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시나위 - 죽은 나무...

까칠부 2010. 1. 4. 07:13

 

3

 


죽은 나무 - 시나위

나는 지금 널 바라보고 있어
나를 만지는 널 느낄 수 있어
너는 모르지 죽은 나무 같은
나의 모습만 알고 있을 뿐
잔인하게 넌 나의 곁에 머물지만
Oh~떠나가 Oh~널 위해
Oh~떠나가 Oh~널 위해
이젠 잊어줘 난 너에게
그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난 두려워져 삶의 미련조차 너무 부담돼
난 쉬고 싶어 끝내는 거야
널 안을 수도 없는 날
Oh~떠나가 Oh~널 위해
Oh~떠나가 Oh~널 위해
Oh~떠나가 Oh~널 위해
Oh~떠나가 Oh~널 위해

가사 출처 : Daum뮤직

 

언제더라? 아마 어디 편의방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93년 부활이 3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시나위는 소식이 없고 그래서 완전히 잊혀졌을 때, 문득 편의방 케이블TV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굉장히 거칠고 탁한, 그리고 매우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익숙한 기타사운드에 실려 있었다.

 

한 순간에 알아봤다. 시나위였다. 신대철이었다. 그리고 그 시나위의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김바다. 지금은 나비효과의 보컬로 있는 그다. 작년 어느 락페스티벌에서 우연히 스치듯 본 적 있는데. 여전하더라.

 

지금도 그 순간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국내 최고의 밴드보컬로 김바다를 꼽는데 당시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후려치듯, 그리고 저 밑을 후벼 긁듯 들려오던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터너티브에 더 최적화된 듯한 신대철의 기타는 물론이고. 최고라는 말도 부족한.

 

그러나 알고 봤더니만 그게 미니 5집이었던가 그랬다. 5집은 손성훈이 기껏 멤버까지 다 모아놓고는 앨범 나오자 마자 못하겠다 성대결절을 핑계로 탈퇴하는 바람에 활동도 못하고 접었었고. 3집에서는 신대철의 군입대로, 4집에서도 김종서가 서태지 데리고 탈퇴하는 바람에, 그래서 5집까지, 앨범을 내놓고도 제대로 활동도 못해 본 게 벌써 세 장 째였다. 그러니 내가 앨범이 나왔는지도 몰랐지. 더 어이없는 건 성대결절이라던 손성훈이 거의 같은 시기 솔로앨범을 내고 있더라는 것. 신대철이 아니라 나도 황당했었다.

 

하긴 다행이었다. 손성훈보다야 김바다가 시나위에 더 어울렸으니까. 손성훈은 기본적으로 밴드보컬이 아니었다. 차라리 김바다가 - 아니 김바다야 말로 최고의 밴드보컬이었으니. 한 번은 KBS에선가 김종서와 김바다가 같이 시나위의 히트곡을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겨울비는 김바다의 노래였다. 새가 되어 가리도 김바다의 노래였다. 김종서의 목소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 순간의 - 전혀 표정변화 없이 목에 핏줄이 선 채 고음을 불러제끼는 김바다의 모습과 그의 그 거칠고 탁하던, 그러나 너무도 매혹적이던 목소리란.

 

하지만 얼마전 리쌍 6집에서 김바다가 피처링했다기에 정말 반가웠었다. 그래서 주위에 떠들고 다녔었다.

 

"리쌍 6집에 김바다가 피처링했대!"

 

그러나 웬걸? 아는 사람이 없네?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 김바다를. 그 김바다가 피처링한다는데.

 

하긴 신대철도 잊혀진 마당이다. 김태원도 예능 안 나왔으면 그대로 잊혀졌을 거다. 나 역시 김태원은 물론 신대철도, 주상균도, 김도균도, 이현석도, 바로 이 김바다도 다 잊고 있었으니까. 김태원이야 몰라도 블랙홀과 시나위는 한때 내가 그리 미쳐 못 살던 밴드였는데도. 잊혀짐이란... 인심의 무정함이란...

 

아무튼 그래서 문득 더욱 김바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신대철의 기타도. 그 시절의 기억처럼. 참 어려웠지만 그때는 나도 꿈도 있었고 꿈을 불태울 의지도 있었음을. 그러고 보니 그러고 얼마 안 있어 IMF가 터졌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내게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참 내게서 많은 것을 바꾸었던 IMF였는데. 그만큼이나 거칠면서도 애절하게 흩어지던 그의 흐느낌으로. 시나위의 죽은 나무를 통해서. 마치 기억들처럼.

 

미니 5집의 수록곡으로는 이것 말고도 Circus가 유명했는데, 역시 나도 좋아하던 노래였다. 이것과 고깃덩어리와 함께 6집에서도 리메이크되어 실리고 있지만 6집은 또 6집의 맛이 있는 터라. 말했듯 6집과 7집에서의 시나위의 음악은 말할 것 없이 최고였으니. 그 시절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참 돌이킬 수 없는 행복인지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혹은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나위와 신대철과 김바다와 정한종과 신동현이라는 이름을 위해. 그들과 함께 했던 꿈과 그를 사랑했던 나를 위해. 기억은 때로 음악을 타고 시간을 거스르기도 하는 법이니. 음악이란 그래서 항상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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