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이 사라지고 라디오스타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꼽자면 바로 부쩍 멘트의 비중이 높아진 김국진일 것이다. 전에는 조금 몸을 사리는 것이 있었는데 신정환의 자리가 비자 그런 것 없이 조금은 무모하게 들이댄다. 그렇더라도 전혀 비호감이 없다는 것이 김국진의 가장 큰 강점일 테지만.
문득 떠오르는 김국진의 유행어,
"나만 바보였던 거야?"
군대 두 번 갔다온 싸이에게 한 번 더 가면 그때는 뒤질 거라니. 물론 그것을 받아주는 게스트와 MC들이 있어서겠지만. 그런데도 김구라나 신정환과는 달리 악의라거나 짓궂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가 바로 김국진인 때문일 것이다. 묘한 캐릭터다. 독설을 해도 독설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것은 오로지 김국진이기에 가능한 김국진만의 영역이 아닐까?
김희철의 객원MC로서의 역할은 물론 훌륭했다. 신정환을 연상케 하는 개드립에, 김구라와의 호흡에, 하지만 신정환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이비라고 한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달리 아류라고도 하고. 짝퉁이라고도 하고. 더 나으면 모르겠지만 더 낫지 않고 오히려 못할 때는 비교만 될 뿐이다. 차라리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어면 어땠을까? 만족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로서는 너무 신정환과 스타일이 겹친다는 점에서 - 그리고 그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위태위태하게 봤다. 차라리 그보다는 지금처럼 김국진을 살리고 그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좋지 않겠는가.
잘 했다. 다만 신정환의 대역으로는 무리다. 너무 닮아서 무리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세 MC 만큼의 능수능란한 주고받기가 안 된다. 동떨어진 느낌? 따로따로 놓고 보면 그럭저럭인데 이어놓고 보면 어딘가 어색한. 나아지리라 생각하면서도 굳이 키워서 MC를 맡길 것인가?
유부들의 허심탄회함이 좋았다. 유부들만이 가능한 토크.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지난 사랑들에 대해서, 유부남이 보는 걸그룹과, 유부남이기에 겪는 어떤 일상의 변화들과,
"음악 하는 사람들이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다."
연예인이란 일하는 백수라니까. 정시에 출퇴근하는 것이 아닌 연예인은 일 없으면 그냥 백수다. 다만 차이라면 그런 가운데서도 음악을 고민하는 점이랄까? 아이돌과 구별되어지는 부분이겠지. 아이돌은 비활동기에 예능을 하고, 아티스트는 비활동기에 음악을 고민한다.
"곡 쓰면 그냥 나오겠는데?"
"하루에 세 곡도 쓸 수 있어요."
"굴착기죠."
결혼을 하고 더 이상 연예를 못하니 과거의 기억을 음악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자 김구라가 과거의 기억 말고도 미래의 이별을 소재로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법원 이야기가 나오고 온갖 이야기가 오가는 끝에 마침내 이르는 돌싱 김국진. 그만큼 자신이 겪은 자신의 이야기로써 음악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리라. 결혼으로 안정된 환경은 오히려 그런 점에서 창작에 저해가 된다는 것일 테고. 행복하다는 소리겠지. 농담처럼 한 말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예술이란 아티스트가 자기를 깎아 만들어내는 것이니.
김국진의 보다 늘어난 역할과 그로 인한 라디오스타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를 위해 필요한 조각들. 그리고 라디오스타답지는 않았지만 어디서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들 또래만의 이야기가 있어 좋았다. 재미있었을까? 신정환의 공백은 여전히 크지만.
다음주는 - 아니 다음다음주 문희준인가? 문희준은 이미 "절친노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보았기에 기대가 크다. 김희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김구라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리라. 그리고 김국진. 얼른 라디오스타가 제 궤도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새로운 라디오스타를. 좋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 2일 - 이만기... 2 (0) | 2010.11.15 |
---|---|
천하무적야구단 - Return of Regend... (0) | 2010.11.13 |
1박 2일 - 이만기... (0) | 2010.11.08 |
뜨거운 형제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시답잖음... (0) | 2010.11.08 |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차이 - 구하라의 개그와 아이유의 개그... (0) | 2010.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