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김치와 기무치가 서로 다른 음식이라?

까칠부 2010. 12. 5. 07:34

도대체 누가 시작한 말인지. 김치와 기무치가 달라?

 

일단 김치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보자.

 

첫째 소금에 절인다. 맞다. 김치라는 단어 자체가 야채절임을 뜻하는 침채沈菜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금에 절여 유산균발효를 일으켜 맛을 내어 먹는다.

 

하지만 조선후기 음식디미방을 보더라도 소금이 없으면 대신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에 볶아 절이는 김치고 있었다. 기름으로 발효시키는 김치다. 역시 김치다.

 

고추가루며 젓갈이며... 백김치는 고추가루를 쓰지 않는다. 물김치도 젓갈을 쓰지 않는다. 열무김치에 요즘은 젓갈 쓰나? 우리집에서는 안 썼는데. 젓갈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깔끔하다.

 

그리고 발효에 대해서... 사실 이게 당시 한일간에 김치의 표준을 정할 때도 가장 문제였었다. 김치를 일본이 가져가려 한다는 말이 돌았던 것도 아마 젖산의 함유량이었던가? 발효식품으로써 김치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했던 그 부분이 일본의 요구대로 통과되었던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생산된 기무치에는 젖산발효 대신 구연산 등을 넣어 인공적으로 산미를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일본에게 절대 유리했으므로.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한국 업체의 이해도 반영된 결과였다는 것. 겉절이도 김치다. 얼갈이김치는 익히지 않고 바로 담가 먹는다. 김치는 반드시 발효시켜 먹는다는 자체가 편견이라는 것이다. 아예 익은 김치는 안 먹고 날김치만 먹는 사람도 있다.

 

지금도 아마 발효된 김치를 유통시키는 것은 상당한 문제일 것이다. 일단 발효시키고 나면 유통기한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업체의 이익과 관계가 되고. 그래서 익지 않은 날김치인 채로 포장해 팔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젖산 등의 수치를 발효된 상태를 기준으로 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즉 젖산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부터도 김치이며 따라서 젖산발효가 김치를 정의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일본식 김치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경상도에서 먹는 김치가 전라도에서 먹는 김치와 다르다. 함경도 출신은 우리 친가와 외가의 김치맛도 그렇게 다르다. 경기도의 김치가 충청도와 다르고 강원도와 다르고. 각 지방마다 많이 나는 것으로 그에 맞게 김치를 담근다. 우리나라 김치도 일본에 가면 일본식이 되고 미국에 가면 미국식이 되겠지. 그래서 다른 김치인가?

 

바로 이런 것이 관성의 오류일 것이다. 한 번 그렇게 주장하다 보니 다른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엉뚱한 결론에 이르고 마는. 우리가 먹는 김치만도 이렇게 다르고 다양한 개성을 갖는데, 고작 일본에서 자기네 형편에 맞게 만든 김치라고 김치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겠는가. 단지 향신료를 적게 쓰고,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고, 발효를 시키지 않은 일본식 김치라 해야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식 기무치든 우리나라의 김치든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둘 다 기무치라 부른다는 것일 테고.

 

나 살다살다 이 무슨 바보같은... 하도 뭣그런 논쟁이라 한 발 물러서 있었더니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돌고 있구나. 한 편에서는 김치와 가무치는 다르다고 실드치고, 한 쪽에서는 김치와 기무치가 다르다고 공격하고, 도대체 논지가 뭐야?

 

생각나면 김치에 대해 한 번 제대로 살펴보기 바란다. 김치란 이런 것이라는 그동안의 정의가 얼마나 어이없는가를 깨달을 수 있을 테니. 일단 김치라 담갔으면 다 김치다. 김치의 오묘함과 방대함을 알 것이다.

 

하여튼 사람들이 참 바보같다. 재미있다. 류크의 심리가 이해가 간다. 중독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