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국대중과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70년대, 아니 80년대까지도 거대담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이라면 당연히 국가를, 민족을, 세계를, 인류를, 이 우주를 고민해야 했고, 그런 고민들이 대중문화에도 투영되고 있었다. 쓸데없이 진지하고 쓸데없이 심각하고 쓸데없이 비장하고.
그것은 세계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었다. 막연하게 국가, 막연하게 민족, 막연하게 세계, 막연하게 인류... 그러나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러한 추상적인 개념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면서 오히려 그로부터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로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말하자면 당시의 거대담론이란 막연함이 가져다 준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것이었다면, 추상적인 대상이 구체적인 현실이 되면서 그 자리를 자신의 현실이 대체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돌문화가 그렇다. 틴아이돌은 바로 그런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거대담론을 읊조리던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틴아이돌은 또래의 일상의 감정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영록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의 음악에는 진지한 시대적 고민은 없었지만 그를 추종하던 10대 소녀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감수성이 있었다. 그것은 조용필과 비교되는 전영록의 독특한 포지션이다. 그것이 서태지 이후 전영록이 급격히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박혜성이나 김승진이나 그리고 마침내는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이데아"는 그 정점에 있었다. 당시 10대들의 첨예한 감수성을 노래하며 나타난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실이데아에서 정점을 찍으며 문화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를 이은 것이 HOT. 충실하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계보를 이으며 그들을 추종하던 10대 팬들의 현재를 음악으로 담아내 들려주고 있었다.
록과 포크란 원래 거대담론이었다. 그런데 록과 포크의 거대담론을 받아들이던 10대와 20대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거대담론을 듣지 않았다.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그런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이 나타났다. 더 이상 굳이 록과 포크를 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더 이상 압도적인 카리스마일 필요 없이 일상의 친구와 같은 아이돌이면 족하게 되었다. 자연히 록은 허세가 되고 겉멋이 되어 멀어질 밖에.
오히려 상당히 소박해진 느낌의 모던록이 개인의 우울한 감수성을 담아내는데 주력하는 것도 어쩌면 이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주관적이지만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던 올드록에 비해 역시 주관적이면서도 그들은 철저히 자기 이야기를 읊조리고 있었다. 사회비판을 하더라도 철저히 자기의 이야기로써 하고 있다. 그것이 또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고. 그 또한 자기의 이야기일 것이니.
천상에서 지상으로. 하늘에 바치던 노래에서 사람이 갖는 노래로. 록도 마찬가지랄까? 추상적인 거대담론에서 현실적인 자기 이야기로. 그런 가운데 록 역시 그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워낙에 그런 걸 좋아하는 일본인의 취향 때문인지도. 일본 드라마나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진짜 허세 심하다. 폼 잡는 거 좋아하고. 일본드라마 싫어하는 사람은 그래서 무척 싫어한다.
이제는 더 이상 록스타가 가죽재킷에 비장한 표정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문명을 비판한다고 괜히 주눅들어 듣고 있는 대중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습고 같잖다. 그만큼 대중의 의식이 성장했다는 것이고. 그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일등과 감정들을 들려주는 친숙한 - 록을 하더라도 간편한 캐주얼에 평상복으로 들려주는 록이 더 귀에 끌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케이온?
어쩌면 사회전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그만큼 분위기가 가벼워지고 파퓰러해졌다. 그에 비하면 록은 너무 무겁다. 메탈도 역시. 그 형식 자체는 지금도 여러가지 경로로 소비되고 있지만 그러한 문화 자체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시대도 바뀌었고 사람도 바뀌었고.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졌다. 이번의 타블로 사태에 대해서. 왜 사람들은 잘 짜여진 논리에 휩쓸려 한 인간의 삶을 정의하고 단죄하려 했는가? 그들이 믿고 있던 정의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아마 관계가 있지 않을까? 다음에 한 번 정리해 보겠다. 거대담론의 스토리와 그 믿음에 대해서. 나중에. 시간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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