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어제 대학가요제가 열렸구나...

까칠부 2010. 11. 27. 10:45

그동안 대학가요제가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것은 그럴만한 사람들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마저 있었을 정도이니.

 

그냥 아마추어들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너무 프로 냄새가 난다고 떨구는 경우마저 있었겠는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에 미쳐 지내던 인간들이 태반이었고,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경우들이었다.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가? 기획사 연습생으로 간다.

 

즉 더 이상 가수로서의 등용문이라고 하는 대학가요제에 대한 절박성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데뷔하려면 다른 더 확실한 길이 있다. 대학가요제가 굳이 아니어도 된다.

 

여기에는 또한 밴드음악과 포크음악의 쇠퇴도 한 몫 했다. 역시 대학문화를 이야기하자면 가사일 것이다. 그 또래에 맞는 가사. 그리고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이란 밴드 혹은 통기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로 모든 것을 찍어내는 시대가 되었으니. 최첨단장비가 만들어내는 최신사운드는 아마추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풋풋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경쟁할 수 없는 부분에서 대중음악의 주류가 형성되었다. 매끄러운 멜로디의 발라드와 첨단 사운드의 댄스, 그것은 대학가요제가 지향할 바가 아니다.

 

다시 말해 대학가요제가 지향해야 할 부분과 대중음악의 주류의 흐름이 서로 엇나가기 시작하면서 대학가요제의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게 되었고, 그것이 다시 대학가요제로의 새로운 가능성의 유입의 통로를 틀어 대학가요제 자체의 질도 떨어지는 악순환이었던 것이다. 말했듯 굳이 대학가요제가 아니어도 되게 되었으니까.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이제는 슈퍼스타K를 등용문으로 삼는다.

 

더 이상 주류가요계가 아마추어 대학생들이 끼어들만한 그런 만만한 곳이 아니게 되어 버렸고, 가수로 데뷔하려 해도 이제는 다른 여러 길들이 열리게 되었고, 실력있는 이들은 대학가요제를 외면하고, 대중 또한 대학가요제를 통해 나타난 이들이 더 이상 관심이 없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랄까?

 

결국은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한때 대학가요제가 열린다 하면 한참 전부터 온 사방이 들썩이고 했는데, 이제는 열리고 나서도 하루나 지나서야 그랬었구나. 별 생각도 없고, 기대도 없고, 호기심도 없고. 그러고 보니 브로콜리너마저도 대학가요제에서 낙방 먹었다는데.

 

이제 대학가요제가 지향해야 할 바는 더 이상의 가수등용문이 아닌 대학생다운 풋풋함의 아마추어 대회일까? 전국노래자랑처럼 대학생 가운데 순수하게 아마추어로서. 어제 나온 면면도 대충 그렇게 보이더만. 확실히 프로로 데뷔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딱 아마추어. 그것도 너무 어설픈.

 

세월의 흐름을 한탄하는 바다. 벌써 이렇게나 흘렀구나. 이렇게나 바뀌었고. 대학가요제가 전과 같지 않게 된 것이 벌써 90년 중반부터이니. 지나는 시간들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