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김태원의 기타...

까칠부 2010. 12. 14. 16:17

아무래도 드라마의 영향일 것이다. "락락락"에서 그렇게 김태원의 기타를 대단하게 묘사해 놓았으니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호의적이든, 아니든 비판적이든. 그리고 그런 가운데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러면 과연 김태원은 3대 기타리스트에 꼽힐만한 실력자였는가? 사실 나도 모른다. 당시 활동하던 기타리스트가 몇 명인데 내가 그들에 대해 다 알겠는가? 김태원, 신대철, 김도균 이 세 사람을 제외하고도 다른 기타리스트들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야 제대로 그 실력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 작은하늘의 이근형이라든가, 블랙신드롬의 김재만, 블랙홀의 주상균, 디오니서스의 배재범, 스트레인저의 임덕규, 기타등등... 선배 가운데서도 최이철, 함춘호 등이 있었고, 김수철도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손무현, 신윤철, 이현석도 있었고. 다만 확실한 건 김태원 자신이 아닌 주위에서 그를 신대철, 김도균 두 사람과 견줄만한 기타리스트로 꼽을만한 실력이 있었다는 거겠지. 김태원 자신이 주장하고 다닌 것이 아니라 당시 록마니아들이 - 아마 음악잡지 기자들이 그리 기사를 쓰고 평가하고 했었던 것이니까.

 

속주테크니션의 시대였다. 속주테크니션이 기타의 전부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기타리스트로써 인정받으려면 일단 빠르게 화려하게 칠 수 있어야 했다. 지인의 기억에 아마 김태원의 기타가 당시 가장 빨랐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김태원도 상당한 테크니션이 아니었을까. 부활 1집과 2집의 화려한 기타가 들어가 있는 "인형의 부활"이나 "회상2", "천국에서"등을 들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듯.

 

하지만 사실 김태원 자신도 인정하기를 속주테크니션에서 김태원이 다른 두 사람보다 뒤쳐졌던 것은 확실한 것 같고, 오히려 이근형 등을 더 높이 쳐주는 분위기도 있었다. 오히려 김태원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은 중저속에서의 그만의 깊이있는 기타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인트로에 나오는 기타가 그것이다. 지금도 김태원 하면 떠올리는 서정적이며 따뜻한 기타톤이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3집 이후로 부활의 기타는 철저히 테크닉을 배제한 채 깊이 있는 톤과 멜로디 위주로 이루어진다. 5집 제외. 5집은 부활의 음반치고 상당히 화려한 테크닉을 과시한 앨범이다.

 

즉 당시에도 김태원의 강점은 슬로우핸드에 있었고 3집 이후 그러한 서정적이면서 멜로디컬한 기타는 김태원의 기타를 정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김태원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 있는데,

 

"기타는 멜로디 악기다."

"한 음을 내더라도 그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덧붙인 것이,

 

"기타는 단지 기타를 들고 있는 손끝에 달린 것이다."

 

아마 지금의 김태원의 기타를 정의하는 말이 될 텐데,

 

말하자면 김태원의 기타를 정의하는 것은 멜로디와 톤. 김태원만의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에 특히 그 톤을 정의하는 것이 비브라토와 밴딩. 왼손이 만들어내는 그 오묘함이 김태원만의 - 아니 부활 음악만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낸다고나 할까? 다만 덕분에 부활의 최근 음악에서 더욱 어떤 테크닉을 느낄만한 기타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독특한 서정적인 톤의 기타가 기습적으로 딱 자기 자리만큼만 멜로디를 들려주고 물러나니.

 

그래서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태윤씨가 한 마디 했었지.

 

"연주인으로서 보기에 그게 뭐냐 싶다. 짧게 멜로디만 끝내고 굿하는 것마냥 폼만 잡는다."

 

하지만 그것이 김태원의 기타니까.

 

뭐냐면 분명 김태원도 속주테크니션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었고. 그러나 당시에도 중저속에서의 깊이있는 톤에 강점이 있었던 그의 기타는 이후로 그쪽으로 진화하며 테크니션으로서의 모습을 버려간다. 지금에야 테크니션으로서의 김태원이 남아 있을까.

 

더구나 또 그게 있는 게, 사실 테크닉 하나로만 따졌을 때 요즘의 기타리스트들이 당시의 기타리스트들보다 더 잘 칠 것이다. 아무래도 독학파가 많았던 당시에 비해 요즘은 기타를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많으니까. 경제적으로도 기타 하나 사는게 그렇게 큰 부담도 아니고. 김태원이 기초가 부족하다거나, 피킹에서 약점을 보인다거나, 백킹이 약하다거나 하는 것도 그런 결과다. 그런 것들이 또 김태원의 기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되겠지.

 

아, 김태원만의 독특한 기타톤에 있어 한 역할을 하는 것이 또 김태원 특유의 피킹이라 하겠다. 상당히 섬세하케 피킹을 하는데, 정확하다거나 힘이 있다고는 하지 못해도 왼손의 비브라토와 어우러지며 지극히 부활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태원 말고 다른 기타리스트가 같은 부분을 연주한 것을 몇 번 들었는데 확실히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건 오로지 김태원만의 오리지날이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알콜에, 과도한 다이어트의 후유증에, 나이도 있고, 연습부족도 있고, 방송에 나와서도 코드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기타리스트로서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평가도 있고. 그러나 당시의 김태원의 기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김태원 기타 못 친다고 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 기타 좀 친다는 사람 가운데서 김태원의 기타를 무시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고. 어디서 듣고 김태원은 기타 못 친다고 자신하며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말했듯 지금이야 참 걱정스런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태원의 기타가 그렇게 무시당할 수준일까?

 

확실한 것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인트로에 들려오는 기타는 진짜라는 것이다. 묵직하게 울려오는 그 비장한 멜로디란.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듯. 장대한 비극의 드라마가 시작되리라는 듯. 그 연주를 듣고서도 김태원의 기타실력을 의심한다면 글쎄...

 

하기는 차범근조차도 그 실력을 의심받고 있는 지금이고 보면.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퇴색되고 사람은 잊혀지는 거겠지. 유행이라는 것도 돌고 돌고 사람도 바뀌고 세태도 바뀌고. 다시 말하는 것은 김태원이 스스로 3대 기타리스트라 부르지는 않았다는 것. 그것은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 뿐이다.