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김치와 기무치...

까칠부 2010. 12. 2. 18:36

원래 김치와 기무치 가지고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이 김치의 표준논란 때문이었다. 꽤 되었다. 당시 일본의 식품업체에서도 상당한 양의 김치를 생산해 세계에 수출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한국음식인 김치를 일본에서 생산해 더 많이 수출하느냐는 민족적인 감정을 자극해버린 것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결국 그로 인하 일본과 한국 사이에 김치의 표준을 정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일본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되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매국노 논란까지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바로 이때 일본 업체에서는 김치에 대해 일본의 전통적인 야채절임인 즈케모노의 연장에서 접근하려 들었던 것이 김치와 기무치 논란으로 불거졌던 것이었고. 그러면서 나온 것이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자기네 음식으로 만들려 한다.

 

물론 아니었다. 단지 김치를 즈케모노와 같은 절임음식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김치만의 고유한 발효음식으로 볼 것이냐? 여기에 독일의 자우어크라우트며 피클도 한 몫 해 보려 했던 것에 비추어 단지 산업적인 측면에서 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발효된 상태로 유통하는데 기술적으로 제약이 있었던 당시의 우리나라 김치업체의 이해마저 얽히면서 일본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표준안이 나오게 되면서 언론을 통해 여론이 일어나며 이슈화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집단의 기억과 그로 인한 관성일 것이다. 사실은 그런 게 아닌데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민족적인 어떤 트라우마를 자극받다 보니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렇다 여기는. 그렇게 믿게 되고. 이미 끝난 이야기이고, 국제적으로 김치가 명확한 표준이 되어 있음에도 여전한 관성으로, 거의 무조건반사랄까?

 

"일본이 김치를 자기네 전통음식을 가져가려 한다!"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김치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 치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이 실제 있는가?

 

어떻게 해도 김치는 한국음식이다. 기무치라 한다고 일본에서 자기네 음식이라 여기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일본화된 김치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음식인 김치를 자기네화한 것이지 그것이 일본의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말했던 표준논란 당시 기무치를 일본의 야채절임인 즈케모노와 비교한 것이 그런 오해를 불러왔을 뿐. 원산지가 어디이든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건 자기 능력이다. 이를테면 카레의 원산지는 인도지만 정작 카레를 가장 열심히 먹는 것은 일본인 것처럼.

 

한국에서 피자를 한국화한다 해서 이탈리아가 화 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피자를 한국화해서 세계로 이탈리아보다 더 많이 잘 팔아먹는다. 그렇다고 이탈리아인들이 분개할 일일까? 아무리 일본이 기무치르 자기네 전통음식이라 주장해도 기무치가 김치이고 한국음식이라는 것은 조금만 상식이 있으면 누구나 안다.

 

그러고 보면 참 일본이란 무척이나 만만한 대상이라. 일본 언급하며 민족주의 살살 건드려주면 바로 낚인다. 요즘은 중국이 그 대상이다. 어떻게 기무치를 일본이 가져가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것을 민족주의적으로 보아 이러니저러니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무엇이고.

 

참고로 유럽의 경우는 이런게 참 많은데, 예를 들어 프랑스의 국왕 앙리 4세는 나바르공 시절 엔리케 3세라고도 불리고 있었다. 샤를마뉴 대제는 독일에서는 카를, 영국에서는 챨스라 부르고 있고. 같은 이름이다. 단지 같은 철자를 각자의 나라에서 자기식대로 부르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 뿐. 우리나라에서도 루부를 여포로 쥬게리앙을 제갈량으로 베킹을 북경우로 듕궈를 중국으로 자기식대로 부르지. 동경이 아닌 도쿄이고 일본이 아닌 닛폰이고 대마도가 아닌 쓰시마일 텐데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론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뭐만 있으면 일본 떡밥이다. 일본 아니면 중국. 일본이 우리 것을 가져간다. 중국이 우리 역사를 가져간다. 한국인의 뿌리깊은 어떤 트라우마에 기생해서. 낚이는 사람도 낚이는 사람들이고.

 

김치를 기무치라 한다고 김치가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게 되는가? 기무치라 하면 김치가 일본 음식이 되는 것일까? 열등감도 이 정도면 병이라 하겠다. 고작해야 음식이름 하나 가지고. 가끔 내가 한국인인 게 무척 쪽팔려지는 때다. 입맛이 쓰다. 이래서 민족주의는 만년떡밥이라 하는지도. 잘들 낚인다. 붕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