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하는 말이다. 나는 왜 이리 남자의 자격을 좋아하는가? 왜 이토록 남자의 자격에 중독되어 못 헤어나는가? 일상의 소소함이 있다. 일상의 너무나 당연한 소중함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주위에 혼자인 누군가가 있다. 솔지깋 굉장히 성가시다. 귀찮고. 짜증나고. 하지만 내 일이 아닐 때는 어떻게든 연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혼자인 것이 걱정되고, 그래서 곁에 누군가 있었으면 싶고,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아무라도 소개시켜주고 싶고.
그것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사람 사이의 정일 것이다. 항상 걱정되고 항상 마음쓰이고 그래서 무엇이라도 채워주고 싶고. 설사 원하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단지 멤버들만이 아니다. 스텝들부터도 그렇다. 벌써 작년 연말에 이 아이템이 시도되었었다고. 여기저기 이정진과 김성민의 소개팅 파트너를 알아보았더니 사람들이 모두다 김국진을 걱정하더라 한다. 참 오지랖들도... 하지만 그런 게 정이니까. 김국진은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원래는 김국진이 타겟이었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니까. 이정진이며 김성민이며 아직 젊지 않은가. 능력도 된다. 그에 비해 한 번 갔다 온 것으로 말미암아 어쩌면 더 마음을 닫아걸고 있을 김국진이 더 걱정이다. 나이도 쉰이 가깝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평소에도 친구들조차 잘 만나려 하지 않고. 비어있는 만큼 더 채워주고 싶고, 부족한 만큼 더 채워넣고 싶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순수한 정일 것이다.
"성민이랑 정진이 만나는 걸 봐! 그리고 좋으면 말해!"
강요하지 않는 것도 사려깊은 마음씀씀이일 것이다. 싫더라도 억지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알지만 그렇더라도 싫은 것을 진짜 억지로 한다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니. 그럴 마음이 들게 해 주고 싶다. 더불어 마찬가지로 혼자인 김성민과 이정진도 챙겨주고 싶고.
그것은 족쇄다. 정이라는 이름의 함정이다. 보라. 그리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면서도 끝내 멤버들의 제안을 거절 못하는 것을. 그러겠노라고,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 있는 모습을. 마침내는 소개만 시켜주면 그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사람 사이의 정이다.
요즘 부쩍 그런 모습들이 늘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는 사람들과,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들과, 추운 겨울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들과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들이. 그 사이에 오가는 다정함들도. 다정하기에 세상은 따듯하고 즐겁다.
사실 앞부분을 챙겨보지 못했다. 조금 늦었다. 그래서 데이트 장면만 보았는데, 앞에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구나. 이경규와 김태원의 입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윤형빈과 이윤석도 답지 않게 독하게 맛깔나게 칠 줄 안다. 결혼에 대한 유부남들의 대화가 이럴 테지. 결혼을 앞둔 예비유부남의 대화도 이럴 것이다. 결혼에 대해 회의하면서도 그러나 혼자 있는 친구는 - 형제는 그대로 놓아 둘 수 없다. 다정한 가운데 짓궂은 모습들도 역시 사내들이구나. 남자는 몇 살이 되어도 애다. 남자가 어른이 되면 죽을 때다.
과연 이번 미션이 남자의 자격의 주제에서 벗어나는가? 남자의 자격이라는 정체성에 어긋나는가? 아니라고 본다. 남자의 자격의 정체성은 다름아닌 일상의 소소함이다. 일상의 소중함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자칫 잊고 지내고 놓치고 지났을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정진과 김성민의 데이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해 만남을 주선하는 마음들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들을 위해서 방송을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만나보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찾아 여기저기 연락을 넣고, 의사를 타진하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라도 적당한 사람을 찾으려는 그런 마음들이 중요한 것이었다. 친한 동생의 학교 후배의 직장동료의 후배라던가? 촌수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겨울은 다뜻하고 사람의 마음이 정겨운 것이 아닐까?
역시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놓치고 지나치는 모습들. 자기가 행복하기에 다른 사람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기가 즐겁기에 다른 사람도 즐겁기를 바라는. 인연을 만들어주고 싶은 너무나 선량한 욕심들. 남자의 자격스럽지 않은가? 일곱 형제들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남자의 자격을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다. 한 번 보아서는 모른다. 볼 때마다 보지 못한 것들이 잡힌다. 처음에는 예능으로 보더라도 잠시 놓치고 지나갔던 그런 작은 부분들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런 따뜻함이 좋다. 그런 흐뭇함이 좋다. 남자의 자격에 중독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재차 강조하지만 장기 가자. 이번에는 김국진이다.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서로 좋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의 이뤄짐을 지켜보고 축복해주고, 4천 5백만 전 국민들이. 또 한 사람의 행복한 만남과 인연들을 위해서. 김성민과 이정진도 물론.
다만 부작용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춥고 눈도 오는데 보고 있으려니 더 춥다. 흐뭇하고 훈훈하고 기분도 좋은데 너무 춥다. 칼바람이다. 보기는 즐거운데 어느새 깨어난 현실의 처량함이...
그나저나,
"그러다가 여기 있는 누군가가, 내가 나온 여자분을 좋아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역시 태원옹. 순간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전혀 예능스럽지 않은 가운데서도 예능으로서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철없는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테지. 남자들만의 시답잖음. 남자들만의 짓궂음. 그리고 남자들만의 끈끈한 정들. 의리.
좋다. 역시나. 보아도 또 재미가 있다. 겨울이 시리지만 따뜻할 수 있는 이유다. 따뜻하지만 시린 옆구리에도 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그들이 좋다. 남자의 자격이 좋다.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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