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차이 - 구하라의 개그와 아이유의 개그...

까칠부 2010. 11. 7. 21:52

청춘불패에서 초반 구하라가 유치개그로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내가 그랬다.

 

"그러다 유치개그 약발 떨어지면 망한다."

 

실제 그렇게 되었고.

 

그때 다른 이야기도 했었다. 유치개그가 나쁜 게 아니다. 유치개그도 훌륭하다. 단지 유치개그로만 웃기려 들면 바닥은 쉽게 드러난다.

 

영웅호걸에서도 아이유가 비슷한 짓거리를 한다. 어디서 철지난 유머를 듣고 와서는 오히려 더 썰렁하게. 하지만 차이가 있다. 영웅호걸에서는 철지난 유머 그 자체로서 웃기려 들지 않는다.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차이다.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의 유치개그는 유치개그 그 자체로서 소모되었다. 유치개그가 소모되며 구하라도 같이 소모되었다. 반면 영웅호걸에서 아이유의 우스개는 아이유 자체로써 소모된다. 전혀 웃기지 않고 어색한 그것마저 아이유의 일부로서 소모된다. 아이유란 이런 캐릭터다.

 

지금 아이유가 갖고 있는 멍캐릭터에도 그것은 한 몫 했다. 예능감이란 없이 그저 순수하고 귀엽고 발랄한 여자아이. 웃기지 않아도 웃기지 않는 그 자체가 우습다.

 

원래는 구하라의 유치개그도 그렇게 소비될 수 있었을 터인데. 오히려 유치개그를 보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이 구하라가 보여주던 리액션들이었다. 그 풍부하던 표정들. 다만 그것을 과연 구하라고 하는 개인에 대해 캐릭터로써 연결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는가? 없었다는 것.

 

노홍철과 김신영의 차이일 것이다. 하긴 급에서 차이가 너무 난다.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결국에 유치개그 자체만으로 소비했던 청춘불패와, 그것을 아이유라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활용한 영웅호걸과, 유치개그가 끝나고 구하라도 마찬가지로 침체기였지만 아이유에게는 여전히 캐릭터가 남아 있다.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근본적인 차이일 것이다. 여전히 각개약진하며 개개인의 예능감을 따지고 있는 청춘불패에 비해 캐릭터가 없는 정가은마저도 관계 가운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웅호걸이라고 하는. 이제는 초창기 에이스라 불리우던 멤버들조차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왁자하고 소란스럽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정감이 넘친다. 과연 청춘불패에는 그같은 분위기가 있는가?

 

물론 청춘불패에도 초기 그런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던가? 1주년인데 1년 전에 훨씬 나았다고. 그래도 그때는 대화가 오가고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거지. 1주년인데 기억나는 것은 게스트만 잔뜩 나왔구나. 멤버들 사이에 대화가 저리 없는 버라이어티란 도대체 뭐하는 것일까?

 

대화가 없다기보다는 적절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서로의 캐릭터에 맞는. 또한 각자의 역할에 맞는.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을 구하라와 아이유의 어쩌면 상당히 닮아 있는 허탈한 개그에 대한 두 프로그램의 소비방식에서 낱나고 있을 것이다. 유치개그 자체에 집착한 청춘불패와. 그런 유머를 하는 아이유에 집중한 영웅호걸과.

 

그리고 이번주도 그래서 1년 가까이 지켜봐온 청춘불패보다 영웅호걸의 출연자들에 더 익숙해 있음을 느낀다. 더 가깝고 더 친근하고 더 거리가 없다. 보면서도 웃음을 짓는 회수가 다르다. 웃음을 짓는 의미도 다르다. 말이며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도와 집중도가 다르다. 그대로.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이 프로그램이 목적하는 바가 무언가? 청춘불패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도대체 청춘불패를 통해 제작진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영웅호걸은 그것을 이미 확실하게 내게 들려주며 동의를 구하고 있다. 어떤가?

 

물론 예능에 정답은 없다. 청춘불패의 방식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을 추구하는가?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하는 것인가? 그 의도가 분명해야. 최소한 그래야 납득하고 말고도 있을 것 아니겠는가.

 

새삼 깨닫는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이틀 차이로 어쩔 수 없이 비교하며 볼 수밖에 없는 것들. 청춘불패야 그저 미련일 뿐. 봐 오던 것이니 계속 본다. 재미로야.

 

만족과 불만족, 그 근본적인 차이를 본다. 어쩔 수 없이 금요일과 일요일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 그러고 보면 농촌이기에 할 수 있는 전통놀이같은 것도 한 번 의견을 내고 했을 것이다. 오늘 나온 고무줄이라든가, 줄넘기라든가, 그밖에도 사방치기, 오징어, 팽이치기, 딱지치기, 기타등등등...

 

마을 어른들과 함께 옛추억을 떠올리며 놀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마을 어른들이 멘토가 되어 그 시절의 놀이와 먹거리 등을 가지고 추억을 떠올리면서. 농사일만이 아니라 그런 것도 농촌의 일상일 것이니.

 

하지만 게스트 챙기기부터도 바빴으니까. 게스트 챙기느라 고정멤버들조차 캐릭터 없이 헤매고 있는데 다른 무슨 시도를 해 볼까? 처음 나오는 게스트 불러다 새로 게임까지 배워가며 놀아보겠는가? 게스트야 말로 청춘불패의 가능성을 옭죄인 최악의 함정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의 성급한 욕심이 자초한.

 

1주년이라고 기억에 남는 것은 게스트 누가 나왔다더라. 그게 한계라는 거다. 게스트 하나 없이 자기들끼리 잘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웅호걸에 비교해 보면.

 

고정이 괜히 고정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참 답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게 구멍이 아니다. 바로 제작진이 구멍이다. 새삼 깨닫는다. 일요일만 되면. 저렇게밖에 못 만드는가. 미련이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