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웅호걸의 가장 반대편에 위치한 예능이 뜨거운 형제들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닮았다. 그래서 그 차이가 극단적이다.
여자들 모여 노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남자들 모여 노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여자들 모여 그러고 놀면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남자들 그러고 놀고 있으면 참 시답잖다.
딱 그러고 논다. 말하는 것이며 행동하는 것이며. 말이 빅3지 하는 게 뭔가? 그렇게 빵빵 터뜨리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뭐라도 고급스런 어떤 것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같은 세련된 진행은 생각도 못하고 오히려 한데 어울려 같은 수준에서 놀고 있을 뿐이다.
서로 짓궂게 욕하고, 골탕먹이고, 별 대단치도 않은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는 것같은. 난데없는 게임에 승부욕을 불태우는 그런 가벼움들. 컵 밀어넣기를 하면서도 그리 진지하다. 가벼우면서 진지하다. 진지하면서 또한 가볍다. 장난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하다. 악의와 짓궂음의 경계도 그러하다.
어쩌면 그것은 절묘한 뜨거운 형제들만의 팀웤일 것이다. 빅3는 노회하다. 그 대신 힘이 떨어진다. 나머지는 힘이 넘친다. 그러나 서툴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것은 젊은 네 멤버들의 거칠고 어수룩한 모습들. 덩달아 빅3마저 맞춰가며 그들이 갖는 경험과 연륜이 그들에 맞춰 떨어진다. 가벼워진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딱 남자들 어울리는 그대로. 가볍지만 진지하다. 진지하지만 가볍다.
시답잖다는 것이다. 시답잖다는 것은 대단한 것 없이 대단찮다는 것이다. 하찮을 것 없이 하잘 것 없다는 것이다. 뭐랄까... 예능을 한다기보다는 논다는 느낌? 그것이 또 남자답게 거칠고 칙칙한 모습이라 정감이 있다. 어디선가는 남자들 모여 저리 놀고 있겠지.
남자의 자격과도 차이가, 남자의 자격은 경로당 분위기다. 주도권이 이경규와 김태원, 김국진에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멤버가 여기에 맞춘다. 그러나 뜨거운 형제들은 이번에 합류한 토니안조차 아마 30대 초반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보다도 한결 동적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게 또 시답잖다는 것이고.
내가 뜨거운 형제들에 대해 관심을 접지 못하는 이유다. 그만한 매력이 있거든. 가능성이 있다. 단지 그것을 제대로 포장해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 지난주, 또 지지난주 괜한 무리수로 오히려 장점을 죽이고 있었다. 차라리 풀어놓고 미션 자체를 느슨하게 - 그러면 또 오늘은 즐겨라가 되지.
오늘은 즐겨라가 나오면서 느꼈던 어떤 불안감. 자칫 겹칠 수 있겠다. 무한도전과 오늘은 즐겨라와 뜨거운 형제들. 겹치고 나면 상당히 곤란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보다 엄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할 테지만.
어쨌거나 간만의 아바타는 그 지겨움에도 불구하고 나름 새로웠다. 무엇때문인가 했더니 괜히 와서 토니안에게 시비거는 멤버들의 모습 자체가 시답잖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시답잖음이여.
하여튼 참 미묘하다. 어차피 사귄 것도 아니고 대쉬했다가 차인 거니까 별 상관은 없나? 사귀는 남자가 있어서 그 의리 때문에 그랬다고 하고. 또 열애사실 자체도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고.
하지만 그 작은 이야기를 가지고 왁자하게 떠드는 모습이 한 눈에 팍 와 닿았다. 원래 저러고들 놀지. 여자들이 그러고 있으면 참 향기로운 모습이련만. 뜨거운 형제들일 터다. 그 가능성을 주목한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유쾌했다. 살짝은 찔리고. 그러나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 노는 것을 보고 있을 까닭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역시 나는 영웅호걸. 하지만 바로 이런 것이 뜨거운 형제들만의 강점일 터다.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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