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최성수 - 해후

까칠부 2010. 1. 1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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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 최성수

어느새 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어봐도
그래도 슬픈마음은 그대로인걸
그대를 사랑하고도 가슴을 비워놓고도
이별의 예감때문에 노을진 우리의 만남
사실은 오늘 문득 그대손을 마주잡고서
창넓은 찻집에서 다정스런 눈빛으로
예전에 그랬듯이 마주보며 사랑하고파
어쩌면 나 당신을 볼수없을것같아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

가사 출처 : Daum뮤직

 

헤어짐을 예감하는 연인이 있다. 긴 만남 끝에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수 있음을 예감한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나 만나고 돌아서는 마음은 공허하기만 하다. 바람은 왠지 휑하고 텅 비어버린 가슴은 시리고,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든다.

 

심수봉의 노래 "그때 그 사람"을 보면 그런 가사가 나온다.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고"

 

정이란 곧 길들여짐이라. 함께 한 시간만큼 마음도 그와 함께 길들여졌다. 그 빈 자리를 어찌 감당할까? 사랑이 식어 헤어졌어도 그 빈자리는 어찌 채울까?

 

그래서다. 헤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다시 만나는 것은.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름에도 다시 전처럼 창넓은 찻집에서 다정스런 눈빛으로 마주보며 사랑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여직 헤어짐을 예감하면서도 다시 만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긴 시간을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난 옛연인처럼.

 

"사랑해!"

"사랑했어!"

"사랑했었어!"

 

그 순간 만큼은 진실이었다고.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이나 아쉽고 그립고 그러나 어색한 그 사이처럼. 그렇게 그 말을 가슴에 품고서. 변명하듯. 위로하듯. 고백하듯. 애타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래서 제목 해후는 역설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아직 헤어지지 않은 연인이다. 여전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연인의 만남을 해후라 한 것은.

 

어쩌면 연인에게 가장 서러운 것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깊었을수록, 그 감정이 진실했었을수록, 그래서 정이 쌓였을수록,

 

사랑해야 함을 안다.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를 사랑할 수 없다. 지난 시간이 아쉽고 소중하지만 더 이상 그 시간들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은. 그것을 안다는 것은.

 

마치 긴 이별 끝에 만나는 것마냥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전처럼 즐겁지 않고, 그래서 해후라. 그래서 긴 헤어짐 끝의 만남을 뜻하는 해후라.

 

그래서 노래는 참으로 슬프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슬프다. 울지도 않는다. 하소연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자기 이야기를 하듯. 넘치는 법 없이 찰랑이며.

 

이제는 잊혀진 미덕일 것이다. 울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울지 않아 더 슬픈 것임을. 최성수만의 부드러우면서도 우수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있어 더 애절하게 슬프다.

 

 

최성수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 기억이 하나 있다. 최성수가 처음 방송에 나왔을 때였다. 마침 아는 동네 형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놀라며 그러는 거였다.

 

"어, 쟤네?"

 

알고 보니 내가 살던 인근의 유흥가가 있었는데 거기서 일하면서 기타치고 노래부르고 있었다고. 그 형도 마침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했었다.

 

예전엔 그런 게 많았었다. 신승훈도 그렇게 밤무대에서 홀에서 일하며 틈틈이 기타 들고 노래하고 하며 실력을 키워 나중에 데뷔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원래 그때는 그랬다. 기획사에서 어려서부터 발굴해서 연습생으로 두고 가르치고 키우고 데뷔시키고... 그런 것 없었다. 물론 남다른 재능으로 일찌감치 기획사나 음반제작자의 눈에 띄어 데뷔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는 가장 밑바닥부터 구르며 올라가야 했다. 아직 무명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온갖 설움과 어려움과 굴욕을 견뎌가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그들에게는 마침내 음반취입과 메이저무대 데뷔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음반을 내고, 메이저무대에 데뷔를 하고, 자기 이름으로 노래도 내고,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목표였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중간점이고 도달점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꿈이랄까? 그래서 그 한 가지를 위해서도 많은 이들이 기꺼이 그 어려운 시간을 건뎌냈었다. 

 

최성수도 아마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내가 연예인의 뒷얘기에 관심을 갖거나 하기 전이라 자세히는 몰라도 그렇게 무대를 통해 무대에 단련된 그런 준비된 신인이었을 것이다. 데뷔곡 남남만 하더라도 최성수만의 스타일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신인같지 않은 - 외모 포함 - 신인이었다.

 

해후는 그런 최성수만의 서정적이면서도 절제되고 정제된 슬픔이 녹아 있는 내가 개인적으로 꼽는 명곡이다. 그의 이야기인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그리 절절히 가슴저미게 들려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겨울이면 한참을 생각없이 듣고 싶어지는 노래다. 가수야 어찌되었든 그 노래가 좋아서. 추억이 좋아서.

사랑에 대한 시린 기억이 있다면 더욱. 있을까?

 

여러 버전의 해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최성수 3집에 실린 오리지날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아직 생생한 최성수의 목소리도 좋지만 편곡이나 연주도 이쪽이 더 서럽고 정겨워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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