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가 굳이 양회장의 아들인 대통령후보를 찾아가 만난 까닭은 무엇일까? 카이도 어지간히 세상경험이 많을 텐데. 과연 양심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 말려주리라 기대한 것일까? 아니면 그런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게 좋으니 카이마저 죽이라 하기를 바란 것일까? 말 그대로 되었으니.
나까무라 황도 마찬가지다. 황미진이 적잖이 사람을 죽인 바 있는 흉악한 인간이라는 것을 나까무라 역시 안다. 지우가 당하는 것도 봤고 장사부도 황미진에 의해 죽었다. 그런데 나까무라 황은 무슨 배짱으로 아무 대책 없이 황미진을 찾아간 것일까? 금괴를 찾고 나서 나까무라 황을 어떻게 할 줄 알고.
더구나 웃기는 게 당시 GPS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금괴를 묻은 장소를 위도와 경도로 표시해 남겨둘 수 있었을까? 지금이야 GPS가 있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당시는 그 자체가 바로 기술이고 힘이었다. 위도야 어떻게 별자리 보고 안다고 해도 경도는 어떻게 하는데? 더구나 그렇게까지 핀포인트로 몇 미터 오차를 두고 기록한다는 게 그렇지 않아도 전쟁통에 가능한가?
하지만 말했듯 이런 정도는 양해하고 보는 게 장르물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어떻게 만주에서 석유가 솟아나왔게? 당시까지 만주는 물론이고 아라비아에서도 석유가 채굴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것들을 양해하고 보는 것이 장르물이라는 거다.
그래서 항상 불만이 그것이다. 캐릭터 이상하고, 내용은 개연성 없고, 하지만 그런 것 다 좋고 단지 보는 즐거움이나 있어라. 그나마 처음에는 지루하기는 해도 보여주려는 게 좀 있더니만 드라마가 한창 진행되려니 아무래도 스토리전개에 더 집중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그 스토리가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그저 지우 주위의 말도 안되는 탐정나부랭이들의 오버연기에 웃음이나 짓는 것이 고작일까?
아무튼 그것이 상당히 어수룩해서 그렇지 장르의 문법에 상당히 충실하려 애쓰는 드라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부패한 경찰. 그것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달까? 높은 자리에 있으면 부패해도 당당할 수 있다. 오히려 속내를 들키자 더 당당하게 윽박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저것이 우리나라 드라마이구나 느낀다.
"단지 월급쟁이 공무원이 아니라 경찰관이다!"
이정진의 이 말은 그래서 얼마나 공허한가? 경찰조직으로부터 어떠한 신뢰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반감만 산 채 외로이 사건에 뛰어든다. 그나마 그와 함께 하는 동료가 셋이나 더 된다는 점에서 - 여자 쪽은 아무래도 사심이 더 큰 것 같지만 - 위로가 된달가?
위에서 시키니까 한다. 위에서 까라니까 깐다. 그런 상명하복의 경찰이라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으로서의 경찰이 아닐라 경찰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아파트 중도금 때문에라도 경찰을 그만둘 수 없었던 팀장을 따라 남은 한 경찰처럼. 그리고 더 빨리 출세하는 무능한 팀장처럼.
슬슬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인데... 그나저나 지우가 진을 대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 그러면 일본의 그 가수는? 그냥 호기심? 호감? 그냥 장난? 역시 개연성 없이 떠돌고 있다. 지우의 진에 대한 감정이 단지 의뢰인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선천적인 것인가? 이성에 대한 것인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그닥 설득력은 없을 듯.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나영은 정말 예쁘고, 이정진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연기가 괜찮고, 비는 연기보다는 스타다운 매력이 넘친다. 윤손하는 또 나이를 먹었고. 데니안의 찌질한 연기는 정말 천연이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전체적으로는 허술하고 보이는 것 없이 심심하고. 딱 그냥. 그렇다. 단지. 웃기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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