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보고서 바로 끌렸다. 이건 재미있겠다. 진한 만화의 향기가 풍긴달까?
만화란 판타지다. 판타지란 꿈이다. 꿈은 상당히 뻔하고 진부하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즐거움을 준다.
상당히 작위적이다. 하는 사업마다 망해 빚쟁이에 쫓기는 아빠에, 그로 인해 학교까지 그만두고 친구 차 대리운전까지 해가며 억척스레 살아가는 딸에, 더구나 여자들이 죽고 못사는 인디밴드 보컬에...
그 아빠의 아는 사람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해서 그 아들을 딸과 결혼시키려 한다지? 우연한 교통사고에, 그로 인해 사기를 치려다가 걸려 술자리를 갖고, 술에 취해 남자를 집에 끌어들여서는 다음날 나갔다 돌아와 화장실에서 마주친다. 화장실은 아빠가 좋은 혼처라며 소식을 가지고 돌아와 딸과 함께 그 남자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긴 그 아빠와 그 아는 형이라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쩌면 거기서 그렇게 우연히 만날까? 우연히 만나고 그래서 인연이 이어지고.
하여튼 모든 것이 우연의 연속이다. 우연의 연속이며 클리셰의 연속이다. 어디서 보았을 법한 장면들. 그러나 항상 볼 때마다 흥미를 끌던 그런 장면들. 그런데 이것이 아주 맛깔나다. 아주 맛깔나게 잘 버무려 늘어서 있다. 같은 배추라도 어떻게 양념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이런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캐릭터에 호감을 갖고 자기를 이입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화적이기에 비현실적이다. 판타지이기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에 동의하며 그에 이입할 수 있는 것은 등장인물에 대한 호감이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호감이 - 동경이거나 동정이거나 아니면 공감이거나 -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문근영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 억척스럽다. 그리고 낙천적이다. 우울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는 의지가 있다. 캔디 이래, 아니 캔디 이전부터도 숱하게 반복되어 사용되어 온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더구나 그것을 연기하는 문근영 자신이 그 캐릭터가 되어 있다. 연기도 연기려니와 그녀 자신이 그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되고 있다. 그녀의 외모는 이런 역할이 최적화되어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호감이 가는, 순수하면서도 선량해 보이는 외모라는 것은.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현실과 비현실이 그녀를 중심으로 서로 접점을 갖고 만나며 이야기를 만든다. 그를 통해서도 시청자와 만난다. 만화같은데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다. 만화같기에 눈을 뗄 수 없이 즐겁다. 꿈이니까. 판타지니까.
좋지 않은가.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속되지 않고 맑다. 세련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하는 감탄은 없지만 소박한 것이 무척 친근하다. 조근조근 들려주는 느낌? 유쾌하다. 과장된 이야기가 전혀 과장되지 않게 선량한 눈빛과 친근한 웃음으로 들려온다.
다만 문제라면 과연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밤이 길면 꿈도 길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무거워지고 지루해진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해도 �$A7�금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깰 수 있으며, 그렇다고 변화가 없이는 지겨워지기만 할 뿐이다. 물론 그같은 계산은 이미 다 이루어졌을 테지만.
같은 만화스러움임에도 장난스런 키스와 비교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친근하다. 익숙하다. 그래서 호감이 있다. 중심캐릭터에 대한 호감이야 말로 만화스런 비현실과 현실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점이므로. 과연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
어째 요즘 보지 않던 드라마를 자꾸 보게 된다. TV를 산 때문이다. 실수였을까? 하지만 "매리는 외박중"을 보고 있으면 그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건 진짜 재미있을 것이다.
언제 시간이 갔는 줄 모르고 훌쩍 지나가 버렸다. 끝나고 나니 아쉽고.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 즐겁고. 만화같은 드라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만화. 이불 뒤집어 쓰고 낄낄거리며 읽던. 즐겁다.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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