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일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까칠부 2010. 12. 12. 21:07

처음에는 민폐라 생각했다. 완전 무리수였다. 그런 큰 식당이라니.

 

가정요리와 직업요리의 차이. 가정요리는 단지 몇 사람만을 위해서 때마다 한 번 만들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업요리는 말 그대로 요리공장이다. 반복해서 손님 수만큼의 요리를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며 만들어내야 한다. 더불어 홀서빙이 그게 말처럼 그냥 쉬운 것인가?

 

아르바이트 한 번 안 해 본 게 티가 난다. 주방이야 말할 것도 없고 홀도 온통 난리가 아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노홍철만 고군분투했다. 주방은 손이 딸려 끝내 보조이던 이진까지 팬을 잡으며 체계가 무너지고 있었고. 마침내 2시간의 반복노동으로 부상까지 입은 니콜.

 

그야말로 민폐였다. 요리도 요리이고, 서빙도 서빙이고, 총체적 난국이라. 과연 노홍철이라도 없었으면 상황이 어찌 되었을까? 아니 영웅호걸이 아니었으면 -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과연 손님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모르면모를까 보통의 식당에서 저랬으면 그날로 가게 문 닫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뒤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며 보조역할을 하던 박가희가 있으니까. 두 시간 넘게 혼자서 돈까스를 튀기며 말 한 마디 없이 예능을 잊고 있던 니콜이 있었으니까. 그들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시선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 이 사람들 진심이구나. 아마 다른 예능이었다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출연자들에 개인기를 시키고 있었을 테지만.

 

내가 항상 영웅호걸에 감탄하는 부분이다. 영웅호걸 제작진은 알고 있다. 사람들이 영웅호걸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1박 2일이 아닌, 뜨거운 형제들이 아닌 영웅호걸을 굳이 선택해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지 웃음을 바라고 보는 것이라면 1박 2일을 보고 있었겠지. 뜨거운 형제들도 웃음이라는 한 가지에 있어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런데 망가지는 것조차 어색한 여자연예인들이 나오는 영웅호걸에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여자연예인들이 있으니까. 미인들이 있으니까. 매력적인 여성들이 나오니까.

 

영웅호걸이 갖는 경쟁력이다. 웃음으로 경쟁해서는 1박 2일을 절대 못 이긴다. 개인기로도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예능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으로 무기를 삼을 것인가? 말했잖은가? 매력적인 여성들. 여자연예인들.

 

보기만 해도 좋다. 보기만 해도 즐겁다. 아름답다는 것은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같은 시간대 오로지 영웅호걸만이 갖는 장점이며 강점이다. 어떻게 살릴 것인가?

 

매력적으로 보여야겠지. 웃기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에게 호감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지 그들이 좋아서라도 채널을 고정할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한 호감으로라도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도록. 출연자들에 대한 호감이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이다. 출연자들의 매력이 곧 프로그램의 인지도와 시청률을 끌어올린다. 괜한 웃음을 욕심내느라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프로그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어떻게 매력있게 포장하는가. 일부러 포장할 필요는 없다. 단지 그녀들의 매력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장면은 강조해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은 편집을 맡은 제작진의 몫이다. 거기에서 영웅호걸은 항상 자기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를 아는 현명함을 보여준다.

 

홍수아가 카메라 욕심을 내다가 손은 데는 장면과 그리고 말없이 묵묵히 돈까스만 튀기는 니콜의 모습. 그 전에 투덜거리면서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설거지에 열심이던 박가희. 홍수아의 호들갑은 귀엽고 그러나 니콜의 진지함은 호감이다. 박가희 역시 자막의 도움으로 그 노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진심이다.

 

진심인 상대보다 호감인 상대는 없다. 진심일 때 나 역시 진심이 된다. 열심히 보조일을 하다가 상황이 급해지자 팬을 잡은 이진 역시. 영업을 시작하기 전 조심스럽게 메니큐어를 지우던 모습은 무척 진지해 보였다. 서툴지만 - 그래서 전혀 믿음이 가지 않고 민폐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런 열심인 모습이 있으니까. 그래서 보기가 즐겁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아름답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끝내 지쳐서 튀긴 돈까스를 손으로 건지다 데인 니콜의 기름투성이 손이 저리 아름답지 않은가. 아마 이제까지 보았던 걸그룹 아이돌의 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손이었을 것이다. 튀겨지는 돈까스를 노려보던 그 눈빛만큼이나. 니콜의 지지율 20% 이상의 상승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말이 없어 지루하겠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던 힘든 작업"

 

역시나 제작진의 무리수였다는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너무 컸고 너무 넘쳤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던 모습들이 있었으니까. 진지하게 비록 하루 하고 마는 예능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프로가 프로인 이유는 자기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고용주를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기를, 자기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는 아니었지만 그 진정은 진짜였다.

 

아쉽다면 영업을 시작하기 전 요리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고민하고 있을 때 정가은이 보인 개인플레이였달까? 주방이란 팀웤일 텐데 그로 인해 한 순간 주방이라는 조화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정가은의 무리수일 테지만... 마음이 급한 건 아는데 그런 부분은 재미도 없고 자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재미있었다. 예상한대로 메이드복은 너무나 잘 어울렸고, 그보다 요리사복장을 하고 익숙지도 않은 요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최선을 다하기에 그 땀이 아름답다. 상처입은 손마저도. 어머니의 거친 손은 그렇게 뜨겁고 아름다웠다.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다시는 이런 미션은 하지 말기를. 하더라도 작은 호프집이나 빌려서 하던가. 조마조마해서. 몸이 재산인 아이돌인데 매번 이리 다치고 해서야 쓰겠는가. 

 

재미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무리하지 말고 끝까지 건강히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연자가 보물이다. 저들이야 말로 영웅호걸을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그녀들의 왁자함이 좋다. 건강함이 좋다. 활기참이 좋다.

 

항상 기대만큼은 해주는 예능이었다. 내가 영웅호걸을 보는 이유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