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항상 의문이었다. 내 지론이다. 히트곡이란 듣고자 해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는 음악이다. 그만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듣기에 나에게까지 들리고 어쩔 수 없이 기억하게 되는 음악이라는 건데.
발매 하루만에 음원올킬. 1주일만에 방송순위차트 1위. 그런데 정작 나는 그런 노래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음원 올킬을 했다니 했나보다. 1위를 했다니 했다보다. 여전히 나는 그 노래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들어본 적도 없고. 일주일만 음원사이트 들어가지 않아도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과연 히트곡일까?
싸이도 그래서 말한다. 음원 올킬까지 했는데 행사 나가 노래를 불러보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히트하려면 앞으로 몇 달은 더 계절이 바뀌도록 행사도 하고 공연도 하고 해야 비로소 히트가 되지 않을까.
결국에 음원사이트 아이디조차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굳이 인터넷 뒤져가며 음악이 나오는 날짜까지 알아가며 때를 맞춰 구입하는 사람도 그리 없고. 대부분의 대중은 수동적이다. 돈을 지불하려고도 하지 않고 단순히 들리는 음악을 들으며 즐길 뿐이다. 방송점수가 중요한 게 그래서다. 그런 대중들과 가장 친한 것이 방송이거든. 그에 비하면 음원사이트 아이디까지 가지고 음원을 유료로 다운로드받을 정도면 매우 적극적인 소비자라 할 수 있다. 거의 음악이 나오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찾아들어야 하니.
음원사이트 올킬이라 해도 그러한 코어한 핵심계층 안에서의 일이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의 보편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일반 대중이 그 음악을 들을 때 쯤에는 음원이고 방송순위고 다 끝나 있는 경우가 거의다. 이런 노래가 나왔구나 싶어 보니까 음원순위도, 방송순위도, 이제는 언급하는 사람조차 없다.
과연 몇 달 지났다고 잊혀지는 노래가 히트곡인가? 하지만 또 어떤 노래들은 당장에는 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해가 지나도록 계속해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작년 하반기를 대표하는 두 노래가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와 카라의 "미스터". 미스터 역시 음원이나 음반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히트곡을 말하자면 결코 "미스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디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열 사람 가운데 최소한 서너사람은 흥얼거리며 따라부를 수 있어야 히트곡 아니겠는가. 피크를 지나 몇 달이 지나서 음악이 흘러나와도 흥얼거리며 얼추 비슷하게 멜로디를 따라갈 수 있어야 히트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대중이 그만큼 그 음악을 받아들였다는 뜻일 것이니. 그런데 그 기준이란 코어한 핵심계층에 의해 단기간에 결정되는 음반과 음원.
얼마나 한국대중음악 시장이 수요자인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어 있고 왜곡되어 있는가. 어쩌면 미디어의 발달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에 대해 그 미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구조를 만들어내지는 않는가. 확실히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미디어환경은 나같은 라이트한 대중이 따라잡기에는 무척 버거운 데가 있으니까. 그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자기 의사를 그 가운데 반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라면 한참 뒤에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다 결정되고 나서.
조금은 생각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음원사이트에서도 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단기간에 나타나는 가시적인 결과보다, 보다 장기적으로 보편적인 일반대중의 수용여부로써 음악의 성패를 판단하는. 어쩌면 그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이 현재 뮤직뱅크에서 하고 있는 방송점수, 시청자선호도. 일본의 유센처럼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노래까지 캐치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었으면. 그러고서야 비로소 제대로 히트 여부가 결정나지 않을까. 더불어 입소문에 의해 조금 시간을 두고 대중에게 선택받을 비주류음악에 대해서도 길을 열어둘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미디어를 움직일 수 있는 자본에 더 유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으니까.
확실히 싸이가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예능에 나와 그 별 것 아닌 것 같은 한 마디로도 이렇게 핵심을 짚어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기만의 대안에 대해서도. 맞다. 공연을 하고 행사를 하고 부지런히 뛰어 사람들에게 알려야겠지. 자연스레 음악이 시작되면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로.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마저 그의 노래를 알아듣고 따라들을 수 있도록.
이제는 문희준보다 토니안이 더 재미있는가? 많이 뻔뻔해지기는 햇지만 조급한 게 보인다. 군대를 갓 제대해서인지 토니안에게서는 여유가 보이고. HOT가 현역이던 시절 전혀 관심도 없던 것이 HOT였는데. 그래서 뭔 말이 나와봐야 그저 생소하고 어색할 뿐. 그러나 개구지던 시절의 얼굴이 되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맛깔나다. 그렇게 이야기를 쥐어짜내는 신동엽과 윤종신의 깐족은 거의 전설급.
이제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니. 얼마나 더 남았지? 토크형식의 예능 가운데 놀러와보다도 더 좋아하던 예능이었는데. 놀러와는 보지 않아도 야행성은 보았다. 그놈의 시청율이... 다시 한 번 윤종신과 신동엽의 콤비플레이를 보고 싶은 바람이다. 정말 최고의 호흡이었다. 막방에 가까운 때문인지 뭔가 허술한 것이 거슬리기는 했지만서도. 가장 폐지되지 말았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다. 길과 온유도 앞으로 더 보고 싶다.
발매 하루만에 음원 올킬, 발표 한 주만에 공중파 가요순위 1위, 나도 모르는새 스쳐 지나가 버리는 히트곡들. 지나고 나면 자연스레 잊혀지고 마는 노래들. 팬들을 위한. 소수의 코어한 마니아를 위한. 원래 히트곡이란 그런 게 아니었다. 전혀 관심이 없어도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
대안은 없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대세라. 이제 와 미디어를 꽁꽁 묶어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트랜드가 그러한데 혼자 거스르며 다들 따르지 말자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이렇게 바뀌었다 이상은 없지 않을까. 여전히 1위는 1위고 1위를 했으니 히트를 했고 히트곡이고. 그것은 또 바뀌지 않지 않았는가.
쓸데없는 것들로 이렇게 생각이 많고 글이 길다. 평소 느껴오던 것들이라. 알지 못하는 1위와 알지 못하는 히트곡들. 그러나 흐름이란 혼자서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이런 것도 있다 할 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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