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가장 쓸데없는 야단...

까칠부 2010. 12. 5. 16:17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

 

"엄마 친구 아들은 이런데 너는 왜 이러니?"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누구나 그런다.

 

"누구는 이런데 너는 왜 그래?"

 

하다못해 비정규직이 먹고 살자고 파업해도,

 

"백수가 있잖아?"

 

아니 더 멋진 건,

 

"그러길래 더 열심히 노력했어야지. 그랬으면 비정규직 안 됐을 거 아냐?"

 

환상적이지?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놓인 여건이 다르고, 그를 대하는 자신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그 상황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더 치명적으로 반응하며, 어떤 사람은 아예 그것을 견뎌하지 못한다.

 

"이게 뭐가 맵다고 그래?"

 

매워 죽겠거든?

 

"다들 잘 먹잖아?"

 

저 사람들은 내가 아니거든?

 

"유별나네?"

 

왜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너만 유독 그러는가? 그니까. 그 사람이니까.

 

천상천하유아독존. 부처가 태어나 처음 한 말이라 하지. 세상에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

 

남이 아닌 나라는 거다. 개인이다. 그것은 다른 누가 아닌 자기가 담보하는 것이다.

 

유별난 게 당연하다. 세상에 나란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듣고 그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한 거다. 그리고 나서야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 나온다. 그라고 하는 개성에 맞게. 그가 놓인 상황과 여건에 맞게.

 

단지 그저 남이 이러니 이렇다더라. 그런 걸 조언이라 하는가? 야단이라 치는가?

 

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못해? 말했잖은가? 너는 얘가 아니다. 벌써 구분해 부르고 있는데.

 

가끔 언론등을 통해서도 근엄하게 그러고 앉았는 사람들 보면 도대체 똥구멍으로 배운 것인지.

 

왜 그러는가 그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춤이 되는 대안을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질책을 해도 해야 한다. 그게 지식인 된 도리다. 보통 사람들이야 그냥 악다구니를 쓰고 욕을 해도 그래도 자기 이름 걸고 기사를 쓰고 혹은 논설을 쓰고 기고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유독..."

 

거기서 결국 인성론이 나오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네가 문제다. 네가 나쁜 거다. 쓰레기 만들고. 나쁜 놈 만들고. 그리고는 그에 대한 모든 폭력을 정당화한다.

 

하기는 지식인이라고 그 사회 수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들 역시 그 사회로부터 교육받고 자란 이들이니. 설마 그들이라고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을까.

 

참 말은 휘황하고 말투는 근엄한데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 것은. 글을 쓰며 얼마나 자부심에 쩔었을까? 나는 이렇게 냉정하고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현명해. 뭐 그런 맛에 글도 쓰고 하는 거다.

 

애들 야단칠 때도 가만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다른 애들은 다 그런데 왜 얘는 이런가?

 

"얘가 못나서 그렇다!"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혹은 귀로 듣는 것에 약하다던가, 아니면 대인관계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다던가, 학습동기 등에서 다른 문제가 있다던가. 그러면 그에 맞춤형 대책이 마련이 되겠지. 그저 윽박지르며 야단을 치기보다는. 애 하나 버리는 거 순식간이다.

 

한심할 따름이다. 근엄한 것도 방향이 맞아야 의미가 있다. 야단쳐도 힘만 빼는 경우가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죄보다 더 미운 것이 그런 생각없음이다. 생각없음이 더 큰 죄를 만든다.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