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 참 중요한 말을 했다.
"오늘 써니는 어디까지나 게스트에요!"
아무리 전멤버이고, 잘 했었고, 그래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그래도 역시 써니는 현재 청춘불패에서 하차한 상태인 외부인이다. 현아도 마찬가지다. 단지 전멤버로써 그동안의 기억이 게스트라기에는 특별한 어떤 느낌을 주고 있을 뿐.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런 것까지 포함한 게스트인 것이다.
그런데 보라. 하긴 그동안도 그랬다. 게스트가 게스트인 것은 그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현재 출연중인 고정멤버들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게스트는 단지 그런 가운데 약간의 변화와 양념을 더한다. 이번에도 정작 분량을 만들었어야 하는 했던 이들은 구하라, 주연, 나르샤, 선화, 효민, 소리, 빅토리아의 일곱 멤버였다.
물론 그럼에도 구하라와 주연은 자기 분량을 확실히 챙겼다. 선화 역시 그동안의 상승세가 우연은 아닌 듯 순간순간 자기 분량을 알차게 챙겼다. 효민은 써니로 인한 버프가 있었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모두를 더해봐야 써니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이건 1주년 특집이라기보다는 써니 특집이니.
전에도 말했지만 이미 출연자들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자기 캐릭터와 관계를 가지고 확실하게 분량을 챙길 수 있으면 그래도 상관은 없다. 결국 써니의 분량이 늘어도 그런 가운데 기존의 멤버들이 그것을 알차게 챙겨먹을 것이니. 오늘 분량을 챙긴 멤버들이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청춘불패의 현재 캐릭터와 관계가 그렇게 확실한가?
김신영도 오로지 써니다. 효민도 오로지 써니다. 주연은 김신영의 써니사랑에 끼어들어 겨우 분량을 챙기는 정도다. 나르샤도 혼자 놀고, 빅토리아도 혼자 놀고, 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러니까 써니로 인해 다른 멤버들까지 살아날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는 거다. 게스트가 출연해서 그들을 소재로 기존의 고정출연중인 멤버들이 분량을 챙길 수 있게 되면 결국은 자기가 분량을 챙기는 거다. 그러나 그게 안 되니까. 결국에 써니가 주인공인지, 현아가 주인공인지, 아니면 이제 청춘불패의 현재 주인들인 G7이 주인인지.
더구나 MC며 제작진이며 써니 띄우기도 너무 지나쳤다. 이미 지나간 멤버다. 이미 하차하여 게스트로나 출연하는 멤버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G7일 터다. 앞으로도 매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일곱 멤버일 터다. 비교하며 써니를 띄워봐야 무엇하는가? 써니를 띄우며 아쉬워해봐야 그렇다고 써니가 돌아올 것인가? 차라리 그렇게 하던가.
게스트는 어디까지나 게스트여야 의미가 있다. 지난 멤버들 - 즉 OB들 다시 불러모아봐야 그래도 역시 중심은 현재의 고정멤버들이었어야 했다. 그나마 자리도 잡지 못한 프로그램. 모든 것이 아직도 허술하기만 한데 거기에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 버리면 어쩌자는 것일까?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람들인데.
다음주를 생각해 보자. 그 다음주는 또. 과연 오늘의 분량이 다음주에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오늘 제법 써니 때문에 분량이 잘 나왔어도 그 다음주에는 그것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 것인가? 그때도 여전히 고정출연중인 멤버들은 청춘불패를 꾸려갈 것이고, 써니는 없을 터인데, 이번주 써니의 분량이 그때 가서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프로그램에서.
왜 아직까지도 청춘불패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생각하는가. 써니가 그 예다. 현아가 그 예다. 게스트가 그렇다. 이야기가 있다. 기억이 있다. 연속성이 있다. 그게 리얼버라이어티다. 축적되는 관계. 누적되는 기억. 그것이 단단하게 서로를 엮는 고리가 되고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형태와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허구헌날 게스트에, 그렇다고 게스트를 통해 캐릭터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게스트를 쫓아다니기 바쁠 뿐이다.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어지지도 않고 누적되지도 않는다. 축적되지도 않는다. 마치 아스팔트 위에 겨우 뿌리를 걸친 들풀처럼 바람이 스치면 그대로 흩날려 떠내려 갈 뿐. 그게 오늘도 반복되고 있었다.
괜히 게스트에 대해 불만을 갖고 불평을 해대는 것이 아니다.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정작 청춘불패를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G7인데 도리어 게스트가 주인공이 되는 것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단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게스트로 인해 정작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희석되니까.
차라리 지난 1년 동안의 방송분량을 편집해서 특집으로 보여주느니만 못했다. 써니를 부를 것이 아니라 써니가 출연한 분량을 보여주느니만 못했다. 무슨 청춘불패가 영웅호걸처럼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도 아니고. 영웅호걸도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앞으로 한 달은 고생해야 할 터다. 겨우 김신영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연에게도 이건 꽤나 성가실 수 있다. 정말 감 없는 제작진이랄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청춘불패의 최대 구멍은 제작진이다. 소리도 아니다. 이 멤버로, 이 포맷으로, 이 컨셉으로, 그러나 결국 이런 식으로밖에는 만들지 못한다는 게. 길게 멀리 보고 청춘불패라고 하는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보다는 눈앞의 시청율에 급급해서 주먹구구밖에 못한다는 것이. 그러니 1년이 되어도 이 모양이지.
아무튼 더구나 오늘 게스트 가운데 이계인이 그리 불편해서. 이 아저씨는 너무 마이페이스다. 주위에 자기를 맞추지도 못하고, 주위에 자기를 맞추지도 못한다. 그냥 윽박지를 뿐이다. 재미있을 때는 재미있는데 오늘처럼 또 혼자서만 제멋대로 자기세계에 빠져서는. 맥을 제대로 끊는다. 하기는 아무것도 못한 천명훈보다는 차라리 나으려나? 정말 아무것도 못한 것일까? 분위기에 제대로 할 여지조차 없었던 것일까?
재미는 있었다. 웃기기도 했고. 지난 1년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하지만 청춘불패라고 하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 벌써 1년 째 이어져오고 있는 프로그램의 앞으로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과연 타당했는가? 오늘의 방식이 과연 좋았다고 할 수 있는가?
좀 멀리 보기 바란다. 광고 완판이라지 않은가? 당분간 폐지에 대한 걱정도 없어 보인다.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세부를 채워가야 할 터다. 그럴만한 힘이 청춘불패에는 있다.
정말 안타까웠던. 써니나 현아나 반가운 얼굴들인데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가?
제작진의 분발 없이는 청춘불패의 앞날도 어둡다. 소리가 아닌 제작진의 분발을 촉구하는 바다.
재미있었다. 그러나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청춘불패의 현재와 같은 회차였다.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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