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전에도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워낙 여기저기 쓰는 게 많으니 어디다 썼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요약해 보자면,
"도대체 카라가 일본 진출하는 거랑 국위선양이란 뭔 상관이 있는데?"
카라가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든, 얼마나 성공해서 입지를 다지든, 그것은 카라 개인의 성과이지 어떤 국가적인 사건은 아니다. 카라가 한국인으로 일본에 갔는가 아이돌로서 일본에 갔는가? 애국하러 갔는가? 아니면 어떤 국가적인 행사를 위해서?
어차피 일본인이 소비하는 것도 한국출신의 "아이돌" 카라다. 카라가 상대하는 것도 일본의 "대중"이다. 간단히 마이클 잭슨을 좋아한다고 할 때 "미국인"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것인가? 아티스트 마이클잭슨을 좋아하는 것인가? 제시카 알바를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미국인이라서인가? 아니면 미녀배우라서인가? 브래드 피트가 한국에 와도 그건 개인자격으로 자기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지 미국의 어떤 대단한 자존심을 위해서가 아니다. 당연히 미국인들은 브래드 피트가 한국에 온다고 신경도 거의 쓰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이란 단지 출신이다. 일본이란 단지 새로운 활동무대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국적을 떠난 아티스트 - 혹은 아이돌과 대중과의 만남에 불과하다. 내가 다케노우치 유타카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가 일본인이어서가 아닌 것처럼. 가라사와 토시아키를 좋아한다고 그것이 일본에 대한 나의 인상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카라가 일본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따라서 그것은 카라 개인의 차원이고, 또한 소속사의 비즈니스의 차원이지 무슨 국가주의적인 의미를 부여할 것은 못 된다는 것이다. 카라가 일본에서 대박을 내고... 카라 자신도 좋을 것이고, 그 팬도 좋을 것이고, 하지만 거기에 대해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국위선양이네 뭐네... 카라가 잘 나가는 것이지 한국이 잘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카라가 성공하는 것이지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일본 방송국의 입장이 있다. 일본 방송사가 바라보는 일본 대중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 일본 소속사의 입장이 있다. 한국 소속사의 입장이 있다. 카라의 입장이 있다. 마지막이 바로 한국 대중의 입장이다. 한국인 보라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일본 대중을 상대로 개인으로서 예능에 출연하는 것인데 거기에 뭔 한국인이 있는가. 그렇게 국가주의 강조할 것이면 일본에서도 한국 아이돌 출연시키면서 방송을 통해 일본의 국가주의를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당한가?
그냥 방송이다. 방송이고 연예인으로서 개인 자격으로 출연한 것이다. 한국 출신일 뿐이지 한국인으로서 출연한 것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어떤 이미지를 그로써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카라의 위치가 그렇다. 당장 나만 해도 카라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어떤 자격을 부여한 바 없다. 그런데도 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건 또 얼마나 웃기는가.
그러고 보니 지난주던가? 카라가 일본 예능에 나와 뭣 좀 대단하게 했다고 국위선양 어쩌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예능 잘하는 게 무슨 국위선양인가? 일본에서 아이돌 노래 하나 히트치면 한국의 국격이 그렇게 높아지기라도 하는가?
그렇게 여기면 되는 것이다. 뭐와 같느냐면 지지리 궁상에 못사는 사람이 잘 사는 친구 집에 가서 어떻게 잘 보일까 안절부절하는 것이나 같다. 일본에서 좋아한다니 같이 좋아하고, 일본에서 대박쳤다니 뭔가 대단하게 여기고, 더불어 일본에서 말 한 마디 어쨌다니까 거기에 갑자기 국가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도대체 뭐한다고 그렇게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일본이 그리 대단한가?
일본에 가 있는 한국인이 카라 하나면 모른다. 일본에 가 있는 아이돌이 카라 하나라면 또 모른다. 그래서 오로지 카라를 통해서만 한국을 본다. 그런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그냥 카라라고 하는 한국 아이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 한국인의, 한국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호들갑떨 필요 없이 그냥 한국의 아이돌이고 연예인이다. 그것도 그 또래의.
더구나 예능이라는 게 다름아닌 시답잖음이다.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말과 행동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예능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대단할 것 없는 말과 행동들로 웃고 즐기자고. 거기에 대해서까지 어떤 엄격한 규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 뭐하는 짓거리일까? 웃고 떠들며 놀고 있는데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고 분석하고 해석해서 대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요즘은 농담하고 놀 때도 그렇게 노나?
하여튼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찬호가 성공한 것이지 한국야구가 성공한 것이 아니다. 임창용이 강한 것이지 한국 야구가 강한 것이 아니다. 차범근이 분데스리가를 누빌 때도 한국 축구는 세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박지성이 빅리그에서 열심히 뛰어봐야 한국 축구의 수준은 월드컵 16강 정도다. 카라가 일본에서 성공하는게 그렇게 대단해? 카라에 별 관심도 없던 사람들마저 일부러 관심을 가질 만큼?
결국은 문제가 그거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한다. 당연하다. 그냥 개인이니까. 카라라는 팀의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 정니콜, 강지영이라는 개인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런 것도 상관없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그런 정도야 충분히 용인할 만하다.
하기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이 무슨 도덕교과서인가? 연예인이 무슨 전국민적인 윤리모델인가? 방송 나와서 하는 말이며 행동 하나하나에까지 현미경을 들이댄다. 의미를 부여하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매장해 버리고. 그럴 거면 평생 다큐멘터리나 보고 살던가.
차라리 개인적으로 접근하면 문제는 없다.
"개인적으로 저런 발언은 부적절하다."
"그다지 현명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말과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
거기에 왜 국가가 들어가고, 민족이 들어가고, 사회가 들어가고, 청소년이 들어가고... 그러면 그만한 대우나 해주던가. 최소한 국회의원 받는 대우는 해주고서 그런 걸 요구해야겠지.
개인으로서 보면 대개는 용납할만한 일들이다. 개인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 게 뭔 상관인가? 뭐 그리 크게 문제될 일들인가? 그러나 개인으로 보지 않으니까. 계약서에 한국인으로 사인한 것이 아닌데 오로지 한국인으로서만. 뭐라도 제대로 대우를 해주고서 욕하던가.
이번 기회에 아예 한국 연예인의 일본진출을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하던가. 아니면 일본에 진출하려면 말이며 행동에 대해 엄격한 훈련과 심사를 거쳐 면하를 발급하던가. 개인자격으로는 절대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뭐라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그런다면 내가 이해나 하겠다. 도대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그리 꼬투리를 잡아댈 거면서 뭣한다고 내보내기는 내보내나? 아예 국적까지 박탈해 버리지. 망신 안 당하게.
카라가 일본 가서 말 몇 마디 한 것으로 김치는 일본음식이 되고, 일본인들은 한국인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이것도 일종의 일본에 대한 열폭이라면 열폭일 텐데. 일제강점기의 트라우마가 평생을 간다.
말하지만 카라의 성공은 카라의 성공이다. 카라가 실패한다면 카라의 실패다. 한국의 성공도 한국인의 실패도 아니다. 카라의 말과 행동이 한국인의 그것을 정의하지도 않는다. 열을 식히고 차분히 생각해 보기를. 누구도 그들에게 한국대표의 자격을 부여한 적이 없다. 그들도 원한 적이 없고. 그게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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