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락의 대부로 신중현을 꼽지만 달리 한국 블루스의 대부 역시 신중현이다. 신중현의 히트곡 가운데 블루스가 오히려 더 많으니. 아마도 이 봄비와 같은.
아니 블루스라기보다는 소울이던가? 내가 그런 장르구분에 약해서. 블루스같기도 하고. 소울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거야 아무렇더라도 상관없이 정말이지 제대로 느낌이 살아 있는 노래다. 블루스 특유의 음울하고 나른한 리듬에 한국인만이의 고유한 서정이 녹아든... 마치 격정이 살아 숨쉬듯 흐르는 위에 한국인의 애절한 서정이 타고 넘나드는 듯한.
아마도 흑인음악 특유의 음울한 서정과 한국인의 애절한 정서가 만날 수 있는 극한이 아닐까? 신중현과 박인수의 만남처럼. 다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정말 알면 알수록 놀라운 사람이 바로 신중현이다. 한 번도 정규교육이란 받아 본 적 없으련만 도대체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거나 하지 않은 이런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음악을 이처럼 훌륭하게, 흑인보다 더 흑인스럽게, 그리고 가장 한국인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었던 박인수란 가수란...
그러고 보니 얼마전 박인수씨가 마치 노래처럼 세상을 등지셨다지. 행려병자가 되어 떠돌다가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채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문득 오늘따라 봄비가 더욱 서러운 이유다. 문득 오늘따라 봄비가 떠오른 이유일 테고.
김추자 버전을 비롯 여러 버전이 있지만 확실히 봄비는 박인수의 노래다. 오로지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노래다. 그와 함께 떠나간 노래다. 여전히 음악은 남아 있으되 누구도 다시 부르지도 듣지도 못하는.
가끔 흑인음악이라고 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있자면... 하긴 미국에서도 그렇게 바뀌고 있던가? 역시나 대중음악이란 엔터테인먼트이고 비즈니스일 테니까.
우울한 하루 듣고 있으면 어쩐지 위로가 되는 음악.
"그래, 난 아직 괜찮아!"
그래서 오늘도 문득 떠올려 듣는 음악.
"그래, 난 아직 괜찮아!"
겨울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봄비는 아니더라도 서럽게 내려주었으면.
소주 한 잔과 부침개 한 점과, 오늘 밤에는.
음악...
음악...
음악...
그리고 음악...
그리고 음악...
가신 이를 기리며... 남은 음악을 들으며...
겨울은 밤이 길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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