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런닝맨 - 가장 런닝맨스러웠다!

까칠부 2010. 12. 13. 08:22

처음 런닝맨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떠올린 이미지는,

 

"달린다!"

 

마치 헐리우드 액션영화처럼 정신없이 달리는 출연자들과 그로 인한 어떤 긴박감을 그로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시도들이 어설프나마 있었기도 했고.

 

하지만 저조한 시청율과 전방위적인 비판 속에 그저그런 출연자들이 모여 게임도 하는 버라이어티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캐릭터며 관계도 자리잡히고, 숨바꼭질은 런닝맨의 정체성을 담보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모여 앉아 게임을 하는 것은 어쩐지 제목에 어울리지 않지 않은가.

 

그런데 어제의 KTX를 둘러싼 게임들은 확실히 런닝맨이라 할 만했다. KTX가 갖는 쾌속의 질주감과 어울리며 쉴 새 없이 달리는 미션들이 긴박감을 더하고 있었다. 늦으면 KTX에 탈 수 없다. 떠나려는 KTX를 쫓으려는 긴박한 발걸음들이. 광수가 끝내 플랫폼을 잘못 찾았을 때에는 가슴이 꺼지도록 허탈하기까지 했었다.

 

오히려 어제 분량에서만큼은 숨바꼭질보다 그 달리는 미션들이 더 의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숨바꼭질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김종국과 송지효의 더할나위없는 완벽한 콤비플레이에 감탄도 하고 했지만, 그러나 초단위로 세어가며 발을 동동 구르는 그 재미란 것은. 함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보면.

 

아직까지도 나는 이것이야 말로 런닝맨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 생각하는데. 앉아서 하는 김제동과의 1대 9 게임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보다 뛰어다니는 역동성과 땀흘리는 모습이 런닝맨만의 정체성을 담보해 주지 않을까. 제목에서 주어지는 기대를 충족할 수도 있겠고.

 

간만에 재미있었다. 리지는 병풍. 송지효의 분발. 나머지는 그냥 안정감. 간만에 마음에 들었다. KTX가 갖는 이미지를 훌륭히 살림으로써 시너지까지 높인. 진정 기대하게끔 만드는 예능의 모습을 보였다.

 

 

덧, 그나저나 송지효. 이제는 물이 올랐다. 원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스스럼이 없다. 망설임이 없다. 결국 주위에서 충실히 그녀를 이용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훌륭히 주위를 이용하고 있다. 끝내 KTX를 놓치고 광수를 발길질하는 모습에서 쫓기는 와중에도 하하를 역공하던 모습을 떠올렸달까?

 

그야말로 물을 만난 고기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이제는 송지효 없이 런닝맨이 성립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으니. 역시 런닝맨의 팀플레이가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송지효의 얼굴을 보면 즐겁다. 본방으로 보면 더 재미있을 텐데. 시시때때로 짓는 리얼한 표정들이 상당히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이미 에이스다. 그녀를 주목한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