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크리스탈의 실신에 붙여 - 매니지먼트가 뭐라 생각하는 것일까?

까칠부 2010. 11. 28. 07:49

어제 천하무적야구단에 송진우 선수가 나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신인시절 왼팔을 베고 자다가 감독님께 크게 혼이 났었다. 왼손잡이 투수라면 왼팔이 생명과 같은데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왼팔로는 팔베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단 송진우 선수만이 아니다. 프로라면 당연한 것이다. 마운드에 서야 하는데 정작 공을 던지는 그 팔에 무리가 가면 어떻게 하는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무리가 생기면 마운드 위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

 

프로인 것이다. 그들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기에 구단은 어마어마한 연봉을 그들에게 지불하는 것이고, 관중은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사소한 관리의 부주의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그 무슨 실례이며 결례인가?

 

자기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도. 그들을 고용한 구단이나 그들을 보고자 찾은 팬들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부단한 연습과 자기관리로 항상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란 한 마디로 관리다. 연예인 매니지먼트란 그 연예인이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작업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매니저라 부른다. 그것이 기업화되었을 때 연예기획사라 부른다. 연예인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을 따내고, 정당한 댓가를 받아낼 수 있도록 협상을 하고, 그 밖의 여러 제반사항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것이다. 그에 따른 댓가로써 연예인들은 자신이 버는 돈의 일부를 매니저, 혹은 기획사와 나누는 것이다.

 

도대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분명 스케줄은 오래전부터 잡혀 있었을 것이다. 바로 전날 전화해서 스케줄을 잡은 것도 아니니 상당히 전에 그날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패밀리콘서트 무대에 설 것이 결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간에 팬들과의 만남이고, 팬들에 자신들의 노래와 춤을 선보여야 할 자리다. 그런데 피로가 겹쳐 무대 위에서 실신을 하고 말다니.

 

동영상을 보았다. 얼마나 구차한가? 공연 도중 멤버는 실신해 쓰러지고 남은 멤버들은 몸이 안 좋아서 그렇다며 팬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게 프로의 자세일까?

 

물론 과로로 쓰러질 수도 있다. 무대에서 갑작스레 사고가 생기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도 프로의 자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전에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프로로서 우선해야 할 자세 아닐까? 팬들을 만나는 공연이 있다면 스케줄을 조정하고, 일상을 관리해서 최상의 상태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누가 해야 하는가? 베테랑이라면 상관없다. 아니 베테랑이더라도 그렇다. 결국에 그래서 매니저가 있는 것이다. 매니저를 두고,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수입을 나누는 것이다. 하물며 아이돌이다. 20대 초반의, 그 이하의 소녀들이다.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가?

 

어떻게 관리하면 아티스트가 공연 도중 무대 위에서 쓰러질 수 있는가? 얼마나 계획없이 관리하면 아이돌이 공연 도중 팬들 앞에서 쓰러질 수 있는가? 그러고서도 매니지먼트라는 말을 쓸 테니. 꼬박꼬박 수입을 나누어 자기 몫이라 챙겨갈 테고.

 

문득 얼마전 있었던 미성년 연예인에 대한 노동착취와 그들의 권리를 위한 입법에 대한 논의들이 떠오른다. 솔직히 내심 찬성했었다. 그리고 오늘 또 그에 대한 필요가 더욱 절실해진다. 성인도 문제지만, 이제 10대인 94년생 아이돌은 더 큰 문제니까. 성인이야 자기 책임이라 쳐도 미성년자는 어른에게 그 책임이 상당부분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여튼 도대체 뭐하자는 매니지먼트인가? 뭐하자는 연예기획사인가? 그저 연습생 뽑아다 가르쳐 무대에 올리면 끝나는가? 멤버 짜주고 팀 이름 정해주고 데뷔시켜 스케줄만 잡아주면 되는 것인가 말이다. 아무리 단지 보여주기 위한 아이돌이라 하지만. 보여주는 게 그리 쉬우면 아무나 아이돌 하지.

 

입맛이 쓰다. 그나마 SM이 가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을 텐데도. 아이돌의 과로뉴스같은 것은. 인권이라는 게 아이돌만 비껴가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기분이 더럽다. 아이돌 팬 이전의 한 성인으로서의 불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