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시나위 - Circus...

까칠부 2010. 1. 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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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us - 시나위


 

널 힘들게 만드는 모든 것이
너에게만 있다고 생각지마
누구에게나 쉽게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고통과 아픔이 가까이 있는거야

포기하려 도망가려 하지마
너에게도 기회가 있는거야
세상의 끝에서 너에게 손짓하는
절망의 늪을 떠나서 꿈의 미래 속으로

사람들이 만들어간 거짓된 모습으로
단 한번뿐인 네 삶을 살아갈 순 없잖아
바로 너야 껍데기가 아니야
그래 이제 살아 숨쉬는거야

자 이제는 용기를 내는거야
껍데기가 되어갈 순 없잖아

가사 출처 : Daum뮤직

 

 

솔직히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기억하지 못한다. 부활을 제외한 거의 모든 락음악의 가사를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유는, 락이란 가사를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그렇게 습관을 들였다. 음악이란 그냥 듣는 것이라고. 연주와 멜로디와 보컬의 목소리와 가사를 그냥 듣는 것이라고.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는 사운드라 부른다.

 

부활의 음악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질적이었다. 가사 자체도 사실 음악에 매우 잘 녹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꾸 가사가 신경쓰인다. 반면 시나위는 가사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신대철의 변화무쌍한 기타와 김바다의 잔인할 정도로 애절하면서도 힘있는 보컬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와... 가사는 그저 거들 뿐. 그냥 포인트에서 흥얼거릴 정도면 되었다.

 

시나위의 6집과 7집은 참으로 명반이라 할 만 하다. 아니 시나위의 앨범 가운데 명반이 아닌 게 오히려 드물다.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메탈시절의 2집과 4집, 손성훈과 함께 했으며 묻혀버린 5집, 2000년대 들어 8집과 9집에서도 버릴 노래란 드문, 당대의 기타리스트이자 밴드리더 신대철의 고집과 의지가 느껴지는 앨범들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역시 최고는 김바다와 함께 한 6집과 7집. 김바다의 무미건조하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한 허스키함은 신대철의 기타와 어우러져 그 극에 이른다.

 

참 좋아했었다. 칠이 벗겨진 낡은 기타를 비끄러 맨 채 기타에만 몰두하는 신대철과 표정변화 없이 감정조차 없이 그 어떤 어려운 노래도 소화해내던 김바다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던 소리들을. 그때 내 평가가 괴물. 임재범 이후 처음으로 내가 단번에 감탄하며 이름을 외워버린 보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결국에 7집을 끝으로 김바다 역시 시나위와 갈라서고, 그 소식을 듣기란 참 힘들었다. 나비효과라는 밴드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때는 또 내가 음악과 멀어져 있던 때라. 그래서 작년 우연히 어느 락페스티벌에서 그를 보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러나 벌써 마흔이 가까웠더라. 김구라와 한 살 차이던가? 74년생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이를 속인 거였다. 아니기를 바랬는데.

 

어느 인디밴드의 리더가 마흔이 되어 밴드를 해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고 또 얼마전에 들었다. 마흔이란 그런 나이다. 서른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하는 나이. 나아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그동안 이룬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기에 나아가기보다 잠시 정리가 필요한. 그리고 새로운 결심이 필요한.

 

음악이라는 게 그리 힘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락을 하기란 그리 힘든 것이다. 그것도 밴드를 하기란. 그러고 보면 김바다는 시나위 이후 줄곡 밴드보컬로 활동해 왔었다. 시나위와 나비효과와 The Ratios까지. 이루고 싶은 것들 만큼이나 이루지 못한 것들이 아쉬울. 아마 시나위에서 나올 때도 그리 좋은 사정은 아니었을 텐데. 그 무렵의 상황에 대해 또 들은 게 있어서.

 

그래도 반가운 것은 나비효과나 The Ratios가 아닌 시나위의 전멤버로 사람들이 기억해주더라는 것이다. 물론 이후 그가 몸담은 밴드와 그 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역시 내게는 시나위의 김바다였던 터라. 그는 여전히 시나위의 김바다로 기억되고 있는 터라.

 

내게 있어 항상 최고의 밴드는 시나위였고, 최고의 기타리스트는 신대철이었으며, 최고의 밴드보컬은 김바다였다. 좋은 일이 아닌 일로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다시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신대철의 기타소리와 함께. 이대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Circus는 김바다의 이름을 떠올릴 때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하던 노래다. 내가 김바다를 가장 처음 만난 노래일 것이기 때문에. Circus와 죽은나무와 희망가... 그리운 꿈들이다. 퇴색하여 더 그리운.

 

 

덧, 그래도 광고 단 보람이 있다. 음원 사는데 보탬은 된다. 기껏해야 음원 사서 올리는 정도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일단 내 돈 안 들이고 음원 산다는 게 어디인가?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광고가 성가시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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