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 런닝맨이 재미있어졌다. 말이 많아지고 수다스러워졌다. 그에 따라 캐릭터가 잡히며 웃음보가 터져나온다. 다만 그 웃음들이 런닝맨이라는 제목처럼 달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떠느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 말로 웃기자는 것이 원래 런닝맨의 컨셉이었을까?
물론 여전히 숨바꼭질을 재미있다. 가장 런닝맨스러운 부분이 아닌가? 항상 미션팀의 뒤를 쫓는 김종국의 존재는 보고 있는 나조차 심장이 벌렁일 정도로 존재감이 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숨는 자와 그를 찾으려 하는 자, 만만한 광수 앞에서는 기세를 올리고, 두렵기 그지없는 김종국 앞에서 그 다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순간 간발의 차이로 미션을 완수하는 그런 장면들까지도. 원래 이런 걸 원했었구나.
하지만 숨바꼭질이 있기 전에 런닝맨은 그냥 그런 굳이 런닝맨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은 뻔한 예능에 불과하다. 더구나 몰래카메라다. 지겹지 않은가? 몰레카메라라니? 그것도 자기들끼리 서로 속여먹다가는 이제는 게스트를 속여먹는다. 런닝맨만의 어색하고 서툰 모습이 또 다른 매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식상하지 않은가.
재미있어졌다고 해서 봤더니 확실히 재미있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런닝맨이라는 제목만 놓고 봐서는 차라리 시청율 낮던 초창기가 훨씬 그 목적에 충실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에 시청률이라는 것일 텐데. 하기는 방향도 못잡고 헤매고 있을 것이면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실망은 단지 개인적인 느낌을 뿐.
뜨거운 형제들 - 역시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건 또 뭔가? 거짓말탐지기에 봉은사 수행에.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둘을 유기적으로 엮지도 못하고. 결국에 나중에는 뻔한 감동코드. 감동이 오는가? 하기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서로 물어뜯는 것이 전부인 뜨거운 형제들이 제대로 시청자 앞에 호감으로 자리잡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무튼 문제라면 도대체 뭘 보여주려 했는가 보고 나서도 감을 못 잡겠다는 것. 기껏해야 출연자들 개인의 어쩌면 예민할 수 있는 사적 이야기를 거짓말탐지기의 힘을 빌어 지켜본 것? 하지만 그런 것들이야 알거나 말거나. 그런 것들이 뜨거운 형제들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더구나 프라이버시라는 차원에서도 굳이 그런 이야기들까지 파헤치고 방송으로 내보내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본능적인 불쾌감이다. 거짓말이란 때로 서로간의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윤활제이기도 할 터인데. 불쾌하기도 했었다.
끝으로 김구라의 방송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겠다. 과더하게 인상을 쓰고 정색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단지 조금 짓궂을 뿐인 대사들조차도 서로에 대한 물어뜯기 디스로 여겨진다. 아무리 독한 것이 대세더라도 이 이상은 아직 이르지 않을까. 모자른 것 투성이다. 봉은사에서의 수행부터 해서.
꽃다발 - 현아가 안 나왔구나. 전효성은 여전히 예쁘고, 나나는 그야말로 조각상이고, 솔직히 아이돌 가운데 김새롬과 구지성만한 외모도 거의 없다. 김지현 전성기와 비교해서도 외모들이 많이 떨어진다. 아이돌이니까. 젊고 에너지넘치고 그들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렇더라도 그닥 크게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나나가 조금만 더 활기찼으면. 아니면 리지가 조금 더 발광체를 가졌으면. MC들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개인의 매력도 아직 현아를 따라올만한 출연자가 없었다. 현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온통 휑하니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다. 김용만과 정형돈의 진행을 훌륭하지만 결국 아이돌 보자는 예능이니까.
다음주부터 오전으로 시간을 바꾼다던가?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후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널럴한 오전 가족시간대가 더 적합할지도 모르니. 일요일 오전이면 또 내가 보기도 쉽고. 다만 게스트에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나와는 엇갈리는 부분이라 하겠다. 어제 같아서는 절대 아니다.
일요예능 가운데 메인이랄 -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 남자의 가젹과 영웅호걸을 제하고 가장 나았던 것이 "런닝맨" 아니었을까. 그 다음이 "뜨거운 형제들". "꽃다발"은 게스트 섭외에 조금 더 신경쓸 필요가 있을 테고. 런닝맨은 아쉬웠고 뜨거운 형제들은 안타까웠고 꽃다발은 허했다. 다음주도 한 번 지켜보련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불패 - 평가할 것이 없다. (0) | 2010.11.06 |
---|---|
라디오스타 - 나는 라디오스타스러움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0) | 2010.11.04 |
영웅호걸 - 아이유와 지연은 고무줄을 모르는구나... (0) | 2010.11.01 |
천하무적야구단 - 서포터스가 불쌍해... (0) | 2010.10.31 |
무한도전 - 그냥 꽁트였다... (0) | 201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