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주의라. 결국은 아마 거기서 걸린 것이 아닐가? 내가 이 드라마를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항상 해 왔던 말,
"만화다!"
만화, 특히 순정만화의 문법에 충실한 작품이거든. 제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석에 충실한 만화 그 자체다. 2D의 만화를 고스란히 3D의 드라마로 옮겼달까? 하지만 그런 점들이 어쩌면 드라마를 상당히 마니악하게 만들고 보편적인 한국 대중의 정서로부터 이탈하도록 한 것이 아닐까?
결국은 문근영이 드라마 안에서 제작중인 드라마에 대해 비판하며 한 말이 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젊다. 너무 마니악하다. 보편적인 대중이 보기에 괴리감이 있다."
조금 더 현실에 밀착하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럴 경우 지금의 만화적인 판타지와 판타지가 주는 산뜻한 유리감을 즐길 수 없었겠지. 현실에 밀착하면 보다 더 리얼한 감정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판타지에는 판타지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왜 저와 같은 스타일의 손발 오그라드는 순정만화가 상당히 주류로써 읽혀지고 있는가.
다만 결국 드라마라는 것은 만화와는 달리 보편적인 불특정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할 것이다. 정작 드라마에서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미처 그런 부분들을 생각 못했다는 점이 또 드라마의 한계일 것이고. 역시 원작 때문일까? 아무리 봐도 이건 원수연 냄새가 진하게 나거든.
아무튼 그럼에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의 비현실적인 판타지 - 만화를 TV드라마로 보는 것에 익숙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까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면 해외시장도 어떻게 노려볼 수 있을 텐데.
결국은 내가 항상 이 드라마를 칭찬하며 한 말들이 이 드라마의 족쇄가 되었다 할 수 있겠다. 만화다. 너무나 훌륭한 만화다.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만화다. 하지만 대중은 그리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본을 굳이 그렇게 바꿔 써봐야 제목을 "매리는 외박중"이라 붙일 이유도 없었을 테고. 결국은 감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기왕에 마니악하게 만들었으니 마니아들을 위해서. 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나로서는 아주 대만족중이기 때문이다.
뭐 어색한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만화니까. 만화이기에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니까. 바로 그것이 장르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에 공감할 수 없으니 저리 어려운 것일 테고.
그러고 보니 단골 대여점에서도 항상 듣는 말이다. 내가 재미있다 하면 안 본다. 그래서 내가 좋다고 추천하면 반품시켜버린다. 한동안 아닌 것 같더니만... 징크스라는 게 그저 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어쨌거나 재미있다. 드라마 끝나고 나면 간만에 원수연의 원작도 디벼볼 생각이다. 지금은 드라마에 집중 못하겠으니 미뤄두기로 하고.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내가 좋다. 배우들과 제작진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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