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들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지역방송국에서 아예 프로야구 경기가 있으면 철저하게 연고팀 위주로 편파해설을 한다고 하지? 그만큼 지역연고가 잘 정착되어 있다는 뜻이리라. 지역방송사와 연고구단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삼위일체로 지역연고제를 확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하기는 내가 그동안 전혀 관심도 없다가 천하무적야구단의 시합을 보게 되었을 때 어떻게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보게 되었을까? 보통의 프로야구 중계는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서 몇 년의 공백을 절감하며 중계를 보는 것을 중간에 그만두고 만다. 바로 중계다.
그렇게 편파적이다. 그렇게 편향적이다. 그런데 디테일하다. 해설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전혀 보지 않다가도 어느샌가 내가 저 팀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어떻게 훈련을 해 왔고, 최근 페이스가 어떻고, 실력은 어떠하며 가능성은 어떠한가? 그렇게 천하무적야구단 선수들에 대해 잘 알게 되면서 한층 가깝게 여기게 된다. 이입이 되는 것이다. 내 팀이다.
이기면 기쁘고 지면 분하다. 안타를 치면 즐겁고 안타를 맞으면 안타깝다. 플레이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호수비를 보면 박수갈채가 나오고, 에러를 보면 야유가 터져 나오고. 그러나 반대로 내 팀이 공격일 때는 호수비에 야유가 터지고 에러야 박수갈채가 나온다. 팀의 승패에 따라,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따라 사람들의 감정이 움직이고 어느새 팀과 동일시여기게 된다. 바로 프렌차이즈라는 것이다.
휴일도 아닌 평일이다. 그런데도 관중석에는 프로야구도 경기도 아닌 사회인야구단 경기에 적지 않은 사람이 모였다. 그 가운데는 야구가 뭔지 알기나 할까 싶은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니 평일이라 어린아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응원도구까지 가지고 나와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이유. 고작해야 사회인야구경기에 표정이 바뀌고 몸동작이 바뀌는 이유들. 팬이니까. 내 팀이니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 이 -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동안 그것을 유지해주는 것이 바로 허준과 김성한과 백지영의 편파해설인 것이다. 편파해설을 넘어 선수 개개인의 시적인 부분까지 까발리며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그런 노골적인 솔직함이다. 그러면서 그들에 휘말려 어느샌가 천하무적야구단은 내 팀이 된다.
내 팀이 있으면 경기란 그렇게 재미있다. 말했잖은가? 안타가 그냥 안타가 아니다. 에러가 그냥 에러가 아니다. 볼배합 하나하나가 관심 대상이다. 이겨야 하니까. 지면 안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안타를 쳐야 하고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하고. 그를 위해서 선수들의 표정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보게 된다. 선수들이 하는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며 그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그만큼 더 야구가 재미있어진다. 물론 그 재미의 중심에는 천하무적야구단이 있다.
편파해설이 문제가 아니냐? 그러나 방송은 천하무적야구단의 홈그라운드라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가 천하무적야구단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어떻게 해도 천하무적야구단은 천하무적야구단 팀에 의해 꾸려진다. 그렇다면 당연히 천하무적야구단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중이 보고자 하는 것도 천하무적야구단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겠는가? 아니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철저하게 천하무적야구단을 대중의 앞에 내세워야 할 것이다. 주인공으로써. 프로그램의 중심으로써. 천하무적야구단이야 말로 천하무적야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의 시작이자 끝이니. 천하무적야구단에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을 때 - 동질감을 가질 수 있을 때 프로그램도 살아날 수 있다.
지역연고라는 것이 그렇다. 내 팀이고, 그래서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한 지역사회의 단합과 활력을 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프로구단의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지역연고가 확고히 자리잡아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야 비싼 중계료를 지불한 보람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열광할 수 있는 팀이 생길 터다. 무엇으로 그렇게 만드는가? 경기장에 찾아갈 맛이 나도록,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것을 지켜보는 보람이 있도록.
그래서 참 재미있다. 어느새 천하무적야구단은 내 팀이 되고 나는 내 팀을 응원하고 있다. 중계를 보는 사이 그렇게 이끌려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민방이 널리 선전하면서 지역연고팀에 대한 그같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 한국의 방송시스템 안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니. 아쉽지만 예능이기에 가능한 작은 일탈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허준과 김성한, 백지영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대신해 그들이 있음으로써 경기가 몇 배 더, 프로그램까지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포터즈의 문제. 문득 생각났다. 서포터즈는 철저히 서포터즈일 뿐인 것일까? 처음에는 한 데 어울리는 것도 있고 하더니만 이제는 아예 경기가 없는 날이면 보이지도 않는다. 게릴라콘서트도 자기들끼리만 한다. 야구교실 열었을 때도 서포터즈 멤버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었다. 마치 서포터즈란 아예 있지도 않은 사람들인 것처럼. 그래서야 기껏 연예인 섭외해서 서포터즈 삼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아가씨들이다. 잘만 보여준다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도 하다. 그로써 그녀들 자신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천하무적야구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서포터즈 자신이 시청율을 높일 수 잇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저런 식으로 응원만 시키고 방치해 놓으니. 아직 무명이고 신인이라 그리 바쁠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녀들에게도 게릴라콘서트의 자리 하나를 마련해 놓으면, 그것이 서포터즈로서의 모습이라면 그것으로 또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야구란 남자의 운동일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볼보이가 아니라 볼걸이다. 남자이기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좋다. 사이사이 보이는 응원장면에서 서포터즈 개개인을 눈여겨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과연 여성 서포터즈를 보다 앞에 세운다고 대중들이 천하무적야구단에 실망하고 등을 돌릴 것인가? 오히려 그녀들의 매력에 따라 조금더 대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남들 다 야구하는데 춤만 춘다는 것도 뻘쭘한 것이라. 아예 여성들이 야구를 하지 않으면 모르겠는데 어제 시함에서는 여성 선수까지 출전하고 있었다. 얼마전에는 어머니들 불러놓고 생초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있었고. 그런데도 서포터즈 앞에 놓인 것은 경기장과 관중석을 가르는 그물망이다. 그물망을 손에 쥐고 안타까워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매력적인 아가씨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더 보고 싶다. 더 자세히 보고 싶다. 남자들 야구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매력적인 아가씨들이 야구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낭비가 아닐까? 더렇게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것을 한정하여 묻어두는 것은 더욱.
다들 아저씨들에 아직 젊은 아가씨들이니 서포터즈와 러브라인 만들기는 무리고 조만간 서포터즈까지 포함하여 여성들에 야구를 가르치고 시합을 치러보면 어떻겠는가? 남자들과 더불어 여자들도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도 곧잘. 좋지 않을까? 시각적으로도. 보는 즐거움에 있어서도.
초반 게릴라콘서트 준비 자체는 별로 색다를 것이 없었다. 비샤이니가 나왔지만 샤이니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역시나 천하무적야구단은 야구랄까? 그리고 그러면서 눈에 뜨인 것이 중계석과 서포터즈. 저들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저들을 잘 활용한다면? 알아서들 하겠지만. 어쨌거나 야구는 좋았다. 야구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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