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절반의 재미와 절반의 지루함...

까칠부 2010. 11. 21. 07:56

전반부 경찰컨셉은 좋았다. 이야기가 있었다. 길이 적절히 끼어들면서 각자의 팀 가운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진지했고, 아니나 다를까 노홍철과 하하는 어수선했으며, 박명수와 정준하는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원래 이런 것을 보자고 리얼버라이어티를 보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음의 남사당놀이 컨셉에서는 이건 그냥 구경꾼이었다. 노홍철이나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멀뚱히 앉아서 각자 사진 찍는 것이나 보고 있고. 물론 나름대로 그런 상황을 잘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멤버들의 내공이라 하겠지만, 그러나 내가 남 사진찍는 거나 구경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순위발표도 그렇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비슷한 컨셉으로... 그나마 나는 그동안 두 회 분량밖에 보지 않았다. 그것만도 솔직히 충분히 지겨워하고 있는 터다. 매번 비슷한 컨셉이고,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리액션도 비슷하고. 사진 가지고 감탄하는 것도 또 하기란 지겹다.

 

어쩌면 천하무적야구단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천하무적야구단을 먼저 봤다. 감기로 앓아누웠다 일어난 터라 본방을 보지 못하고 다시보기로 보는데, 어쩐지 천하무적야구단이 더 끌려서. 한창 긴장하고 흥분하고 감동하고 나니 어느새 시들해진 것일까? 그래서 더 지겹게 느껴진 것일지도. 또 내가 남들보다 쉽게 싫증을 느끼고 하는 타입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래저래 근래 가장 지루했...

 

아니다. 가장 지루했던 것은 저번 머리에 카메라 달고 나와서 각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묘사하던 꽁트편이었다. 그에 비견할만큼 재미가 없었다. 한 번이면 무척 재미있었을 텐데. 두 번이었어도 그럭저럭은. 만일 같은 시간 다른 경쟁자가 없었다면. 안타깝게도 나는 무한도전 팬이 아니라. 예능을 좋아할 뿐.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망과 앞으로는 과연...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망했다고는 보지 않는데 그다지 좋았다고도 볼 수 없다 하겠다. 익숙해지고 능숙한 만큼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익숙함이고 능숙함이 아닐까?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친숙함일 테고. 아쉬울 따름이다. 못미쳤다.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