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래서 걸그룹 복장 어쩌고 할 때 코웃음부터 쳤던 것이다. 선정적이네 어떻네, 하지만 그것을 누가 결정하는가? 배꼽 드러내고 말고를 누가 결정하고, 핫팬츠 입고 말고를 또 누가 결정하는가?
원래도 그랬다. 75년 대마초파동에 이은 가요계정화운동. 과연 그것이 한국 대중음악이 타락할대로 타락해서 바로잡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에서였을까? 아니 그 전부터도 금지곡이라 하는 것들이 참 우스웠다. 얼마전 "놀러와"에서도 나왔었지.
그렇게 엄격했었다. 장발도 안 되고, 미니스커트도 안 되고, 영어를 섞어 써서도 안 되고, 창법이 저속해서도 안 되고, 왜색이 강해서도 안 되고... 그러나 결국은 대중음악을 통제하고자 한 것이었다. 아티스트를 통제하고 대중을 통제하고.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던 아티스트들은 철저히 이 사회에서 배제되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사랑타령밖에 없는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이래서 걸려들고, 저래서 걸려들고, 그래서 만만한 게 사랑타령이다.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이 노래가 왜 걸리는가? "짝짓기" 때문에? 그보다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냉엄한 현실을 지나칠 정도로 직설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겠지.
솔직히 나는 이 노래에 대해 별 공감이 없다. 어쩔 수 없는 그 또래가 아닌 때문이다. 그들이 느끼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없다. 단지 음악이라고 하는 기술로서 느낄 뿐이다. 흥겹게 두드리는 드럼과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기타와 풍성한 사운드 가운데 보컬이 조화를 이룬. 계피의 탁월한 음색이나 가창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화를 이루어 제대로 밴드음악이지 않은가.
아직은 듣는 중이라 무어라 말하기 그렇다. 요즘은 내가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주관이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만 듣는다. 그 외는 상당히 음악을 듣는데 게으르다. 시간이 좀 걸린다.
아무튼 한참 음악 듣다가 별 소리를 다 듣는다. 하지만 원래 그러고자 하는 것이었으니까. 과연 걸그룹 배꼽이 그리 보기 흉했을까? 아이돌의 허벅지가 그리 싫었을까? 아니면 가슴이? 몸매가? 옷을 입었다고 과연 그녀들의 매력이, 섹시함이 사라지는가? 일상에서 만나는 노출들에 대해서는 무어라 해야 할 것인가?
결국은 그러자는 것이다. 걸그룹의 도덕성을 판단하듯 음악의 도덕성을 판단한다. 걸그룹의 선정성을 결정하듯 대중음악의 선정성을 결정한다. 걸그룹의 옷차림과 무대를 강제하듯 음악의 내용을 강제한다.
아는 바였지만... 그래서 그리 비웃고 욕하고 반대했던 터이지만...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 옷차림을 강제하는 것이 옳다. 무대를 강제하는 것이 옳다. 음악을 강제하는 것이 옳다. 더 도덕적으로. 더 엄숙하게. 바로 권위주의가 기생할 수 있는 근거일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 같잖다. 어이없고. 이게 바로 개명한 21세기의 대한민국일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는 위대한 한국인일 것이고. G20 의장국이라고 당장에라도 선진국이 될 것처럼 떠들더니만.
웃고 만다. 어쩌겠는가? 화낼 수도 없고. 화내기에도 한심할 뿐이다. 내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었는가. 세상에 가장 쓸데없는 것이 생각없이 정의로운 놈들이다. 새삼 확인한다. 그것이 악이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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