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카라 - 미니 4집 점핑...

까칠부 2010. 11. 10. 09:05

참고로 내가 하얀 것 두 가지를 싫어한다. 요즘은 빨간 것도 하나 싫어하게 됐지만.

 

원래 소금이랑 설탕을 잘 안 먹는다. 요즘 와서 부쩍 단 것이 당기는 걸 보니 늙어가는 건 분명한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단 맛과는 잘 친해지지 않는다.

 

카라의 뜻이 달콤한 멜로디였던가? 달다. 달아도 너무 달다. 달다 못해 아린 느낌? 독하다.

 

타이틀곡 점핑을 제외하고 모두 너무 달다. 너무 달아서 앨범 제목을 Sweet로 정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내내 달달함으로 일관된 흐름을 유지한다. 첫번째 트랙 Love is에서부터 마지막 With까지. 마지막 두 트랙 Binks와 with는 아릴 정도다. 확실히 일본진출을 염두에 둔 것일까? 예전 아이돌이 그러했듯 아릴 정도로 달기만 하다. 첫인상이 그래서 안 좋았다.

 

전체적인 곡구성은 평이한 편이다. 첫곡 Love is는 상당히 파퓰러한 팝댄스곡이고, 걸스힙합을 시도한 세번째 트랙 Burn은 또 역시 뻔하다는 느낌이고, Binks와 With 너무 뻔한 단 맛으로 다른 걸 가리려는 인스턴트 식품의 느낌이고. 다만 Binks는 말미에 갑자기 치솟으며 들려로는 기타의 연주가 인상에 남고, With는 상당히 어쿠스틱한 스탠더드의 느낌이 "샤랄랄라"한 달콤함에 편안함을 준다. 하기는 달콤하다는 건 원래 음악에서 편안하다는 뜻이기기도 하다. Binks를 들으며 지루한 나머지 건너뛰기를 해버릴까 하다가 느닷없이 들린 기타소리에 어찌나 놀랐던가. 아마 간간이 귀를 간질인 것이 원래 그 기타였던 모양이다. 누구일까? 기타세션을 맡은 것은?

 

점핑은 역시 타이틀감이었다. 오로지 이 노래 하나를 위한 음반인 듯 홀로 튄다. 나머지는 그냥 까는 노래인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상당히 일관성을 유지하며 들려오는 멜로디와 가사들이 점핑을 더욱 다잡으며 북돋워주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의 균형이 좋다. 그만큼 점핑이 좋은 노래이기도 하고. 평이한 멜로디와 비트 가운데 점핑 이 한 가지 노래만 존재하는 것 같다. 타이틀곡 하나로 승부지으려 할 때는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을 듯. 요즘 앨범 전체를 듣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문제라면 점핑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번안가요를 듣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 거 왜 있잖은가? 일본 노래가 어느새 우리말로 번역되어 불려지는 그런 느낌? 일본어 버전을 먼저 들어서인가? 일본어가 또 이런 달달한 멜로디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하다. 상냥하고 다정하다. 그리고 귀엽다. 그에 비하면 한국어는 조금 억센 느낌. 물론 한국어 버전으로 먼저 들었다면 일본어가 더 어색했을 테지만 말이다.

 

또 하나 느끼는 것이 역시 카라의 다섯 멤버의 목소리가 상당히 개성있게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 보컬그룹이라 해도 통할 정도다.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는데 모이면 또 그 시너지가 상당하다. 듣고 있으면 누구 목소리인가를 안다. 겹치는 색깔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전혀 자기 색을 잃지 않고서도 모이면 조화가 된다. 카라의 노래는 그 목소리의 구성과 그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후렴구에 있다고 할 정도다. 평이하다 할 정도지만 그런 점이 듣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 노래를 잘해서만이 아니라 듣기 좋은 목소리라는 게 있다. 카라는 바로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살리는 프로듀서의 역량이 대단하다 할 것이고.

 

점핑은 좋다. 올해 나온 아이돌 음악 가운데 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나머지 노래들은 조금 힘이 딸리지 않는가? 점핑의 무게감 만큼 그와 견줄 수 있는 노래가 없다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또 그런 평이함이 일관된 주제로 하나의 앨범을 이루고 있는 것 만큼은 높이 평가해줄 수 있다. 곡 자체는 평이한데 구성이라든가 사운드 쪽에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도 있고. 무엇보다 카라니까.

 

그러나 과연 음반까지 사서 들을 가치는 있겠는가... 음악을 들을 때는 어지간한 음악은 다 좋게 들리는데,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 좁은 취향이 더 좁아진다. 결국은 취향 탓이다. 더 듣고 익숙해지면 그때는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잘 만들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타이틀곡은 좋지만 나머지까지는 좋지 않다. 히트의 여부는? 그런 건 나와는 상관없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 대충 정리하자면 아마 이런 정도?

 

무대를 기다려봐야겠다. 일본에서 약식으로 보인 그런 무대가 아닌 진짜 본격적인 무대를. 원래 댄스음악이란 그러자는 것이니까. 결국에 그것이 가치를 결정하리라. 어떤 음악이었는가. 어떠하였는가.

 

컴백이 언제일까? 요즘 카라 관련해서는 잘 찾아보지 않아서. 알아서 컴백하고 무대도 서겠지만. 알아도 몰라도 상관없이 아이돌은 각자 알아서 일정 잡고 활동도 하고 한다. 그래서 그것이 과연 언제일 것인가?

 

기대해 본다. 어떨까? 당분간 음악프로그램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