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노라조 - Rock Star...

까칠부 2010. 11. 24. 06:43

이제야 들었다. 벌써 지난주 금요일이구나. 뮤직뱅크가 간만에 괜찮은 짓을 했다.

 

솔직히 음악 자체는 많이 뻔했다. 단순하고, 진부하고, 지루하고... 조빈은 이런 메탈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 버거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호쾌한 질주감 있는 사운드는 진짜 아닌가. 메탈이 그렇다. 메탈이 추구하는 것은 멜로디가 아니다. 연주이며 가사다. 멜로디란 단지 보컬이 대중에 가사를 전하기 위한 수단이다. 단순하고 간결하며 오로지 밴드 사운드와 가사를 위해 존재한다.

 

가끔은 슈퍼맨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카레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어쩔 수 없는 조빈의 한계일 텐데. 초지일관 하이텐션을 유지하고 있는 이혁의 보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고. 그러나 그 가사가. 너무나 진솔한 그 가사가. 그리고 메탈의 본령을 들려주는 연주라는 것이.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아주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메탈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너무나 솔직한 속내도.

 

참 힘들다. 밴드라는 것이. 한곡에서 록을 한다는 것이. 메탈은 그 가운데서도 더 우울하다. 모던이야 팝과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다. 펑크나 얼터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등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성과가 있다. 한때는 대사에게도 했었다. 하지만 메탈은... 그렇지 않아도 록이라면 시끄러워서 싫다는 사람들인데. 멜로디만을 듣는 한국사람들에게 메탈은 어쩌면 금기일지도 모른다.

 

변절이라 하지만 어쩌겠는가? 말 그대로 방값. 전기값. 수도값. 가스값. 카드값. 연습실 빌리려 해도 그것도 돈이다. 녹음시 빌리려 해도 돈이다. 악기는 거저 생기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인디밴드 가운데는 그래서 거의가 전업이 아닌 투잡인 경우가 많다. 먹고 사는 게 우선. 음악은 그 다음. 가사 그대로,

 

rock will never die 완전 헛소리
월세 내려면 참아줘
rock'n roll is king 왕은 무슨 왕
카드값 없어 그지왕

 

그러고 보니 이혁이 방세 못 내고 있는 걸 조빈이 카드 대출받아 내 준 적 있다고 했었지? 많은 밴드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주류음악이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현실. 그나마 음반시장도 죽고, 음원도 돈이 안 되어 행사용 음악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현실. 아니면 다른 직업 가지고 호구수단을 만들어 놓거나.

 

하긴 그럼에도 노라조가 하는 음악 자체도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음악이다. 대접받기는 애저녁에 글렀다. 재미는 있지만 존경이나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행사용이라면... 어쩌면 내가 노라조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그것은 노골적인 절박함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생존수단이다.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한다. 조빈이든 이혁이든 그 음악에 대한 내공이 심상치 않기에 어떤 페이소스마저 느끼는 것인지도. 노라조라는 이름 자체도 그래서 상당히 역설적이다. 뭘 노라달라는 것일까?

 

아무튼 상당히 뻔하고 진부하고 그래서 반갑기도 한 음악이었다. 끝까지 듣기에는 상당히 지루한 감이 있는데, 록 무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중간의 기타애드립이. 그것을 살려가는 이혁의 애드립은 그가 원래 메탈 보컬이었음을 보여준다. 가사는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 슬프고. 이혁의 곡쓰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곧 노라조의 음악이라. 그들이 들려주고픈 이야기일 것이다.

 

부디 돈 많이 벌기를. 돈 많이 벌어서 서태지처럼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만으로도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을. 타협하지 않고, 그것을 변절이라 부르지 않고, 오로지 하고 싶은 음악만을. 우울한 새벽이다. 그래서 더 유쾌한 새벽이다.

 

록이 록인 이유는 그 우울함을 모두 부숴버리자는 의미일 것이다. 화끈하게 부숴버린다. 화끈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