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망자 - 작가의 행복...

까칠부 2010. 11. 5. 19:43

문득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을 해 보았다.

 

"이런 걸 넣으면 재미있겠지?"

"이런 것도 넣으면 눈물이 찡할거야."

"요것도 넣으면 빵빵 터지겠는데?"

 

그리고는,

 

"역시 나는 천재였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요소들 다 모아놓고서는,

 

"이건 정말 재미있을거야!"

 

그리고,

 

"나는 역시 천재야!"

 

도망자를 보면서 내내 느끼는 것이다. 보면서 지루하고 짜증나는 이유. 너무 뻔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중독처럼 계속 보고 마는 이유. 역시 너무 뻔하니까.

 

그냥 클리셰덩어리다. 전형적인 장르물이다. 여기서 이렇게 되겠구나.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다. 그래서 또 계속 보게 된다. 왜 사람들은 뻔하다면서 그 뻔한 드라마를 계속 보는가?

 

진심으로 소피가 징징 짜고 있을 때는 모니터 부숴버리려 했다. 카이가 그럴싸한 대사를 읊조릴 때도. 이정진과 그 여형사의 엇갈림도 역시. 하지만 말했듯 그런 게 장르물이니까. 원래 장르물이란 그렇게 만드는 거다.

 

아무튼 참 묘하게 정치적이지 않은가? 왜 하필 대통령후보일까? 그 대통령후보가 전혀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인 양회장에게 전화를 거는 부분은 역시 KBS구나 싶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되는 게 있다."

 

너무나 당당하다. 너무나 당당하게 잡아온 용의자와 획득한 증거물을 뒤로 빼돌린다. 죄의식도 없다.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그에 항의하는 것이 질서를 해치는 악이다. 오히려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조직 속에서 점차 고립되어가는 도반장이란 우리의 현실을 아주 잘 반영해 보여주지 않는가. 더불어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선과 악이 뒤바뀌고, 뭐가 옳은지도 모르게 되고, 오로지 쫓는 것은 일신의 안전과 이익. 하기는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대의니 명분이니 이념이니 정의니 도덕이니, 뭐가 그리 고리타분한가? 옳고 바른 것을 쫓기보다 이익이 되는 것을 쫓는 것이 더 현명하고 옳다. 그것이 정의다.

 

그래서 국장은 그리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은폐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않는다. 아닌 척 숨기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경찰이란. 현실이란.

 

눈가리고 아웅이란 그 눈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눈이 무섭지 않으면 눈조차 가리지 않는다. 그대로.

 

아, 정말 끔찍했던 장면. 지우의 과거고백. 고아였다고? 부모님을 일찍 잃고. 어딘가 그늘이 숨어 있는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 결국 그리로 가는 것일까? 살을 있는대로 대패로 다 밀어버리고 싶었다.

 

비평할 의미가 없는 작품. 그러나 즐기는 이유는 있는 작품. 그게 장르물일 테지만.

 

너무 전형적이어서 짜증과 더불어 익숙함이 그냥 지켜보게 만드는... 다음주도 지켜봐야 할 테지만.

 

하여튼 너무 산만하다. 정신없고.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 생각이 생략된 거다. 그렇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