귀염상이기도 하지만 고전적인 미인상이다. 굴러요 퀴즈 할 때 얼마나 놀랐던가. 이런 성숙한 매력이 있었는가. 아니나 다를까... 팜므파탈? 그보다는 우아함이 느껴지는 흑백영화시대의 상류층 여성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섹시함은 아직은 조금 멀었다. 섹시함은 그늘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말미의 화보촬영은 보너스가 아니었을까. 마음껏 웃고 즐기고 그리고 눈으로도 즐기라. 그져들의 새로운 매력을. 멋진 사진들이었고 아름다운 모델들이었다.

 

일요일의 화려한 종합선물세트. 아름다운 여성을 사랑하는 이라면. 매력적인 여성을 사랑할 줄 아는 이라면.벌써부터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것은 그만큼 만독스러웠기 때문이리라.

 

좋았다. 더 말이 필요없을 만큼. 즐거움이 무언가 아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