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백점만점 vs 꽃다발...

까칠부 2010. 12. 18. 18:46

대충 3주 정도 지켜본 바로 "백점만점"은 다름아닌 "꽃다발"과로구나. 차이라면 걸그룹만이 아닌 남자 아이돌과 연예인도 나온다는 것과, 학교라고 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 정도랄까?

 

결국은 어떠한 주제가 주어지고 그에 따른 개인기나 재주를 보임으로써 자신을 어필한다. 하지만 학교니까. 교실이니까. 그냥 불려온 게스트가 아니라 선생이고 학생이고, 반친구들이고, 지난주에는 반장선거까지 했다. 같은 개인기를 하더라도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왁자하다.

 

악덕 교장 박명수는 특유의 버럭으로 출연자들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출연자들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박명수는 학생들이 멘트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이기도 하다. 박경림은 그런 박명수를 견제하며 전반적으로 상황을 조율하고 제어한다. 박명수와 박경림이 거의 MC역할을 분담하는 셈. 그리고 토니 안은 과거의 인기아이돌로서 귀엽게 망가지는 역할이다. 역시 사건을 만들고 마무리짓는 보조 MC다.

 

예능을 이끌어가는 일진 쌈디와 얼짱 민호, 민호와 커플 손은서, 어디나 있는 꼴통스런 이홍기, 쌈디와 커플을 이루며 말괄량이 이미지의 민, 반장 김재경은 사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캐릭터가 없어 보이고, 그리고 아직도 미미한 NS윤지. 지난주부터 이태성이라는 캐릭터가 하나 더해졌다. 노래하는 이석훈에, 잇몸 전효성은 고정인가? 사실 좀 띄엄하게 보다 보니. 게스트도 매주 나오는 것 같아 기대가 있다.

 

각자 캐릭터가 있고, 어느 정도 관계가 있고, 각자가 따로 개인기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기를 보이는 사이사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던지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고, 이어지는 것이 있고, 적절히 MC들이 만들어가는 상황극도 있고. 아무래도 밋밋한 꽃다발보다는 드라마가 있달까? 물론 걸그룹 위주의 꽃다발에 비해 조금 칙칙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꽃다발도 그렇게 눈이 즐거운 예능은 아니니까. 그보다는 이렇게 이야기가 있는 예능이 좋지 않을까.

 

물론 무엇이 더 낫고 못하고는 주관적이다. 꽃다발이 분명 더 나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기가 오글오글거린다면 그 오글거림을 중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지 않을까. 캐릭터가 있고 관계가 있을 때 그 오글거림도 스토리가 되고 드라마가 된다. 흡수력이 좋다.

 

아무튼 이제 겨우 3회 봤는데 기대가 크다. 박명수는 물을 만난 것 같고, 토니 안은 정말 의외였고, 박경림은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고, 이홍기며 쌈디며 민이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왁자하게 떠드는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오늘은 동물의 왕국과 번갈아보느라 약간의 집중을 못한 게 있는데. 아마 가장 큰 경쟁상대는 동물의 왕국일 듯. HD는 다큐멘터리를 볼 때 그 가치를 십분 발휘한다.

 

재미있다. 그냥 웃는다. 웃음이 예능의 존재이유라 할 때 아주 훌륭한 완성도의 예능일 것이다. 토요일의 새로운 강자를 점쳐본다. 꽃다발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더 기대가 크다. 좋다. 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