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망자 - 뭔놈의 시간을 그리 끌까...?

까칠부 2010. 11. 19. 09:19

아니나 다를까라는 건데...

 

아예 지우까지 나타나기를 기다리던가. 하지만 이박사 스스로 말하지.

 

"일다 쌍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회장님!"

 

즉 지우는 제껴놨다는 거다. 그런데 뭐하는데 그렇게 뜸을 들이나?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그 정도 거리는 어지간한 육군 일병만 되어도 만발 때리는 거리다. 스코프도 있겠다, 정밀도 짱인 저격용 총도 있겠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PSG-1이 아니었을까? 이거 비싼 놈이다.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쾅!"

 

더구나 시간을 끌려 해도 그렇다. 그렇게 오래도록 집중해서 스코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정작 방아쇠를 당길 때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긴장을 풀고 있다 정작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스코프에 계속 눈을 대고 호흡을 고르고... 프로 맞아?

 

하긴 그래야 지우가 나타날 테니까. 지우가 나타나서 "짠!"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어쩔 수 없는 극적 장치라는 것은 알겠는데...

 

아무튼 진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뭘 믿고 거기 나타난 것일까? 거의 대책이 없다.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대책없이 그 자리에 나타나는 무데뽀란. 역시 그래야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제 첨예하게 욕망과 욕망이 부딪히던 것과는 달리 참으로 단순무식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 그래도 묘하게 검은색 위주의 옷과 하얀 얼굴이 진의 캐릭터와 어울리는 것과도 같다. 조금만 더 진중했으면.

 

그나저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까무라 황. 도반장의 캐릭터는 경찰을 그만두면서 많이 약해졌다. 뭐 이리 말끔한가? 뺀질이같으니라고. 수란이었나? 오늘 처음 알았다. 양형사. 귀엽다. 그 와중에도 결혼에 대해사면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 그에 반해 나까무라 황의 변신이 이박사와 더불어 전반적인 작품의 텐션을 높여준다. 성동일은 정말 보물같은 배우다. 저런 나쁜놈 캐릭터를 저리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이박사. 외모도 그렇고 순간순간 보여지는 디테일한 선도 그렇고. 제대로 사람 죽이는 데 익숙한 킬러의 이미지다. 사람 모습을 우습게 여기는 단순함에, 그럼에도 자기 자신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는 용의주도함에. 교활한 곰이랄까? 누구인지. 대단하다.

 

아무튼 거의 끝에 다가온 것 같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고 보여질 것도 없다. 끌어봐야 지겨울 뿐이다. 다만 앞부분 8회까지는 왜 넣은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8회까지는 전혀 쓸모없는 분량이어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전혀 다른 작품 같은 후반부. 참고 기다린 보람은 있지만 뭔가 제대로 놀림을 당한 것 같아서. 어쨌거나 재미가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감기로 앓아누웠다. 지금도 누워서 글 쓰는 중. 아주 이번 감기가 독하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