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도반장의 그 말이 아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몇 번이나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하기는 어느 시절엔들 안 그랬을까? 인간 사회에서 부조리와 모순은 항상 역사와 함께 했었다. 부정을 일소해도 또다른 부정이 생겨나고, 모순을 해결하고도 다른 모순이 생겨나고...
다만 그렇더라도 그러한 부정들을, 모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들이 있었다. 선에 대한 믿음과 정의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동경과 희망이 있었다. 그것이 사람들을 견디게 했다.
법을 믿을 수 없다는 것. 법을 집행하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법과 정의를 믿고 그것을 실천해야 할 경찰에게 있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굴욕이며 분노일 것이다. 그가 더욱 경찰이려 한다면.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기에 그래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도반장에 동의하고 마는 게 아닐까. 차라리 금괴를 가지고 해외로 나가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것에 어쩔 수 없노라 동정하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공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도반장의 모습은 그가 믿는 선과 정의에 대한 마지막 미련일 터이고.
그는 결코 타락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일시적으로는 타락할 수 있어도 타락하기에는 너무 순수하다. 너무 순수해서 바보같은. 어쩌면 지금 사회에 멸종동물일지도 모르는.
상당히 전형적이고 진부한 전개지만 그러나 그것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도반장이 갖는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어쩌면 좌충우돌 도망자에서 가장 주인공스럽게 보이는. 타이틀롤이아 비와 이나영이더라도 지금껏 도반장의 비중은 도망자에서 나까무라 황과 더불어 가장 중심에 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술 때문에 놓치고 이제서야 겨우 봤지만,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단지 습관으로 욕하려고 보았다면 이제는 재미있어서 본다. 하나하나 드러나는 캐릭터의 이면들이 흥미롭고 더욱 입체감있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설득력이 있다. 듣게 만든다.
기억나는 것은 이정진의 눈물. 그리고 타락하여 공허한 눈동자. 그리고 절규와도 같은 여형사와의 러브신. 그가 주인공이었다. 이번 회차는. 확실히 잘생긴 놈은 뭘 하든 멋있다.
다음주가 기대된다. 도반장의 변신과 나까무라의 음모와 지우의 분발. 어떻게 될 것인가? 기다려진다.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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