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전정보 없이 보니까 이게 좋다. 경악했다. 설마...
"샤아?"
성우부터가 같다. 작품 가운데서도 그러더구만.
"샤아의 목소리다!"
론드벨의 전신이랄 에우고에서 샤아는 크와트로 바지나라는 이름으로 함께 싸운 바 있었다. 2차 네오지온 전쟁에서도 론드벨의 주적은 샤아였고.
더구나 그 뻔뻔한 철가면이라니. 우주세기 건담을 오마쥬한 건담시드에서의 크루제의 철가면이다. 물론 크루제의 철가면은 샤아의 철가면에서 왔다. 건담시리즈에서 단골로 나오는 철가면이란 바로 샤아에 대한 오마쥬인 셈이다.
"만일 사람들이 바란다면 샤아 아즈나블도 될 수 있다."
샤아라는 이름을 버리고 크와트로 바지나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마치 아닌 척. 그러나 대놓고 그러내고. 버나지 링크스와의 대화도 마치 제트건담에서의 카뮤 비단과의 대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다 좋다. 어떻게 정작 모빌슈츠에 타고 있던 아무로는 전사인데 샤아 아즈나블은 행방불명이었다 마침내 살아돌아왔는가? 액시즈의 낙하를 몸으로 막는 상황에서도 비상탈출용 캡슐에 타고 있을 뿐인 샤아 아즈나블은 살아 돌아와 저리 행세하고 있는가? 그래봐야 작가 마음이니까. 작가가 그러겠다는데.
하지만 저 악취미 패션은 뭐냔 말이다. 저 어울리지 않는 장발이며, 웬 뜬근없는 구레나룻이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패션센스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감이 떨어진 것인가? 샤아에 열광하는 소녀팬들 보기 싫다고 죽여버리더니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 보내버리는구나. 거기다 작화붕괴까지.
원래 캐릭터 디자인이 그랬을 리는 없건만 아무래도 애니메이터의 역량이 거기까지인 것인지 중간에 작화붕괴가 꽤 있었다. 예전 아날로그TV에서였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HD화질이라서. 그것도 블루레이 화질이다. 샤아라는 자체가 그다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좋은 캐릭터도 아니고. 전에도 참 많이 망가지고 했었는데.
아무튼 보아하니 테러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고 테러는 안 된다. 다른 수단이 없는 이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테러라도 정당하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를 진압하기 위해 비인도적인 작전을 서슴지 않는 연방과 론드벨도. 테러리즘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콜로니의 어린 아이 역시.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양시양비론으로 한 발 물러서 끝날 문제도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기가 꽤나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긴 건담 특유의 쓸데없이 심각한 대사들이 여전하다. 쓸데없이 진지하고, 쓸데없이 비장하고, 말은 휘황하니 많은데 허공에 뜬 듯 공허하기만 하고. 일단 말이 너무 많다. 별 내용도 없는데 하여튼 말만 많아서는.
내가 건담 시리즈를 언제부터인가 싫어하게 된 이유다. 특히 토미노 건담은 도무지... 그런 점에서 턴에이건담은 토미노 건담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하며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이었다. 이번 건담UC는 초심으로 돌아가 우주세기 건담에서 보여주었던 한계와 문제를 그대로 보여줄 것인가.
그래도 역시나 스페이스 노이드의 참정권 문제에서, 참정권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그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스스로 정치적인 의사를 결정하고 표현함에 있어 그 권리가 없다고 그를 위한 투쟁에서 피를 흘리는 것은 과연 용납되지 못하는가? 모든 저항하는 약자들에 당념한 문제일 테지만. 그러나 스테레오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려 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역시 이건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무엇보다 건담을 소비할 대중이 그런 고민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래저래 결국 토미노 건담 특유의 겉멋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제발 더블제트에서와 같은 힘 빠지는 허무함만은 아니었으면. 결국 다 죽겠지만. 샤아는 행방불명. 아마도 미네바 자비도 행방불명. 토미노가 죽는 그날까지. 아니면 그 이후까지도.
작화가 불안하다. 샤아에 대해 쓰면서도 말했지만 메카닉이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작화마저 우주세기로 돌아간 듯하다. 블루레이의 깨끗한 화질이 있어 더 그런지도. CG라도 아니었으면 어쟀을까?
그나저나,
"또 적이 되는 건가? 건담!"
역시 그렇게 가려나? 기대가 되기도 하고. 뭔가 진부한 것 같기도 하고.
처음의 기대만큼은 아니다. 그 설렘과 두근거림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건담이기에 만족하고. 그저 단지 원년멤버들의 동창회 수준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불안요인이 많다. 그래서 판단은 유보. 조금 더 지켜보겠다. 재미는 있었다. 재미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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