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긴 요즘 고무줄 할 만한 곳이 없기는 하다. 바닥이 흙땅이어야 고무줄하다 넘어져도 충격이 흡수된다. 신봉선과 정가은이 했던 것처럼 넘어지거나 할 경우 콘크리트에서는 충격이 클 수 있다. 그리고 또 고무줄 하려면 일단 아이들이 밖에 나와 모여야겠지.
고무줄도 세대차이가 있다. 노사연의 고무줄과 정가은, 신봉선의 고무줄과, 서인영의 고무줄과, 니콜의 고무줄. 아니 단지 버전만 다를 뿐 여러가지 고무줄놀이를 함께 섞어 하고 있었다. 노사연과 신봉선, 서인영, 니콜이 보여준 고무줄을 모두 본 기억이 있다. 난도로 나뉘던가? 아니면 그때 취사선택하는 것이던가? 각자 다른 고무줄이 한 공간에서 같은 아이들에 의해 공존하고 있었다.
가장 스탠다드하기로는 아마 노사연일 것이다. 니콜도 비슷하고, 신봉선과 정가은이 보여준 것은 난이도가 조금 있는 것. 머리 위로 올리고 고무줄 타는 것 보고서는 어려서 그리 놀라고 신기했었는데. 아마 높은 줄을 몇 번 타고, 나머지는 낮은 줄을 타는 방식이던가 그랬을 것이다. 서인영과 홍수아가 한 것은 삼인조. 나도 남자라 고무줄에 대해 잘은 모른다. 그러나 미국 LA에서 온 니콜만큼도 고무줄을 모르는 지연과 아이유라...
많은 놀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어려서는 하루에 한 가지씩만 놀아도 일년내내 다른 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놀이가 많았다. 고무줄도 여러 룰이 있었고, 구슬치기도 여러가지 다양한 룰이 있었으며, 사방치기도 역시. 오징어도 그 아류가 많았다. 모두 흙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둘 골목에 모이면서,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검은 흙땅에서 다른 것 없이 돌맹이 하나로 금을 긋고 놀던 그런 놀이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놀이를 할 만한 공간도, 할 수 있는 시간도, 할 아이도 없겠지. 아이유와 지연이 벌써부터 그 세대일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조금은 신기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더불어 이런 미션을 남자의 자격에서도 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영웅호걸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에피소드지만 어린시절 놀았던 놀이들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하고 놀았다면 이제는 부모도 함께 놀아주고. 놀이를 통해 세대간의 간격을 좁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 서인영이 고무줄 잘 가져왔다. 그 앞과 그 뒤가 고무줄로 모두 가려져 버렸다. 더불어 여자아이들은 모이면 그렇게 노는구나. 여자아이들 고무줄하는 것을 훔쳐보며, 때로는 고무줄도 끊어먹으며, 그래서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 고무줄은 사내아이들이 끊어먹은 자리를 묶어 다시 이은 흔적이 누덕누덕 있었다. 그리고 서인영처럼 고무줄 끊어먹고 도망가는 사내아이들의 뒤를 쫓아 윽박지르는 괄괄한 선머슴아들과.
아이유는 확실히 그냥 보아도 초등학생 아닌가. 키가 비슷해서? 그보다는 딱 보기에 초등학생이다. 받아쓰기를 하고 서로 점수를 확인하는 아이유와 지연의 모습은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 단짝과 점수를 맞춰보며 으스대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고 놀았었는데. 아이유와 지연을 따로 떼어 놓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렇게 한 데 모아 놓으니, 특히 오늘과 같은 주제에서는 한결 그 시너지가 있다.
서인영더러 놀려먹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초등학생들의 지적은 또 얼마나 정확한가. 평소 그리 시크하고 도도하고 건방진 모습을 하다가도 한 순간에 그 욱하는 성격으로 바로 무너져 내린다. 천연덕스레 킬힐을 포기한 대신 제작진에 발판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그런 와중에도 자존심이랄 3센티 깔창을 지키려 달려들고, 손가락으로 차지한 3위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처량맞은가. 무너지지 않으려는 그 자존심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 귀여워 보이도록 한다. 1위로 올리기보다 한참 뒤로 밀어 당황해하고 곤란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이 있다. 망가지는 순간을 제대로 캐치하는 감각이 물이 올랐다. 사랑스러울 정도다.
홍수아의 어딘가 어설픈 깨방정은 또 그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같은 무리수더라도 길이 하면 어딘가 비호감이기 쉽다. 그러나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악의 없이 선량해 보인다. 노사연에게, 신봉선에게, 그리고 유인나에게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스스로 망가져 만들어내는 웃음이란 유쾌하다. 분명 무리수인데 묘한 백치미가 그 전혀 웃기지 않을 것 같은 무리수마저 웃도록 만든달까? 더구나 오늘은 유인나까지 함께 어울리며 묘하게 학교에 어디에나 있는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공주병 캐릭터를 잘 연기해 보여주고 있다. 리액션도 좋고 스스로 망가지는 액션도 좋고. 무엇보다 선한 인상이 즐겁게 웃도록 만든다.
이진이야 뭐... 참 어색한데 말이지. 뭐라 할 말도 없고. 그래서 할 말이 없어 모두 딴 짓 하는 가운데 그것이 어쩐지 영웅호걸 안에서는 무척이나 어울려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웃기는 멤버는 많다. 굳이 이진이 아니어도 많이들 웃긴다. 지연도 그렇게 웃긴 캐릭터는 아니지. 제작진과 MC와 멤버들이 살려 웃길 뿐. 상장을 가져왔다고 자랑하다가 동생들이 무더기로 가지고 온 상장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마는 그것이 이진의 매력이 아닐까?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그런 모습에서 웃기지 않더라도, 지루하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낀다.
과연 사람들이 영웅호걸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가? 아이유와 지연은 초등학생 차림이 아직 어울릴 나이였다. 홍수아와 유인나는 초등학생의 정신연령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서인영은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신상녀의 캐릭터를 지켰고. 이진과 박가희와 나르샤는 조금 어색하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교실 풍경에서. 여기까지 냄새가 풍기는 것 같은 풍성한 도시락에. 책상을 마주하고 나누어먹는 즐거움에. 그래. 정가은처럼 아예 도시락 없이 수저 하나로 점심시간을 때우는 녀석들도 있었다. 꼭 보면 선생님 수업하고 남 발표하는 사이 자기 이야기에 바쁜 어수선한 친구들부터.
귀에 이어진 체육시간이야 그런 건 출발드림팀으로 넘겨도 좋을 것이고. 박가희야 춤으로 단련되었고, 용주의 운동실력이야 역시 출발드림팀으로 검증이 되었고, 이진과 정가은은 일단 키가 크고, 홍수아도 운동을 잘 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역시 지연이 뜀틀을 뛰어넘는 것을 보며 놀라 입을 쩍 벌리는 서인영의 모습이 있기에 이것은 영웅호걸이 아닐까.
이휘재의 찌질남 연기는 멤버들이 놀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노홍철의 어수선함은 멤버들이 움직일 방향을 제시한다. 캐릭터가 없다는 정가은마저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12인 12색의 미녀들. 동갑내기 이진이 바로 옆에 있다며 반갑게 손을 잡고 교실로 이동하는 그런 정이 있다.
아마 가장 기본에 충실한 예능일 것이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어쩌면 가장 웃기거나 재미있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러나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출연자들과의 어떤 공감에서 오는 유쾌함일 것이다. 일요일 저녁 가장 빛나는 예능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흐뭇한 웃음이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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